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추억

감사의 추억

노래해줘서 감사

밀알합창단에 따라간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노래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악기를 잘 다루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거절했지만 음악에 굉장히 뛰어나신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호기심으로 방문을 결심하게 되었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분위기였지만 그 중심에 있는 따뜻함이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고, 알고 보니 그 단체는 선교와 나눔에 앞장서는 굉장히 체계화된 모임이었다.

그 공동체가 참여한 사역과 섬겼던 환경은 다양했지만 그 많은 활동 중 내 눈에 띈 것은 그 달의 사역 ‘세브란스 아동병동 합창’이었다.

아무래도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내 전공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그리곤 열심히 연습하면 참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열심히 해서 이 활동에 함께 해야지!’라는 다짐을 했었던 것 같다.

그날 이후 싱어로서 연습을 성실히 한 결과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되었고, 드디어 사역 당일이 되었다.

세브란스병원 로비에서 우리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처음에는 우리를 보고 놀라다가 끝날 때쯤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박수를 쳐주셨다.

하지만 아동병동에서의 사역은 엉망이었다. 로비에서의 분위기를 생각하고 올라갔는데 그 층의 분위기는 사실상 호스피스 병동과 다름없었던 것 같다.

내일 수술이 잡혀 있는 어린 환자부터 시작해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애기 환자들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우리의 노래를 듣고 스테이션 쪽으로 나왔는데 그 모습들이 얼마나 예쁘고 아름답던지 눈물이 났다.

특히 기억에 남는 친구가 있었는데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폴대를 끌고 아버지와 함께 우리 바로 앞에서 호응을 해줬던 남자아이가 그 주인공이다.

우리의 노래를 듣고

“많이 아팠는데 누나들이 노래해줘서 안 아픈 것 같아요. 수술 전에 들었으면 더 좋았겠다. 누나들은 나처럼 아프지 않아서 수술도 안 해도 되고 노래도 할 수 있는 거 그거 참 감사한 거예요!”

라고 하는데 아까 내가 가졌던 오만함과 내가 노래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한 거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아이가 답가로 ‘아따맘마’라는 만화 주제가를 불러줬는데 “안녕하세요 감사해요 잘 있어요 다시 만나요”라는 가사를 듣자마자 가슴에서 무언가가 솟아올라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단순히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누러 간다고 생각했지 저 어린 아이를 통해 이렇게 큰 감사를 배워 올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부끄럽고 감사하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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