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독서혁명으로 발전했다.

문자가 없었다면 인간은 현재만을 사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송조은-

제1차 문자쇼크 - 문명과 원시의 구분

역사를 나누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도구를 기준으로 하면 석기, 청동기, 철기 등으로 나누고, 생산방법을 기준으로 하면 원시, 농업, 산업, 정보화로, 그리 고 시기를 기준으로 하면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나눈다. 여기에 제시된 구분 외에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대 구분은 원시시대와 문명시대이다. 이것은 문자의 발명을 기준으로 삼는다. 문자가 없는 시대를 원시, 문자가 사용된 시기 이후를 문명시대라고 한다. 물론 문명이라는 말은 현대사회를 일컫기도 하지만 실제적인 의미는 문자 이후의 시대를 말한다.
문자의 발명은 변화를 예고했다. 문자 이전 시대의 변화는 한계가 있었다. 기억에 의존한 문화였기 때문이다. 이 문화는 매우 불안정해서 언제 어떻게 사라질 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기술을 가진 사람이 죽어버리면 그것으로 끝이 났다. 그는 분명 살아있는 기술이지만 영원한 기술은 아니었다. 그런데 다 여러 사람의 기술을 한 사람이 동시에 가질 수 없기에 전쟁이나 기타 자연의 재해가 오면 금방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지구역사가 과학자들에 의한 표현으로는 수십억 년이라고 볼 때 문자 이후의 역사는 겨우 5천년밖에 안되었다. 그렇다면 문자의 발명이 얼마나 빠르게 문화를 발전시켰는지 알 수 있다. 문자는 곧 문서를 만들고 이어서 책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제1차 문자혁명이라고 한다. 이 문자혁명을 독서의 관점에서 말한다면 제1차 문자쇼크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종이쇼크 - 문자가 짝꿍을 만나다

이렇게 문자가 나타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어떤 기술이나 지식도 문자로 기록되었다. 기록된 분량이 많아질수록 이것은 점차 책으로 그 모양을 바꾸었다. 이제 한 번 기록된 지식은 책이 없어지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고 역사 속에 남게 되었다.
문제는 문자를 기록할 대상이었다. 처음에 돌판, 흙판에 기록하다가 동물의 가죽과 갈대잎을 사용하여 만든 파피루스까지 사용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문자를 통한 인간의 생각과 경험의 기록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결국 AD 105년경 중국에서 채륜이 종이를 발명하면서 종이쇼크가 일어났다.
문자가 종이를 만났을 때 중국의 문명이 탄생했다. 이 종이발명 이후로 중국은 중세 100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명을 누릴 수 있었다. 그 이후 제지 기술이 1200년경에 유럽으로 건너가면서 드디어 유럽의 문화가 부흥되었는데 거기에는 다음 제3차 독서혁명의 기제인 인쇄기가 숨어 있다.

제3차 인쇄쇼크 - 3총사(문자, 종이, 인쇄기)의 만남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도 구텐베르크 이전에 이미 인쇄기를 만들었던 기록이 있다. 단지 보편화되지는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전래된 종이와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만나면서 지식전달에 혁명을 일으켰다.
이러한 발명은 전 유럽의 역사를 동양보다 앞서게 만든 요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인쇄문화의 발달로 인해 유럽은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중국 문화보다 앞서게 된다.
우리는 구텐베르그의 인쇄기가 만들어낸 역사 변혁의 힘을 알고 있다. 인쇄기는 루터의 종교개혁의 동력이 되었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인쇄기가 없이는 불가능했다. 실제로 당시에 인쇄기로 찍힌 문서의 80%가 루터의 글이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나타난 르네상스도 인쇄기의 힘을 얻어서 가능했다.
유럽은 이 제지기술에 더하여 인쇄술을 개발함으로써 제3차 독서쇼크(인쇄쇼크)를 일으켰다. 제1차 문자쇼크와 제2차 종이쇼크, 그리고 제3차 인쇄 쇼크에서 우리는 지식의 전파가 문자와 책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그것이 역사 변동의 영향이 되는 모습을 보았다. 이는 앨빈 토플러가 ‘권력이동’이라는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지식의 이동은 곧 권력의 이동’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르네상스 운동과 종교개혁운동은 어떤 책이든지 읽을 수 있는 자유를 향하여 나가게 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책을 읽기에는 아직은 해결되지 않는 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대량생산의 문제였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는 과거의 필사작업에 비해서는 매우 효과적이었으나 더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직도 인력에 의지했다. 당시의 책은 이제 귀족과 왕들의 수준에서 몇몇 지식인들의 수준으로 내려온 것이다. 아직도 백성들이 책을 읽기에는 너무나도 먼 여정이 남아 있었다. 일반 백성들이 책을 읽으려면 다음의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어야 했다.
첫째는 생존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고, 둘째는 책이 대량으로 생산되어야 한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상호보완적이어서 어느 것 한 가지만 없어도 일반 백성들까지 책을 읽을 수는 없다. 현재에도 가난한 사람들은 교육보다도 빵을 우선한다.
어떤 사람들은 우선 못 먹더라도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것은 최소한의 생존이 가능할 때 하는 말이다. 아예 생존문제가 위급해지면 교육은 언제나 뒷전이 되는 것이다. 또 설사 생존이 해결되어도 책을 구할 수 없으면 효과적인 교육을 할 수 없다.
역사는 이러한 문제를 산업혁명과 연결하여 해결했다. 르네상스가 일어난 지 채 300년도 못되어서 산업혁명이라는 동력 생산방식의 혁명이 일어난다. 이 혁명은 생존의 문제와 더불어 도서의 대량생산이라는 효과를 낳는다. 이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서 사람들은 점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통해 사람들은 문제와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유럽사회에서 시민들의 의식이 성장하자 봉건제도의 문제를 발견하고 인간의 불평등에 관한 깨달음을 얻기 시작한다. 법의 제정과 실행에 관한 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인간의 자유가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왕권이 무엇이며 정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 사람들은 점차 자신이 누구이며 역사가 어떻게 진행되어왔는가를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독재자들이 어떻게 망했으며, 진정한 평화가 어떻게 오는지를 알게 되었다.
드디어 유럽의 시민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프랑스의 시민혁명이 완전한 자유를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이것은 세계사적으로 시민들의 각성을 불러 일으켰고 다른 나라들에게도 자유를 향한 투쟁에 불길을 당겼다. 이는 책을 통해, 그것도 대량으로 생산된 책이 모든 시민들에게 전달되면서 일어난 사건인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제3차 독서쇼크 즉, 인쇄쇼크라고 부른다.

