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며느리 유지미 기자가 시부모님께 드리는 100감사

■ 예비며느리 유지미 기자가 시부모님께 드리는 100감사

“아빠, 엄마가 한 분씩 더 생겨 감사합니다”

친부모님, 유지미 신부와 최신형 신랑, 시부모님이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부터)

"시아버님이 69번을 읽다가 눈물을 흘리셨다고 해요. 아버지 없이 자란 그 빈 마음을 본인도 겪으셨기에 동병상련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20년 동안 비어 있던 아빠의 자리를 결혼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용서와 감사로 채울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아픈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발목을 붙잡고 있던 끈질긴 상처의 끈이 떨어져 나간 기분이에요. 행복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그릴 수 있어 감사하고 그 길에 사랑하는 가족의 축복과 응원이 함께한다는 사실이 감사합니다."

1. 처음 인사드리러 가던 날, 아무것도 묻지 않으시고 “먼저 고기부터 먹으라”며 주린 배를 채워주시고, 긴장을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 제 앞에 놓인 전을 먹기 좋게 찢어주라 말씀하시던 아버님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합니다.
6. 무릎 꿇고 불편하게 앉은 저의 모습을 안쓰럽게 여겨 편히 앉으라고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9. 서울에 돌아와 처음 아버님께 전화 드리던 날, 저를 기억하고 반갑게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10. 아버님께서 제 이름을 알고 불러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름을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3. 아버님 핸드폰에 제 이름을 ‘감사’로 저장해주시고 ‘땡크 유’라고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20. 저녁에 제사 준비로 전을 만드는 데 “전 부칠 줄 아느냐”는 어머님의 질문에 할 줄 모른다며 솔직하게 말씀드렸는데 요즘은 다 그렇다며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1. 친절히 전 부치는 방법을 가르쳐주시고 “신형이가 잘하니 보고 따라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신 어머님 감사합니다.
22. 오빠와 저를 위해 특별히 새우까지 사오시고, 새우튀김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3. 새로운 음식 ‘나물밥’을 맛보게 해주시고 입맛에 맞는지 관심 가지고 물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5. 갈 때마다 더 있다가 가라고 붙잡아주시는 덕분에 오빠 얼굴을 더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6. 어머님 생신 잔치, 가족이 모두 모이는 자리에 저희를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7. 많은 식구들 가운데 아버님 옆자리에 앉는 영광을 제게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8. 팔딱거리는 숭어를 잡아 직접 회를 떠 싱싱한 회 맛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9. 보기 힘든 귀한 토종꿀을 수저로 실컷 떠먹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1. 오토바이 타고 슈퍼까지 가셔서 막걸리와 함께 아이스크림까지 사다 주신 자상함에 감사합니다.
32. 어머님, 아버님 덕분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땅 끝 마을 해남에 가보게 되어 감사합니다.
34. 해남 고천암호에서 함께 사진 찍을 때 먼저 다정히 저를 안아주신 어머님 감사합니다.
35. 여행 갈 때 우리 부모님도 함께 갔으면 더 좋았겠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7. 어머님, 아버님께 식사 대접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38. 어머님이 사시겠다는 저녁식사를 제가 대접하고 난 후 서울 올라갈 때 맛있는 것 사먹으라며 용돈을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40. 아버님이 서둘러주신 덕분에 오빠와의 결혼을 앞당기게 되어 감사합니다.

41. 처음 저의 가정사를 털어 놓았을 때 “엄마가 딸을 착하게 잘 키우셨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42. 상견례를 위해 멀리 충주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44. 어려운 상견례 자리. 무거운 침묵 대신 화기애애하고 웃음 넘치는 자리 만들어주신 아버님 감사합니다.
45.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어떠한 자리에서도 분위기를 밝게 해주시고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46. 우리 부모님께 “귀한 딸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48. “우리는 부자는 아니지만 다복하다”는 어머님 말씀에 제가 참 좋은 곳으로 시집을 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복한 집안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50. 감사하는 삶, 가진 것에 자족하며 욕심 없이 있는 그대로 행복한 삶의 표본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52. 웨딩 촬영 때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하고 싶다는 제 생각에 동의해주시고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53. 사진 찍는 걸 싫어하시는 아버님께서도 적극 동참해주시어 감사합니다.
57. 민소매 드레스 입고 야외에서 촬영하는 저를 보시곤 혹여 감기에 걸리진 않을지 걱정해주시고 주사 맞으라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59.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아름다우신 어머님 감사합니다.
60. 드레스 입고 부케를 바라보는 수줍은 소녀의 미소로 촬영 콘셉트에 맞추어 멋진 결과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61. 세상에 한 번 뿐인 웨딩 촬영을 너무나 의미 있고 즐겁게 보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64. 거제에서 충주까지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친정 부모님 의견을 존중해주시어 충주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66. 결혼 준비할 때 “아무것도 필요 없고 너희만 잘 살면 된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68. 어머님의 말씀을 빌려, ‘내장이 독일제’인 아버님과 건강하신 어머님 감사합니다.
69. 아빠 사랑 부족한 저에게 그 사랑을 채워주셔서 감사합니다.

