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감사일기

“욕쟁이 싸움꾼에서 유머러스한 아이로 변했어요”
한 아이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감사일기

학기 초에 만났던 경직되고 경계하던 날카로운 눈빛과 다른 아이들이 건드리지도 못하게 거칠게 반응하던 아이의 모습에서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빛과 아재개그 유머와 유시진 대위 흉내 내며 행동하는 귀여운 아이로 바뀌고 있다.

어떤 아이들과 1년간 보낼 것인가 기대감으로 2학년 7반 교실 문을 여니, 예년에 비해 10명 정도 줄어든 교실에 29명의 15살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모두들 1년 동안 우리를 맡아 줄 담임 샘은 누구실까 궁금해 하며 바라보는 시선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잔잔한 시냇물에 미꾸라지 같은….ㅎㅎ

그 아이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허스키한 목소리, 시비조 말투, 거친 행동 등 예상했던 대로 반 아이들도 이구동성으로 “제가 저한테 시비걸어요, 가만히 있는 데 때리고 욕해요, 남의 물건 그냥 가져가서 망가뜨렸어요, 수업시간에 장난쳐서 집중을 할 수 없어요.’…,  교과 선생님들도 ‘수업분위기를 자꾸 깨요, 지적을 하면 오히려 더 짜증을 내며 기분 나빠해요, 버릇이 없어요.”… 여기저기서 불평불만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아이와 어떻게 1년을 보낼까…. 아이가 이렇게 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과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그 아이를 어느새 평가하고 있었다. “쟤는 초등학교 때부터 저랬어요. 여자애들한테 심하게 욕하고, 맨날 싸우고 장난 아니에요, 작년 1학년 때도 맨날 교무실에 불려가서 혼났어요.” 등등 그야말로 낙인찍힌 아이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미 많이 혼난 아이들은 내성이 생겨서 웬만큼 혼나지 않으면 혼을 내는 의미도 없고, 혼을 내서 서로의 관계에 금이 가게 해 보았자 지도가 먹히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상담이 필요한 것 같아 얘기를 하다 보니, 남들과는 조금 다른 환경에서 컸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점점 더 거칠어진 것 같았다. 좀 깊은 얘기로 들어가려 하니 심리적으로도 힘들었는지 앉았다 일어났다 안절부절못하며 숨쉬기조차 버거운 듯했다. 오히려 상담을 빌미로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해졌다.

이 아이와 어떻게 가까워질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최영한 학생부장님께 ‘감사일기’에 대해 듣게 되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매일 감사일기를 쓰다보면 아이가 조금씩 변하겠다 싶어 제안을 했더니, 대뜸 “싫어요, 제가 문제아니까 이런 거 하는 거 아니에요?”

나는 갑자기 가슴이 뜨끔해졌다.

“문제아가 아니라, 너가 감사일기를 쓰면 참 좋을 것 같아서….”

”그럼, 우리 반 전체 다 해요~”

그러기엔 애 셋을 키우면서 아등바등 지내는 데 매일 29명의 감사일기를 검사하고 멘트 달아줄 자신이 없어 자신 있게 ”그래, 다 같이 쓰자!“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램 중 매일 5감사로 감사일기 쓰는 것을 접하게 되었고 강사님과 감사일기를 쓰겠다고 약속하면서 감사일기장을 받아 왔기에, 핑계 김에 일단 그 아이부터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나 성의 없게 그냥 영혼 없는 감사를 줄줄이 나열하고 있는 듯했고, 몇 번이나 감사일기장을 가져오라고 해야 하루 일과가 거의 끝나갈 때 즈음 1분도 안 돼 써서 그냥 가져오곤 했다. 그래도 빠지지 않고 가져오는 것만도 감사일기장을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매일 그 아이에게 5감사를 써서 멘트를 달아주었다.

가져올 때마다 “왜 이걸 써야 하는 거야~ 귀찮아 죽겠어…. 이거 안 하면 안 돼요?”

 


기운 빠지는 말을 하면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감사일기 쓰는 건 귀찮을지 몰라도 선생님이 써주는 5감사와 멘트가 기다려진다는 내색을 비추면서 재미를 들이는 것 같았다.

점차 말하지 않아도 감사일기장을 가져오고 내용도 점점 갖춰지면서 검사하는 나도 읽는 재미가 생겼다.

그러면서 수업시간에 버릇없던 그 아이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아재개그 언어유희도 적절하게 사용하며 수업 분위기도 재미있게 이끌어가고, 수업태도가 많이 좋아졌다고 선생님들께 칭찬도 받고, 욕쟁이 싸움꾼이었던 아이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고 반 아이들도 칭찬을 해주었다.

학기 초에 만났던 경직되고 경계하던 날카로운 눈빛과 다른 아이들이 건드리지도 못하게 거칠게 반응하던 아이의 모습에서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빛과 아재개그 유머와 유시진 대위 흉내 내며 행동하는 귀여운 아이로 바뀌고 있다.

  2학기가 시작되면서 반 아이들과 함께 감사일기를 쓰자고 제안하자, 그 아이는 “드디어 다 같이 쓰는구나~” 하면서 먼저 감사일기를 쓴 선배로서 어깨를 으쓱하는 모습이 귀엽고 이쁘기만 하다.

한 아이에서 시작된 감사일기의 변화가 우리 반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기대가 된다.

이혜진 성지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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