제4차 Ebook 쇼크 - 종이를 대신한 컴퓨터 스크린

드디어 인류는 종이 없이도 글을 읽을 수 있고 그 글을 전달할 수 있는 획기적인 매체를 발명했다. 이 매체는 산림을 훼손할 필요가 없는 놀라운 인류사적 작품이다. 복사과정에서 정보 손실이 하나도 없으며 나아가 글 외에 음성과 이미지 및 영상도 포함할 수 있는 놀라운 매체이다.
전자 기술에 기반을 둔 이 전자책은 인류역사의 변화속도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 이집트 시절의 4천년이 지금의 1년, 아니 3개월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정보생산에 있어 놀라운 확장과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 컴퓨터의 스크린과 인터넷이 결합되면서 인류는 누구나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수년 전에 100달러짜리 노트북이 출시되므로 아프리카와 같은 원주민도 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드웨어에 맞게 인류가 남긴 모든 정보 유산들을 전자북으로 만들어 가는 작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거기다가 하버드와 같은 대학들도 학교 내 강의를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정보의 벽이 사라져 가고 있다. 누구나 공부하고 싶다면 시간과 장소를 떠나서 시작할 수 있다.
그동안 산업사회에서 중요시했던 핵심정보 즉 ‘Knowhow’가 정보화 사회에서 ‘Knowwhere’로 바뀌면서 정보를 탐색하는 능력에 가치를 부여했다. 그러나 정보 검색기술 덕분에 남은 일은 ‘Knowwhy’ 즉 정보의 본질과 정보의 관계를 파악하여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제4차 전자북 쇼크는 인류가 걸어온 정보유통의 혁명이자 독서쇼크의 꽃이다. 물론 한 가지 남은 쇼크가 있다. 영화 메트릭스에서 나온 것처럼 두뇌를 직접 컴퓨터와 연결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상용화되는 것이다. 실제로 오래지 않아 컴퓨터의 정보를 두뇌로 전송하는 기술이 나올 수 있다.
최근에 개발된 BMI(Brain Machine Interface)기술은 인간의 두뇌에서 나온 뇌파를 읽어서 뇌에서 생각하는 정보를 말과 문자로 바꾸어 로봇에게 전달한다. 결국 제5차 BMI 쇼크가 있겠지만 그것은 아직 초기 개발단계에 있다.
이처럼 정보의 유통과정에서 인류가 남긴 정보를 내 안으로 옮기는 것이 곧 능력의 핵심이라고 할 때, 문자-종이-인쇄-전자북이라는 형태는 모두 도구적 측면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도구의 개발을 주도한 국가 혹은 사회는 우수함과 탁월함을 입증했다.
그렇다면 그 우수함과 탁월함의 본질은 무엇일까? 바로 그 도구를 활용하여 정보를 인수받는데 있었다. 유럽사회가 종이를 받아들이고 인쇄기를 개발하였지만 책을 읽은 사람들은 극히 소수였다. 그들 소수가 세상을 변화시킨 것이다.
후에 동력 인쇄기가 나타난 후에야 시민들까지 책을 읽을 수 있었고 그 힘은 곧 시민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처럼 문자-종이-인쇄-전자북과 같은 도구의 개발이 인류역사를 변화시킨 것은 그 도구를 활용하여 중국의 정보를 아랍이, 아랍의 정보를 유럽이, 유럽의 정보를 온 세계가 이어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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