71. 제 남은 삶의 동반자로 살아갈 신형 오빠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74. 부모에게 효도하고 주변 사람을 세심하게 챙기는 고운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76. 큰 키에 작은 얼굴, 아버님의 좋은 유전자 물려주셔서 감사합니다.
77. 청바지가 멋지게 어울리고 턱시도가 근사하게 어울리는 아버님 닮아 늘씬한 몸매 물려주셔서 감사합니다.
78. 어머님을 닮아 예쁘고 그윽한 눈매, 진한 쌍꺼풀을 가진 매력적인 남자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1. 부모님 닮아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83. 다섯 남매를 낳아 오빠에게 든든한 형제의 울타리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5. 오빠의 여자친구로서, 아내로서의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87. “모르는 것은 배우면 된다”며 살림살이 모르는 제게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89. 손수 반찬 만드시는 아버님 닮아 요리 잘하는 남자로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92. 다섯 남매를 훌륭히 키우신 두 부모님을 닮아 좋은 엄마, 아빠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모로서 좋은 본보기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96. 아버님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라주시는 어머님 닮아 저도 남편을 존중하는 지혜로운 아내, 현숙한 아내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96. 아버님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라주시는 어머님 닮아 저도 남편을 존중하는 지혜로운 아내, 현숙한 아내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98. 저에게 아빠가 한 분 더 생기고, 엄마가 한 분 더 생긴 것 같아 감사합니다.
100. 부족한 저를 어여삐 여겨주시는 아버님, 어머님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됩니다. 오빠와 저의 결혼을 허락해주시고 축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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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숙경 시인이 시집가는 딸에게 쓰는 편지

2016년 12월 17일

나는. 그래 나는. 참 이기적인 사람임에 틀림없다.

빨리 시집 안 가냐고, 빨리 손주 안아보고 싶다고 안달할 땐 언제고 이제 소박한 제 사랑을 찾아 떠나간다는 데 내 맘은 누군가 뿜어내는 겉 담배만큼이나 쓸쓸하니 말이다.

받아놓은 날은 금세 돌아온다고.

빠르게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그저 안타깝기 그지없는데 딸아인 그런 내 맘과는 상관없이 어쩜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생글거리며 좋아라하는지, 어느새 남의 식구 됐다고 내 앞에서 시댁 어른들과 신랑감만 챙기는지….

속으로 부아를 삭히다가 슬며시 웃음이 났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잘하고 있는데 입으론 칭찬을 하면서 속으론 은근 서운해하다니 참 유치하다 난. 별걸 다 섭섭해하고 까탈을 부리니 말이다.

자식을 키우며 이렇듯 맘 시린 적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하며 그냥 맘 접으려 하다가도 지금껏 내 살점만 뜯어내며 살아온 듯해 살짝 서운함에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2016년 12월 17일.’

이제 너를 보내고 긴 겨울과 봄의 경계를 우린 첨으로 서로 다른 환경에서 보내야 하고 그 공백의 시간을 너는 너의 삶을, 나는 나만의 삶을 살아야겠지. 한 백년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겨우 서른하고 삼 년도 채 채우지 못하고 이렇듯 헤어질 것을. 꽃밭에 물을 주듯 정성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고 뱀이 허물을 벗듯 내 맘속에 가득 차있는 사랑을 다 보여주지 못해 그저 미안할 뿐이다.

푸념 섞인 투정을 담불담불 쏟아내던 그 목소리 그리워 난 이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 아마 난 당분간 실어증을 앓을지도 모르겠다. 어린 자식이 사이다처럼 톡톡 쏘아대는 말을 참지 못해 패악 떨던 나잇값 못했던 나는 이제 어떡해야 할지 그것도 모르겠다. 먹먹함에 목을 축여도 입이 마르고 해질녘의 슬픔과 굽어진 어느 할아버지의 등이 함께 걸어가는 늦은 오후 같은 이 쓸쓸함은 또 뭔지 모르겠다.

주말마다 짬을 내 혼수준비 한다고 둘이 붙어 다닐 때는 몰랐는데 날이 가까워오고 집안에 있던 딸의 옷가지며 살림살이가 빠져나가고 나니 이제야 실감이 나는 것 같다. 보낼 시간이 가까워오니 자꾸 마음은 더 가는데 혼자 그리움의 몫을 감당키 어려울 것 같아 마음을 닫으려 해도 맘을 닫는 일이 그리 쉽진 않더라.

실은 새벽같이 일어나 나의 잠을 깨울까 조심조심 준비해 출근하는 딸을 보내고 허탈한 마음으로 딸이 빠져나간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바닥까지 텅 빈 어둠만이 나를 반기고 외로움과 그리움이 적당히 반죽된 어둠 속에서 아직도 남아있는 따뜻한 딸의 체온을 더듬거리다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제 혼자 남은 집안에 빈 바람이 제 집인 양 제멋대로 들락거릴지라도 나는 괜찮으니 내 걱정은 말고 잘살아라. 사랑한다. 내 딸아. 부디 행복하거라.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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