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온다

 

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한반도 평화 바람이 오락가락합니다. 봄바람인가 싶더니 겨울바람이 불고 겨울바람인가 싶더니 봄바람이 붑니다. 

빠른 시일 내에 비핵화된 한반도를 바라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인가 싶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갈수록 폭력과 전쟁이 줄어들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스티븐 핑커 교수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평화를 추구하도록 이끈 마음을 네 가지로 꼽았습니다.

첫째, 감정 이입입니다. 감정 이입은 공감적 염려라는 의미에서 우리로 하여금 남들의 고통을 느끼게 하고, 그들의 이해와 우리의 이해를 연결 짓도록 만듭니다. 인간의 타고난 인지적 도구인 타인의 관점 취하기와 타인의 표정, 행동, 상황을 근거로 그의 생각과 느낌을 추측하는 능력인 마음 이론이 감정 이입을 가능케 합니다.

둘째, 자기 통제입니다. 자기 통제는 충동적 행동의 결과를 예상하게 하고, 그에 따라 적절히 절제하도록 만듭니다. 대부분의 폭력이 자기 통제 상실의 문제로, 폭력이 역사상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던 현상, 즉 중세 유럽에서 근대 유럽으로 넘어오면서 살인율이 30분의 1로 줄었던 현상이 자기 통제 때문이었다고 해석됩니다. 

셋째, 도덕 감각입니다. 도덕 감각은 같은 문화 속 구성원들의 상호 작용을 다스리는 일군의 규범과 터부(금기)를 규정하기 때문에 때로는 폭력을 줄이기도 하지만 부족적, 권위적, 청교도적 규범과 같은 경우 오히려 폭력을 늘리기도 하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합니다. 인류의 안녕에 전체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지만 간혹 적절하게 발휘됨으로써 계몽 시대의 인도주의 혁명이나 최근의 권리 혁명과 같은 기념비적인 발전을 이루기도 합니다. 

넷째, 이성입니다. 이성의 능력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만의 편협한 관점에서 벗어나게 하고,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반성하게 하며, 더 나아질 방법을 찾게 합니다. 자기 통제나 도덕 감각 등 본성의 다른 선한 천사들을 활용할 때 길잡이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핑커는 ‘윤리의 범위를 계속 팽창시키는 추진력은 부드러운 감정 이입이 아니라 단단한 이성’이라는 피터 싱어의 ‘이성의 에스컬레이터 이론’을 언급하며 이성의 확장으로 인류가 점차 더 똑똑해지면서 도덕의 진보와 폭력의 감소를 일구어 냈다고 이야기합니다. 

네 가지를 줄여서 말하면 인간은 갈수록 내면의 악마를 줄이고 협동성과 이타성을 늘려간다는 것입니다.

 

평화사상가, 안중근
동양의 대표적인 평화사상가는 안중근 의사입니다. 저격이라는 무력 수단을 사용했는데 어떻게 그런 타이틀을 붙일 수 있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여기서는 안중근 의사 순국 106주년 기념을 앞두고 EBS에서 제작한 지식채널e에서 방영한 내용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는 테러리스트다.” 2014년 1월 20일 일본 관방장관 정례회견에서 나온 말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1909년 10월 30일 안중근은 체포 후 첫 심문을 받습니다. “무슨 이유로 이토 공을 저격하였는가?”라고 묻자 “이토는 동양의 평화를 교란했다. 러일전쟁 때부터 동양 평화 유지와 대한의 독립 보장을 말했으나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고 대답했습니다. 69년 후 그가 옥중에서 써 내려간 ‘동양 평화론’이 일본 국회도서관 자료실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몇 구절만 소개합니다.

‘수백 년 동안 유럽 열강을 이끈 것은 도덕을 상실한 마음이다.’

‘귀중한 생명이 무수히 희생되니 이들의 시체로 피바다를 이루는 날들이 끊이지 않는다.’
‘서양이 동양을 침탈하는 암울한 현실에서 힘을 다해 방어하는 것이 제일 가는 방법이다.’
끝 무렵 일본 메이지대학 법학과 사사가와 노리카추 교수의 말을 전합니다.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는 오늘날 유럽연합에 비할 만한 혜안이었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100여 년 전 동양의 평화를 꿈꾼 청년 안중근’이라는 자막을 내보냅니다.

여기서 안중근 의사를 회고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본성상 인간은 전쟁과 폭력을 줄여가고 있지만, 이때만 해도 동양과 서양 체제의 대립으로 이 틀을 깨기는 어려웠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훈풍이 불 것에 미리 감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은 북한과 미국, 나아가 동양과 서양의 대립 구도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닙니다. 협상과 토론, 설득과 양보로 이루어지는 평화, 즉 단 하나의 물리적 충돌도 없는 회담으로 일구는 평화입니다. 이는 스티븐 핑커의 말대로 ‘선한 천사’의 본성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지난 5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취소 방침을 전하는 공개서한 앞부분을 잠시 보겠습니다.

“우리는 양쪽 모두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로 예정돼 있던 회담에 관련하여 당신이 시간과 인내, 노력을 보여준 데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신문이 나올 무렵 북미정상회담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체제가 하는 일도 있지만, 그 체제 안의 사람들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믿습니다. 공개서한 첫 문단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의례적인 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곳곳에서 ‘감사’를 표현하다 보면 우리의 선한 본성은 분명 넓어질 것입니다. 또 트럼프나 김정은은 똑똑합니다. 똑똑함이 폭력을 줄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마 잘 될 것입니다. 한반도에 훈풍이 불 것입니다. 그럴 것에 모두에게 미리 감사합니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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