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간호부 ‘한마음 한뜻 페스티벌’ 참관기

행복한 병원

“나는 인간 생명 위한 감사 실천을 선서합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부 ‘한마음 한뜻 페스티벌’ 참관기

사진②

감사나눔 도입 1주년과 간호사의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서울아산병원 간호부(부원장 김연희, 사진② 가운데)가 개최한 ‘한마음 한뜻 페스티벌’이 지난 5월 23일 오후 3시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동관 6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행사 시작 30분 전에 도착한 기자는 대강당 옆에 위치한 전시실부터 둘러봤다. 전시실 입구에는 ‘100일 감사일기 도전’에 참여한 사람들의 각오를 소개한 세로형 전광판이 설치돼 있었다.

△감사에 제 열정을 불태워 보도록 하겠습니다. 100일 뒤에 변화된 나를 기대하며(박영순)

△입사한지 딱 1년 되는 5월까지 인내와 약간의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도전하겠습니다(우혜민)

△100일 동안 매일 성실하게 감사일기를 써서 착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조아라)

페스티벌을 앞두고 추진된 ‘100일 감사일기 도전’에는 모두 366명의 간호사가 참여했다고 한다. 전체 간호사가 3300명이라니 참가율이 10%를 넘은 것이다.

전시실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길을 끈 것도 감사일기였다. 중앙 탁자에는 ‘비공개’ 감사일기가, 벽면에는 ‘공개’ 감사일기가 배치되어 있었다. 감사일기의 크기와 색깔은 다채로웠다.(사진①)

사진①

화사한 꽃병과 화분, 풍선에 매달린 캘리그라피 카드가 전시실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었다.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안쪽에만 달려 있다’, ‘아프다고 포기하지 마. 사랑은 아픈 거야’ 등 서정적인 캘리그라피 문구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전시실에서 나오자 간호사들이 동료들과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 포토존 맞은편에 있는, 대강당 벽에는 ‘감사로 행복해진 간호 이야기’라는 12자의 큰 글자가 붙어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간호사들이 자신, 동료, 환자, 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직접 작성한 감사카드를 일일이 이어붙인 것이었다. 그 중 한 장의 카드 내용을 소개한다.

“‘선생님, 감사일기 쓰면 정말 변화가 생겨요?’ 100일 감사일기를 시작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후배 간호사가 정말 궁금하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100일 감사일기를 시작하면서 어떤 큰 변화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단지 내 스스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매일매일 사소한 일상부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100일이 지난 지금 내 주변, 나의 일상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눈빛은 행복과 사랑으로 빛나고 있다.

행사가 시작되는 오후 3시 대강당으로 입장했다. 김연희 간호부원장이 개회사를 했고 박성욱 병원장의 격려사, 손욱 행복나눔125 회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40대 선임 간호사들이 후배들 앞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 춤과 노래 공연(사진③)에 이어서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사례발표가 진행되었다.(사진④)

사진③
사진④

 

지면 제한으로 사례발표 중 주요 내용만 정리했다.

□ 133병동 CN 이경희=

감사 교육을 받은 이후 시부모님, 남편과 두 딸 등 가족에게 감사를 표현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 특히 딸에게 감사편지를 쓰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워킹맘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오히려 어린 딸을 다그치고 혼내고 그리고 나서 미안해하곤 했었다. 그런데 감사편지를 쓰다 보니 엄마의 손길이 부족함에도 초등학교에 입학해 잘 적응해준 딸에게 정말 감사했다.

얼마 후에 딸의 숙제를 검사하다가 ‘훌륭한’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이런 문장을 만든 것을 발견했다. “우리 엄마는 훌륭한 간호사입니다.” 그 구절을 보는 순간 정말 감동했다. 더 이상 딸에게 미안해하지 않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기로 했다.

감사실험도 했다. 내가 먼저 밥 실험을 했는데 ‘짜증나! 미워! 싫어!’라고 써 붙인 밥에서만 시커먼 곰팡이가 피었다. 이 실험 결과를 보고 한 간호사가 신기하다며 집에서 양파 실험을 했다. ‘사랑해, 감사해’라고 써 붙인 양파에서만 싹이 무성하게 자랐다. 그래서 우리는 기계에도 감사 표현을 해보았다.

