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정서적 치료에 탁월한 책읽기

“마음이 아픈가요? 적절한 책을 읽으세요!”
심리정서적 치료에 탁월한 책읽기

인류는 오래 전부터 책이 치료 효과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루에 무려 71권까지 읽었다는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있다. 그게 가능할까 싶어 KBS 영재발굴단 팀이 그 아이를 취재했다. 확인 결과 사실이었다.

그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소파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저녁밥을 먹을 때도 자정이 넘어서도 책만 보고 있었다. 어머니가 눈을 흘기고 불을 끄자 마지못해 자리에 누웠는데, 문이 닫히자마자 손전등을 켜고 책을 읽었다.

그 아이의 책읽기는 토요일에 절정을 이루었다. 아침 9시 도서관 문이 열리자마자 한아름 책을 고른 다음 점심도 거르며 읽어나갔다. 그때부터 권수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틈만 나면 책을 읽는 모습이 자연스럽기 때문이었다.

여느 부모 같으면 기뻐할 일이지만, 그 아이의 부모는 걱정에 휩싸였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았지만, 그것을 딱히 알아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 아이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가 충격적이었다.

“4학년 때 아이들이 저를 청소도구함에 가두었어요. 그때부터 저는 폭력을 가하지 않는 책과 친구가 되기로 했어요. 친구는 언제든지 저를 괴롭힐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랬다. 그 아이는 무려 2년을 견뎠다. 책으로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며 고달픈 삶을 이어갔다.

그런데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의 말은 더 충격적이었다.

“게임을 하면 빠른 베타파가 나옵니다. 이 아이도 책을 읽을 때 그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해석하고 분석하는 능동적 책읽기가 아니라 수동적 책읽기, 그러니까 게임 중독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던 어머니에게 또 다른 전문의의 말은 몸을 가누지 못하게 했다.

“아이는 독서 다음 단계인 글쓰기로 스스로를 치유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강하게 말리니 책 속으로, 책 속으로, 그렇게 그곳으로 계속 들어갔던 겁니다. 아이들은 책보다 말하고 듣고 어울리며 성장해야 합니다. 그게 발달 과정에 필요합니다.”

오랜 진단이 끝나고 아이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다른 아이들과 어울렸다. 둥글게 모여 배드민턴을 치는 아이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일었다.

다음은 시편 22장 14절에서 19절까지의 구절이다.

“물이 잦아들 듯 맥이 빠지고 / 뼈 마디마디 어그러지고 / 가슴 속 염통도 촛물처럼 녹았습니다. / 깨진 옹기조각처럼 목이 타오르고 / 혀는 입천장에 달라붙었습니다. / 개들이 떼지어 나를 에워싸고 / 악당들이 무리지어 돌아갑니다.

손과 발이 마구 찔러 죽음의 먼지 속에 던져진 / 이 몸은 뼈 마디마디 드러나 셀 수 있는데 / 원수들은 이 몸을 노려보고 내려다보며 / 겉옷은 저희끼리 나눠 가지고 / 속옷을 놓고서는 제비를 뽑습니다. / 야훼여, 모르는 채 마소서. / 나의 힘이여, 빨리 도와주소서.”

이 시에 대해 ‘독서치료 어떻게 할 것인가’의 저자 이영식은 “강력하고 생생한 직유법을 써서 시인이 당하는 고난과 상한 마음을 독자들의 상상의 눈에 선명하게 그려 주고 있다”면서 “독서치료는 책의 ‘심리정서적 치료 효과’에 주목한다.

책이 치료적인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인류가 알고 있었다는 흔적들은 많이 있다”고 말한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게 “인간의 희로애락의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여 치료문학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다윗의 시들이라고 언급한다.

이렇듯 독서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크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입증되었다. 그래서 “독서치료는 문제를 지닌 사람이 적절한 책을 적절한 때에 만나기만 해도 독자 스스로 책을 읽고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 이영식의 지적처럼, 좋은 책과의 만남은 필시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지금도 열심히 책을 읽고 있을 그 아이가 즐겨 읽었던 책은 주로 소설이었다. 타인의 이야기를 보며 감정이입하다 보면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레 치유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때 좀더 적극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며 책을 읽으면 더 나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책읽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옮겨 적는다.

⊙어떤 등장인물이 가장 가르칠 점이 많은가?
⊙어떤 등장인물이 가장 배울 점이 많은가?
⊙어떤 등장인물이 가장 좋은가?
⊙등장인물에 대하여 어떤 점이 싫은가?
⊙어떤 인물을 가장 싫어하는가?
⊙그 인물에 대하여 어떤 점을 좋아하는가?
⊙등장인물들이 갈등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무엇인가?
⊙당신이 그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느낄 것인가?
⊙특정 등장인물이 보다 바람직한 감정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내가 지금과 다르게 느끼려면 어떤 생각, 어떤 반응,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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