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②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일어난 ‘감사의 기적’

서울아산병원 간호부 ‘한마음 한뜻 페스티벌’ 참관기

약 먹일 때마다 “소중아~ 힘내줘 감사해”
수기②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일어난 ‘감사의 기적’

힘내주어 감사해!

서울아산병원 동관 6층 전시실에 내걸린 사진으로 소아청소년간호팀 이소정 간호사의 작품이다.

 

아픈 아기를 먹이고 씻기고 보살피는 신생아중환자실은 환자와 보호자가 집으로 돌아가기 전 엄마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자신감을 북돋워 주는 곳이다.

초보 엄마, 아빠에게 기저귀 교환이나 젖병 수유, 모유 수유, 아기 안는 법 등을 열심히 설명한 뒤 직접 해 보라고 할 때 “어머, 이거 똥이에요? 나 못 만지는데…”라고 말하면 기운이 쏙 빠진다.

책으로 육아를 배웠을 예비 엄마들의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내 가슴 속에는 뜨거운 용암이 끓어오르는 것 같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네~ 어머니, 아기 똥은 더러운 것이 아니에요.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부드럽게 닦아 주세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다.

마음과는 달리 환하게 웃으며 대응하는 내 모습을 보며 ‘나도 이제 벌써 20년 차구나’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엄마의 뱃속에서 겨우 29주간 머물다 1390gm으로 태어난 소중이는 출생과 함께 선천성 대동맥판 협착증을 진단받고, Aortic valvulostomy 시술 후 이곳으로 전동돼 왔다.

소중이는 간호사들의 관심 속에 활력징후와 산소 포화도가 안정되어 갔고, 몸무게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었다. 퇴원해도 될 만큼 몸 상태가 좋아지자 소중이의 어머니는 소중이에게 직접 젖을 물리기 원했다.

그러나 수유를 할 때면 숨을 헐떡이거나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다음으로 미루기를 권유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소중이 어머니는 어깨가 축 처져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보는 내 가슴도 먹먹해졌다.

온몸에 힘이 쭉 빠져 소중이를 바라보는 소중이 어머니에게 아기 침대에 붙여진 카드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간호사들이 날마다 건강해지는 소중이가 고마워서 이렇게 붙여 놓았어요. 소중이의 기저귀를 갈아줄 때마다 약을 먹일 때마다 ‘힘내줘서 감사해’, ‘잘 자라줘서 감사해’라고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그랬더니 정말 약도 잘 먹고, 이렇게 손가락 힘도 세졌어요.”

그리고는 자책하거나 미안해하지 말고 앞으로는 어떤 일을 더 고마워할 수 있을지 찾아보자고 했다.

그날 이후 소중이를 대하는 어머니의 표정에서 미소를 자주 볼 수 있었다. 그새 더욱 건강해진 소중이는 엄마의 품에 안겨 무사히 퇴원했다. 그리고 며칠 후 나에게 감사카드 한 통이 배달되었다.

“선생님, 사실 얼마 전까지 우리 소중이가 작게 태어난 게 제 탓 같아서 매일 울고 자책했어요. 그래서 소중이에게도 매일 웃는 얼굴보다 우는 얼굴만 보여주고,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간호사 선생님들이 아이가 강해서 금방 엄마 젖을 빨게 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힘내서 잘 자라주니 감사하자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그 동안 저희 소중이 잘 보살펴 주시고, 저에게 감사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중이 어머니의 편지에서 나는 감사란 일상의 소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됨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소아청소년간호팀 NICU2 고윤희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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