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리아 드 랑게 증후군 환우회 여름 캠프

“무거운 삶의 무게를 덜 수 있음에 감사”
코넬리아 드 랑게 증후군 환우회 여름 캠프

성장은 늦고 노화는 빠른 코넬리아 드 랑게 증후군. 함께 있는 시간은 항상 소중하고 감사하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지고 왔을 무거운 삶의 무게를 캠프를 통해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음에 감사했고, 정보도 나누고 사랑도 나누고 희망과 아픔도 나눌 수 있음이 감사했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쉴 틈이 없는 부모들에게 캠프를 할 수 있도록 후원해 준 누군가의 온정이 고마웠다.”

 

환우회 여름 캠프

오랜만에 코넬리아 드 랑게 증후군 환우회 여름 캠프에 참석했다.

둘째를 임신하고 기르면서 캠프에 참석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되기도 하고, 날짜가 맞지 않아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몇 년 동안 참석을 못 했었다.

둘째도 말귀를 알아들을 만큼 자랐고 환우회 아이들의 모습도 보고 싶고 해서 올해는 큰맘 먹고 참석을 결정하고 우선순위를 두었다.

안면도의 한 펜션에서 1박을 했다. 열 가정 정도 참석했는데 몇 년 보지 못한 새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걸을 수 있게 된 친구, 빼빼 말랐었는데 살이 오른 친구, 앳된 얼굴을 벗고 제법 성숙해 보이는 친구 등.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반갑고 고마웠다. 자라는 것 같지 않아 애태우는 부모들의 마음이 무색하게 정말 천천히 아이들은 성장했고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웠다.

 

기다림을 배운다

새로운 얼굴들도 보였다. 창성이 어렸을 때를 기억 못 하고 몇 개월인지를 물었다. 엄마가 네 살이라고 했다.

창성이도 아주 오랫동안, 아마 대여섯 살 때까지 사람들이 아이가 몇 개월인지를 물었던 것 같다. 옛 생각이 났다. 창성이가 몇 개월인지 묻는 사람들의 질문이 부담스러웠던 시간이 있었더랬다.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미소 띤 얼굴로 대화를 이어가 주셔서 감사했다.

네다섯 살이 되어도 아직 걷지 못하는 아이의 부모들은 아이가 언제 걷게 되는지에 관심이 많다. 환우회의 오랜 회원인 부모님들을 통해 늦어도 열 살 안으로는 걸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위안으로 삼는다.

참 많이 기다리면서 산다. 기고, 뒤집고, 앉고, 서고, 걷고…. 다른 아이들이 1년이면 다 하는 것들을 4, 5년을, 어쩌면 그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을 배우고, 지금 모습 그대로 사랑하는 것을 배운다.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하긴 하지만, 재촉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된다.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기도 하고, 조금 더 건강한 모습으로, 조금 더 오래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 작은 소망으로 하루하루를 견뎌온 시간 덕분에 어느새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해졌고 기대보다는 감사의 마음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게 되었다.

 

나눌 수 있어 감사

십 대 중반의 친구들은 벌써 흰머리가 많다. 성장이 늦은 반면 노화가 빠르다. 창성이도 그렇게 나이 들어갈 것을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저린다.

정말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은데….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길지 않은 것을 생각하니 지금 이렇게 함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일만큼은 미루지 않으며 살아야 할 텐데. 일상이 너무 바쁘다.

아이들의 모습은 언제나 사랑스럽다. 호기심 많은 한 친구는 계속 돌아다니며 사고를 치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청각이 좋지 않은 창성이가 내는 특유의 소리와 너무 비슷한 소리를 내는 친구도 있어서 창성이인 줄 알고 착각하기도 했다. 증상이 가벼워서 말도 하고 피아노도 치는 아이들도 있는데 정말 부러웠다. 창성이도 말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창성이가 말을 하는 꿈을 가끔 꾸기도 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지고 왔을 무거운 삶의 무게를 캠프를 통해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음에 감사했고, 정보도 나누고 사랑도 나누고 희망과 아픔도 나눌 수 있음이 감사했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쉴 틈이 없는 부모들에게 캠프를 할 수 있도록 후원해 준 누군가의 온정이 고마웠다.

짧았지만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던 시간을 통해 충전을 경험하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내년에도 친구들의 건강한 모습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박연숙 글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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