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영화를 만든 사람은 기독교인의 윤리의식과 회개라는 신앙적 결단을 비판하였다. 기독교인들에게는 기분이 안 좋았겠지만 거기에는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반성할 기회를 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영화의 줄거리를 보면 웅변학원 원장이 학원생을 유괴하여 돈을 요구하다 아이를 살해한 죄로 감옥에 갔다. 아이를 잃은 엄마는 슬픔에 빠져 살고 있었고 마침 그때 동네 이웃 교인의 전도를 받아 교회를 출석하며 교인들로부터 위로를 받으며 살았다. 그녀는 교회에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서를 배웠고 그 사랑과 용서를 실천하기 위해 꽃다발을 들고 살인범을 면회하러 갔다. 그 여인으로서는 대단한 결단을 하고 찾아간 것이다. 

그런데 면회실 창구 너머로 보이는 유괴 살인범은 너무나 평안한 표정으로 아이의 엄마를 대면했다. 그리고 이 엄마가 뭔가 말하기도 전에 자기는 하나님께 다 용서를 받아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아들을 죽인 원수를 용서해주려고 큰 결심을 하고 갔던 이 엄마는 그 순간 분노를 못 이겨 어찌할 바를 모른다.

“내가 용서를 하지 않았는데 무슨 용서를 받았다는 말인가? 나는 아직 용서를 못했는데 왜 하나님은 나의 동의도 없이 저 사람을 용서해 줄 수 있는가?” 

용서를 받았다는 뻔뻔한 살인범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녀는 그동안 교회에서 배운 사랑과 용서라는 것이 위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많은 기독교인들이 저런 식으로 회개하고 죄사함을 받았다 확신하며 사람들을 속이고 하나님을 속이고 있을까? 나 때문에 식음을 전폐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누군가가 있는데 어찌 그 사람의 고통은 눈곱만치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죄를 용서받았다며 기쁨으로 할렐루야 찬송하며 천사처럼 말할 수 있는가? 

먼저 죽은 아이의 엄마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지 않은 그것은 회개가 아니라 가증스러운 기만인 것이다. 진정한 회개란 하나님께만 아니라 내가 저지른 일로 고통을 당하는 당사자에게 먼저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당사자에게 용서를 받고 받지 못하는 것은 다음 문제이다. 먼저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진정한 뉘우침이 있어야 한다. 진정한 뉘우침이 피해 당사자로 하여금 느껴지게 해야 한다. 유괴와 살인죄로 감옥에서 형을 산다고 피해자 가족의 아픔이 치료되는 것이 아니다. 

예수께서도 “예물을 제단에 드리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 들을 만한 일이 있는 줄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고 했다. 
감사 10계명 가운데 열 번째는 ‘겸손하게 허리 숙여 감사하라’고 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한 일이 있으면 감사를 표현하기 앞서 먼저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라는 뜻이다. 상대방은 상처를 받아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감사 편지를 건네면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상대방에게 더 큰 고통을 주게 된다. 따라서 용서를 구한다는 것. 이것은 겸손의 표시요 감사 표현의 또 다른 패러다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