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나서 알게 된 사실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걸까,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는 걸까?”
행복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나서 알게 된 사실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폴 고갱의 작품.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뭔지 아십니까?”

검은 눈동자를 가진 사내의 질문에 갈색 혹은 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사람들의 낯빛이 뜨악하다. 사내는 말문이 막혀 잠시 주저하는 듯 싶더니 이내 준비해온 이야기를 꺼낸다.

“인간은 같은 종(種)끼리 전쟁을 하고, 동물은 개미를 빼고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국에서 온 방문객들은 안내자의 말이 여전히 미덥지가 못하다. 그러한 불신은 안내가 이어지는 내내 계속된다. 3시간의 일정이 끝나고 사내는 통역사에게 묻는다.

“제 안내에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네요.”

“그럴 거예요. 그들이 평소 생각할 수 없었던 내용을 가장 먼저 질문으로 던졌으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죠?”

“유럽 사람들은 인간과 동물이 같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사내는 기자를 말하고, 위 상황은 유럽인들이 오두산통일전망대와 임진각을 방문하는 데 마땅한 안내자가 없어 기자가 그 역할을 맡은 것이었다.

문화적 차이가 준 충격이 너무 커 기자는 그들의 생각을 알아보고자 인간과 동물에 대해 다시 공부를 시작하였고, 결국 진화론의 골격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름 진화에 대한 지식을 넓혔다고 생각했는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위와 같은 충격이 또 왔다.

감사나눔신문에 ‘허/심/탄/회 행복론(論) 마당’이 신설되고 나서 행복 관련서들을 읽는 가운데 유독 가슴에 꽂히는 책이 있었다.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생존과 번식, 행복은 진화의 산물이다”라는 부제, “최고의 행복심리학자가 다윈을 만났다”와 “행복을 해부한 과학적 보고서”라는 추천의 말을 달고 나온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의 ‘행복의 기원’이었다.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서 교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간이 현재 가진 신체적 모습과 생각, 감정. 이는 우연히 갖게 된 특징이 아니다. 앞에서 설명했듯 모두 생존에 도움되기 때문에 보유하게 된 특성이다. 그렇다면 행복이라는 감정은 생존에 어떤 도움을 줄까?

다시 말해 인간은 왜, 또 무엇을 위해 행복감을 느낄까?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질문이지만, 학계에서도 아직까지 이 질문에 대해 별로 큰 고민을 하지 않는다. (중략) 오랜 시간 행복을 공부했지만 나도 ‘행복은 왜?’라는 질문을 진화론을 접하면서 갖게 되었다.

이 질문에 대한 내 나름의 생각들이 이제 조금씩 정리되는것 같고, 이것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특히 행복은 ‘비움’, ‘감사’, ‘느림’이라는 공허한 지침들에 지친 이들과.”

서 교수는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 위해 예를 드는 데 그게 아주 충격적이다. 인간에게 길들여진 개의 역사를 등장시키고는 급기야 새우깡을 먹기 위해 서핑까지 하는 요즘의 개에 대한 설명으로 인간의 행복을 연결 짓는다.

“사실 나는 개도 서핑도 관심 없다. 하지만 이 예시는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본질적 속성을 아주 쉽게 설명한다. 한마디로 행복의 본질은 개에게 서핑을 하도록 만드는 새우깡과 비슷하다.

차이점은 인간의 궁극적 목표가 서핑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점이다. 서핑과 생존, 차원이 다른 두 목표지만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이 필요하다. 개 주인이 사용한 수단은 새우깡이었다. 그렇다면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면서 서 교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자연은 기막힌 설계를 했다. 내 생각에, 개에게 사용된 새우깡 같은 유인책이 인간의 경우 행복감(쾌감)이다. 개가 새우깡을 얻기 위해 서핑을 배우듯, 인간도 쾌감을 얻기 위해 생존에 필요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서 교수의 행복론을 잘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그가 세상과 인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행복의 기원’에서 세 가지만 뽑아본다.

“세상은 그 누군가의 계획과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인간은 더 똑똑해지기 위해 살아온 것도 아니다. 물리적 법칙과 화학 반응들에 의해 발생한 것이 우주고, 생명이고, 인간이다. 그 과정에는 어떤 목적도 이유도 없다.”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동물이다. 조금 더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인간은 생존 확률을 최대화하도록 설계된 ‘생물학적 기계’고, 행복은 청사진 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의 본성을 압축한다면 나는‘The ultimate SOCIAL machine(굳이 번역하면… 궁극의 운전 기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회성은 인간의 생사를 좌우하는 가장 독보적인 특성이다.”

존엄한(?) 인간에 대한 서 교수의 정의가 불편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시각에 대한 성찰과 수용은 나만의 행복을 만들어 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폴 고갱의 작품 제목처럼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우리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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