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창

 

존 번연이 쓴 ‘천로역정’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견립(堅立)이라는 사람이 천성을 향해 가는 도중에 수포(水泡)라는 여인을 만났다. 수포라는 여인은 고운 옷을 입고 견립을 유혹했다. 그렇지만 견립은 완강히 수포의 유혹을 뿌리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포는 웃음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견립을 유혹했다. 이에 견립은 두 손을 들어 기도를 했다. 그러자 수포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명예욕과 부귀욕과 육욕(肉慾)을 갖고 있다. 유혹은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하고 탐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유혹의 속성은 ‘철저한 파괴’이다. 우리가 유혹에 넘어가 죄에 빠지면 나를 유혹했던 그 유혹은 나를 철저히 파멸시키지 않고는 떠나가지 않는다.

성경에 나오는 삼손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삼손은 힘이 장사여서 그 누구도 이겨내지 못하였다. 그는 나귀 턱뼈 하나로 한 번에 적군 일천 명을 쳐 죽일 정도로 외부로부터의 공격에는 백전백승의 용사였다.

그러나 외부의 공격에는 패배를 몰랐던 그도 내부의 작은 유혹에는 너무나 무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삼손에게 결정적인 취약한 약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육신의 정욕이었다. 기생 드릴라의 유혹에 넘어가 절대로 밝혀서는 안 되는 자신의 힘의 비밀의 원천을 알려 줌으로 인해서 결국에는 두 눈이 뽑히고 노예로 전락하는 비운을 겪게 된다. 삼손에게 그의 비밀을 알아내고자 집요하게 유혹을 했던 드릴라는 결국 그녀의 목적을 이루고 삼손을 파멸에 이르게 하고 나서야 비로소 비웃으며 그의 곁을 떠난다.

유혹은 주로 우리 눈을 통해서 들어온다. 눈을 통해서 들어온 유혹은 마음을 점령하고 행동으로 옮기게 만든다. 따라서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보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플라톤의 제자인 토로킬러스는 바다에 배를 띄워서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한번은 배를 타고 바다에 가서 놀다가 갑자기 풍랑을 만나서 배가 다 깨어져 죽을 뻔하고 겨우 살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집은 바로 바닷가에 있었는데 그는 그 후로 바닷가로 향하는 창을 다 막았다.
하루는 친구가 와서 “이 좋은 바다의 경치를 내다볼 수 있는 창들을 왜 이렇게 다 막았느냐?”고 묻자, 그는 “내가 지난번 배를 타고 나갔다가 죽을 뻔해 다시는 배를 타지 않기로 결심을 했다. 그런데 만일 이 창을 그냥 두었다가는 따뜻한 봄날이 오면 이 창으로 잔잔한 바다를 바라볼 것이고, 그러면 다시 바다로 나갈 생각이 들까봐 아예 바다가 보이는 창을 막은 것이다”라고 했다. 
사람마다 누구나 취약한 약점이 있다. 그런데 그 약점은 자기 마음을 시험하는 창을 통해서 들어온다. 이 창을 내다보면 우리가 언제 어떤 시험에 빠질지 알 수가 없다. 나를 늘 넘어뜨리는 시험의 창을 미리 알아서 아예 그 방면을 단단히 막아버리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유혹에 잘 넘어가는 원인 중에 하나가 홀로 한가로이 있을 때이다. 내가 할 일을 열심히 하노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시시한 일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법이다.
내가 하는 일 중에 가장 유익하고 보람된 일은 감사를 쓰는 일이다. 감사를 쓰는 시간만큼은 그 어떤 유혹도 내 옆에 접근하지 않는다. 그래서 감사야말로 가장 강력한 항암제요 방파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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