수혈시 의료인 한 명의 수고를 덜어주는 수혈 바코드 리더기가 있다. 그런데 네트워크 연결이 잘 안 되어 무용지물일 때가 많았다. 미리 공지하지 않고 ‘감사합니다’ 스티커를 붙였다. 그리고 몇 달 후 부서 모임 때 이 사실을 알렸더니 요즘 연결 장애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다들 놀라워하였다. 실제로 고장신고 내역을 확인해보니 2015년 월평균 3건(8월에는 12건)이던 것이 올해는 1건으로 줄었다.

 

□ 94병동 간호사 김지선=

94병동은 2015년 2월부터 4월까지 ‘70일 감사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5월부터 이노베이션센터와 협력해 병실 복도에 ‘감사나무’를 설치하여 운영했다. 옆에 이런 내용의 ‘감사나무 사용설명서’를 붙여 놓았다.

“감사할 때 누구든지 감사의 마음을 나뭇잎에 적어 감사나무에 붙여주시면 됩니다.” 그 옆에는 메시지를 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한 줄의 기적! 감사나무’ 사연은 서울아산병원 병원보 6월호에 소개되기도 했다.

감사나무 운영을 통해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감사나무 효과에 대한 반응을 모아보니 다음과 같았다.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고 웬만한 일에는 크게 동요하지 않게 되었다”(김수진 간호사)

“출근길에 감사나무를 보면 의식적으로라도 감사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조무원들)

“어떻게 하면 더 공감하는 간호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김재영 간호사)

“말로 표현하기가 쑥스러웠는데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감사나무가 있어서 좋다”(선예리 신규 간호사)

6년째 장기 환자를 간병하고 있는 한 간병인은 감사나무가 설치된 이후 간호사실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감사나무는 설치 후 지금까지 4계절을 보내면서 계절별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지난해 겨울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어주었다.

또한 감사나무는 간호사와 의사들이 서로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며 윈-윈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작년 연말 회식 때 한 정형외과 교수가 감사나무에 달린 나뭇잎(감사카드) 중 자신에게 써준 것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 말을 듣고 아이디어가 떠올라 교수들에게 환자, 보호자, 의사, 간호사들이 써놓은 감사나뭇잎을 떼어서 감사나무액자를 만들어 선물했다.

 

□ 106병동 간호사 박소정=

130일이 넘는 긴 병상 생활을 하고 있는 환자가 있었다. 폐암, 식도암, 인두암 등 세 가지의 암, 여러 번의 큰 수술, 긴 방사선 치료, 어려운 항암 치료, 동맥 출혈이라는 응급 상황에도 환자와 보호자는 불평 없이 간호사들에게 미소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암이 재발되면서 섬망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재발된 암으로 항암제 치료를 받기로 결정하면서 환자와 보호자는 매우 낙심했다. 이후 치료 경과에 대해 원망과 불만을 표현했다.

힘들어하는 환자, 지치고 절망하는 보호자를 보면서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환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간호사가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자고 마음을 모았다.

간호사들은 “지치고 힘들어도 의료진 믿어주시고 힘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들어도 묵묵히 견디며 치료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등 30감사를 작성했다. 

환자가 종양내과 병동에서 1차 항암치료 후 106병동으로 다시 오던 날, 병동 간호사들이 쓴 30개의 감사 메시지를 액자에 담아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해드렸다.

그들은 “다시 치료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며 간호사들에게 고맙다고 하였다. 환자와 보호자를 위하여 감사액자를 만들면서 간호사야말로 힘들고 지친 환자 곁에 가장 가까이 있고, 그들의 마음을 읽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또한 환자가 새로운 힘을 다시 얻었을 때 그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감사와 보람이 되는지 깨닫게 되었다.

한편 감사를 나눴던 환자가 타계한 후 보호자였던 환자의 아내가 병원을 찾아와 18명의 간호사 전원의 이름을 불러주며 일일이 감사카드를 작성해 전달하고 돌아간 사연도 동영상으로 소개되어 큰 감동을 주었다.(183병동 김은아 발표)

 

간호사들의 나이팅게일 선서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부의 한마음 한뜻 페스티벌은 나이팅게일 감사 선서식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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