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③ ‘불평 보호자’가 ‘감사 보호자’로 바뀐 비결은?

서울아산병원 간호부 ‘한마음 한뜻 페스티벌’ 참관기

“가족 같은 간호사 덕분에 집처럼 편안해요”
수기③ ‘불평 보호자’가 ‘감사 보호자’로 바뀐 비결은?

1750일간 우리와 함께 한 환자분이 있었다. 환자는 의식 저하로 의사소통과 거동이 힘든 상태였다. 환자의 투병에 함께 한 보호자의 마음 또한 오랜 시간 애가 탔을 것이다.

환자의 회복을 위해 간호사들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지친 보호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보호자는 간호사가 바뀔 때마다 간호사의 행동을 하나하나 평가하듯 바라보며 불평을 쏟아냈다.

신입 간호사나 낯선 간호사가 담당 간호사로 오는 날이면 간호사실로 찾아와 간호사를 교체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환자가 조금이라도 안 좋아 보이면 담당 간호사는 환자의 병실에서 나오지 못하고 꼼짝없이 이 환자만을 돌봐야 했다. 여러 명의 환자를 맡고 있는 담당 간호사로선 한 환자에게만 달려가는 상황이 불편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간호부 긍정 조직문화 조성으로 감사나눔 활동이 시작되었다. 누구에게 감사카드를 쓸지 고민하다 우리는 우리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감사하기로 했다.

감사할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감사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싶었는데 어느새 감사카드는 빈틈없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감사카드를 액자로 만들기로 했다. 며칠 후 완성된 액자를 본 순간 우리의 가슴은 묘한 기대감에 뛰기 시작했다.

무의식중인 환자가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확신할 순 없었지만 수간호사님은 환자와 보호자 앞에서 액자의 내용을 정성스럽게 읽기 시작했다.

카드의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목소리가 점점 떨린다는 것을 느낄 때쯤 병실 안은 간호사와 보호자의 흐느낌 소리로 채워졌다. 마지막 문장이 끝나자 보호자가 다가왔다. 보호자의 두 뺨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너무나 큰 선물이었어요.”

며칠 후 환자의 눈이 충혈되어 안과 왕진 의뢰가 났다. 평소 ‘왕진 시간을 확인해 달라’, ‘약속한 시각에 왜 의사가 오지 않느냐?’며 간호사를 찾았을 텐데 보호자는 평소와 달리 다른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간호사의 상황을 이해하고 기다렸다.

평소에도 웃는 날이 많아졌고, 인사하는 목소리도 밝아졌다. “이곳이 내 집처럼 편안하고, 간호사님들이 가족 같아요”라며 간호사들에게 힘을 주기도 했다.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보호자의 말과 행동에 간호사들 역시 큰 감동을 느꼈다.

환자를 찾아온 손님에게 우리가 만든 액자를 보여주며 자랑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날에는 우리의 작은 정성에도 이처럼 좋아해 주는 보호자에게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보호자의 변화를 보며 우리는 작은 감사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 느낄 수 있었다.

감사로 얻을 수 있었던 이 사례가 간호부 곳곳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간호1팀 103병동 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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