선입견이 그릇된 인식 초래
나의 판단기준 살펴보아야

“가다가 아니 가면 아니 감만 못하다.” “가다가 아니 가면 간만큼 유익하다.” 이 두 문장은 동일한 상황에서는 대립이지만 상황이 다르면 모두 맞다.-송조은

지식의 4종류에는 바른지식, 무지식, 부분지식, 오류지식이 있다.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는 기준이 바로 이 4가지이다. 예를 들어 무중력상태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어떤 물건이든 공중에서 놓으면 아래로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은 부분지식을 일반화한 오류이다.
‘가다가 아니 가면 아니 감만 못하다’는 말은 북쪽으로 가야 할 사람이 남쪽으로 갈 때 쓰는 말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위해 노력하다가 국무총리가 되었다면 간만큼 이익이다. 이 두 가지 속담도 결국 하나의 상황에서만 맞는 말을 하고 있다. 결국 부분지식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은 남극?
“자, 여러분 이 지도를 보세요”하면서 선생님이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 보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지금 서울이지요?”하면서 지도상에서 서울 위치를 가리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현재 섭씨12도 이지요. 만약 우리가 위로 올라가서 평양으로 가면 여기보다 추울까요? 더울까요?”하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추워요” 여러 학생들이 손을 들면서 소리쳤다. “맞아요. 위로 올라가면 춥고 아래로 내려가면 따뜻하답니다. 이번 기말시험에는 이 문제가 나올거니까 꼭 기억해둬요?”라고 선생님이 말씀했다. 기말시험에 선생님의 말대로 기후에 대한 문제가 시험으로 나왔다.

문제) 이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곳과 추운 곳을 나열하였다. 맞는 것을 고르시오.
(1) 북극-남극 (2)적도-북극 (3)북극-적도 (4)남극-북극

‘김경선’이라는 학생은 자신있게 4번을 답으로 썼다. 모든 학생들이 다 2번을 썼는데 이 학생만 4번을 골랐기 때문에 선생님은 의아해서 점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왜 그랬는지 물었다.
“선생님 이 남쪽으로 내려가면 따뜻하다고 했고, 북쪽으로 가면 춥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남쪽의 끝은 가장 덥고 북쪽은 가장 추운 것 아닌가요?”
선생님의 이야기는 북반구에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맞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적도아래의 남반구에서는 전혀 반대의 상황이 연출된다. 일반적으로 빛은 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빛이 거대한 물체 옆을 지날 때는 중력에 의해 휜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처럼 보이지만 틀린 것이 아니다. 상황을 바꾼 순간 그것은 사실이 된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는 속담이 있다. 이건희 회장은 ‘돌다리는 빨리 건너라.’는 말로 이 속담의 다른 면을 부각시켰다. 사실 일반적으로 볼 때 돌다리는 빨리 건너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홍수로 인해 지반이 약해졌을 때는 돌다리가 목조다리에 비해 더 위험하다. 돌의 무게 때문에 지반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것을 틀렸다고 제한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별히 책을 읽는 과정에서는 저자가 경험한 세계를 모두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살았던 시간, 공간의 배경은 나와 다르다. 저자의 배경과 내 배경이 다를 경우 저자의 어떤 글은 내 눈에 인식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는 저자의 시간적 배경에서는 중요하지 않는 것이 크게 부각 될 수도 있다.
‘시작이 반이다.’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을 빗대어 ‘반이 되어야 시작이다.’고 말한 사람도 있다. 이 두 말도 모두 배경에 의해 사실성이 결정된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갈 때는 시작이 반일 수밖에 없다. 어떤 자료도 없기 때문이다. 대체로 창조적인 일을 수행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러나 남들이 이미 경험한 일을 할 때에는 남들의 경험을 벤치마킹하고 자신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때 ‘반이 되어야 시작이라.’는 말이 사용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창조적인 일보다 모방하는 일이 훨씬 더 많다. ‘시작이반’이라는 말로 무턱대고 일부터 벌인다면 실패하기가 알맞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어떤 종류인지 바르게 판단해야 한다.
“여러분! 사과, 배, 감, 딸기를 우리는 과일이라고 합니다.” 하고 선생님이 말했다.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인터넷에 보니까 ‘딸기’는 채소라고 하던데...” 학생은 선생님의 안색을 살피면서 말끝을 흐렸다. “아, 맞다. 그러니까 식품류에는 사과, 배, 감, 딸기가 있습니다. 흠흠” 하고 선생님은 안색을 붉히면서 자신의 말을 고쳤다.
‘딸기’가 과일이라는 범주에서는 틀린 것이 되었지만 ‘식품’이라는 범주에는 포함되는 사실이 되었다. 언어의 개념 중상위개념, 동류개념, 하위개념이 있는데 ‘과일’은 사과의 상위개념이고, 사과와 배는 동류개념이며, 부사와 홍옥은 사과의 하위개념이다.
‘저희 가족은 저와 부모님, 제 남동생, 제가 가장 아끼는 남자친구가 있습니다.’라고 가족 소개를 했다면 동류개념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실수는 우리가 잘 아는 것들이기 때문에 금방 알아차리지만 우리가 모르는 것들은 절대로 분류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인간의 종류(인종)에 대해서는 황색인종, 백색인종, 흑색인종이라 답할 수 있지만 무척추 동물의 종류를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 말하기 힘들 것이다. 이렇게 이미 알고 있는 경우에는 쉽게 이용하고 구분할 수 있지만 전혀 모르는 지식인 경우에는 어디선가 배워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름’과 ‘틀림’에 대해서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틀리게 보이면 배경을 확대해 보자. 틀리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빼서 위로 올리거나(상위) 아래로(하위) 내리거나 아니면 옆으로 놓거나(동류) 해보자. 지혜로운 사람은 어떤 것이 틀리게 보이거나 느껴질 때 먼저 내 상태를 살펴봄으로써 서로 다른 것이 아닌가를 살펴본다.

