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시를 쓰면 더 행복해질 것입니다”

“가을에 시 한 편 읽으면 행복해집니다.
아니 시를 쓰면 더 행복해질 것입니다”

으레 올 것처럼 여겨온 가을이 더디 온 것에 지쳐 있었지만, 그래도 가을이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가을이 오지 않으면 우리가 먹을 곡식이 여물지 않아 가을이 온 것에 감사하고, 가을이 오지 않으면 높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없어 가을이 온 것에 감사하고, 가을이 오지 않으면 겨울도 봄도 오지 않아 가을이 온 것에 감사합니다.

이처럼 감사하는 계절 가을에 행복감을 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을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시 한 편 읽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한구석 깊숙이 처박혀 있는 우리의 아름다운 감수성을 길어 올리는 시, 그 시를 읽고 잠시 쉬어 가시기 바랍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으면 노트에 자신의 느낌을 온전히 적으시길 바랍니다. 시인의 시가 아니어도 나만의 시로 잠시 시인이 되어보면 어떨까요? 그러면 이 가을이 당신의 마음 깊숙이 자리할 것입니다.

가을 시 4편 옮겨놓았습니다. 시에서 가을이 느껴지면 이제 당신만의 가을 시를 찾아 잠시 행복의 여행을 떠나보세요. 시 한 편에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가을이 아름다운 건
이해인

가을이 아름다운 건
구절초, 마타리, 쑥부쟁이 꽃으로
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운 이름이
그리운 얼굴이
봄 여름 헤매던 연서들이
가난한 가슴에 닿아
열매로 익어갈 때
몇몇은 아마 낙엽이 되었으리라

온종일 망설이던
수화기를 들며
긴 신호음으로 달려온 그대를
보내듯 끊었던 애잔함
뒹구는 낙엽이여!

아, 가슴의 현이란 현 모두 열어
귀뚜라미 선율로 울어도 좋을
가을이 진정 아름다운 건
눈물 가득 고여 오는
그대가 있기 때문이리

 

가을 편지
고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꽃
정호승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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