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⑤ 나도 모르게 보호자를 꼭 안아드렸던 이유

서울아산병원 간호부 ‘한마음 한뜻 페스티벌’ 참관기

“어머니, 종민이는 우리가 잘 돌볼게요”
수기⑤ 나도 모르게 보호자를 꼭 안아드렸던 이유

2015년 2월 방실중격결손과 다운증후군을 진단받은 종민이 가족을 만났다.

태어난 지 이제 겨우 두 달이 지난 종민이는 1차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종민이 어머니는 병동을 나서며 아이를 잘 보살펴 다음 수술을 받으러 오겠다면서 감사인사를 건넸다.

그로부터 1년 뒤 종민이의 다음 수술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중환자실에 자리가 나지 않아 불가피하게 수술일자를 한 달 뒤로 미뤄야 했다. 죄송한 마음으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괜찮아요. 종민이는 지금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요. 더 급한 아이들을 위해 기다릴게요.”

오히려 다른 환아를 걱정해 주시는 종민이 어머니의 너그러운 마음이 우리를 더욱 죄송하게 만들었다.

한 달이 지나고 종민이의 수술 당일 아침. 병동으로 전동 예정이었던 중환자실 환아의 상태가 악화되어 종민이가 수술실로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미 한번 미룬 상황인데….’ 마음이 요동쳤다. 어머니께 중환자실의 사정을 설명한 후 우선 퇴원하고 다시 연락드리기로 했다.

“어쩔 수 없죠.”

종민이 어머니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을 이해해 주셨다.

“지금 상황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너무 화가 나요. 그래도 당장 수술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종민이 상태에 감사해야죠.”

10일 후 종민이가 수술을 받기 위해 다시 입원했다. 종민이는 곧바로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상태도 빠르게 안정되어 갔다.

수술 후 나흘째 되던 날 병동에 응급 환아가 있어서 중환자실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니 종민이를 병동으로 전동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종민이 어머니는 중환자실 면회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이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환자실에서 병동으로 올라온 종민이를 보며 마음이 툭 내려앉았다.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달려온 종민이 어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속상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제발 선생님과 좋은 관계로 남게 해 주세요.”

어머니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어머니를 안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시는 중에 전화 받고 많이 놀라셨죠? 오고 가는 길 힘드셨을 텐데 한걸음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해요. 종민이는 밥도 잘 먹고, 숨도 잘 쉬고 있습니다. 아직 부정맥이 있지만 심전도를 관찰하며 병동에서 잘 돌보겠습니다.”

나의 말이 끝나자 어머니는 눈물을 닦고 나의 손을 잡아 주셨다.

“종민이의 경과가 좋아져서 다행이고 감사하네요. 이번에는 꼭 창가 자리로 주세요. 그럼 용서해 드릴게요.”

어머니의 미소를 통해 종민이를 향한 어머니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통했다는 느낌이 전해졌고 그제야 나도 안심이 되었다.

지난해부터 한 달에 한 권씩 감사에 관한 책을 읽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살자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론 작은 불편에도 쉽게 좌절하고, 화를 내게 된다.

그때마다 어떤 상황에서든 감사의 제목을 찾아내려 노력하던 종민이 어머니의 마음을 떠올린다.

나에게 감사란 상황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준 종민이 어머니에게 참 감사하다.

소아청소년간호팀 135병동 김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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