틀림을 차이로 보는 안목을 가져보자
1) 내 선입견이 문제일수도…
틀리게 보이는 경우 내 선입견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자. 데카르트는 ‘나는 회의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로 유명하다. 그가 이 말을 하게 된 배경은 자신이 어떤 사물을 바르게 보지 못한 데서 시작되었다. 데카르트가 길을 가던 중 뱀을 보아서 깜짝 놀랐는데 한참 가다보니 또 뱀이 나타난 것이다. 놀라서 뒤로 물러서고 보니 두 번째 것은 뱀이 아니라 막대기였다. 앞서 뱀이라는 선입견이 나무도 뱀으로 보게 만든 것이다. 이건 한번 형성된 선관념이 뒤의 나무를 뱀으로 오인하게 한 것이다. 이때 데카르트는 자신이 경험한 것도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는 자신의 경험마저도 의심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존재의 특징임을 증명해서 혁명적인 존재론을 말하게 된 것이다.

2) 나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틀리게 보이는 경우 내 판단기준을 살펴보자. 모든 판단은 정보로부터 시작한다. 결국판단기준이란정보가그원천이라는뜻이다. 첩보영화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오류 정보의 흘림은 적국의 전술체계를 혼란스럽게 한다. 미국은 세계최강의 정보 수집국으로 매년 500억 달러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9.11 사태에 대한 정보 수집을 못했고, 이라크침공시대량살상무기를이유로삼았으나그것도실패였다. 이렇듯 잘못된 정보로 인한 판단은 미국의 신뢰도를 심각하게 떨어뜨렸다. 한 개인의 판단기준을 국가적 차원으로 보면 극단적인 비교로 보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가의수장이 내린 판단의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3) 입체적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닌지…
틀리게 보이는 경우 입체적 시각에 대해 살펴보자. 입체적 시각이란 다면적인 측면을 말한다. 버스를 서로 다른 방향에서 살펴보자. 뒤에서 볼 때, 앞에서 볼 때, 옆에서 볼 때, 그리고 안에서 밖을 볼 때 그 모양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한 방향으로만 본다면 각자가 옳을 것이고 서로 틀릴 것이다. 이런 경우 일리가 있다고 말하거나 일가견이 있다고 말한다. 결국 입체적 시각을 가지는 것은 각각 바라본 지식을 모아서 서로 다른 배경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장님 열 명이서 코끼리를 만진 후에 그 지식과 경험을 모아서 코끼리의 원형을 복제하는 것을 입체적 시각이라고 한다. 인간의 수명이 역사에 비해 지나치게 짧은 것, 그리고 인간의 활동범위에 비해 우주는 너무 크다는 점이 바로 이러한 입체적 시각을 필요로 한다.

4) 배경이 다르면 다르게 보인다.
틀리게 보이는 경우 배경에 대해 살펴보자. 배경이 사실을 잘못 보게 만드는 것은 검정글씨를 검정색 바탕에 썼을 때 사람들이 읽을 수 없게 되는 것을 말한다. 논리학에서 권위의 오류가 있다. 위대한 사람들의 권위적 배경 때문에 갈릴레오의 지동설은 오류로 평가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 프톨레마이오스 같은 위대한 학자들이 주장한 천동설은 1500년 동안이나 그 위세를 자랑했다.
사실을 잘못 보도록 만드는 요소는 이외에도 너무나 다양하다. 우수한 기술 은 옥석을 잘 구분하는 것처럼 지혜로운 생각은 사실과 비사실을 잘 구분한다. 차이를 틀림으로 생각하는 것은 옳은 것을 고쳐서 나쁜 상태로 만드는 어리석음을 만들어 낸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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