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소리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아버지를 모시게 되면서부터 나는 빨래를 삶기 시작했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으면 곧바로 실수를 하시기 때문이다. 7년 정도 된 것 같다.

성능 좋은 세탁기가 있는 이 시대에 손빨래를 하고, 또 삶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빨랫돌이나 빨래방망이도 없이 욕조 바닥에서 손으로 비비며 하는 빨래는 불편한 자세를 한동안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허리도 아프고, 땀도 나고, 빨래비누로 인해 손도 꺼칠해지고, 심지어 손톱 옆 부분은 갈라지기도 했다. 겨울이면 두터운 내복, 여름에도 얇은 내복까지 빨아야 했다.

지금은 이전보다 횟수도 줄고, 요령도 늘어서 힘든 게 줄어들었다. 무엇보다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부터 마음의 불편함이 사라졌다. 지금도 빨래는 이따금씩 한다. 금년에 99세이신 아버지의 실수가 생길 때와 목욕탕에 모시고 갔다 온 후에만 하는 일이다. 횟수가 줄어든 것은 아버지께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안정을 유지하신다는 것이다. 

빨래를 2년쯤 하던 때, 나는 행복나눔125 지도자 과정을 수료하게 되었고, 아내에게 100감사를 전달하고, 이어서 아버지께도 100감사를 전달했다. 100감사 노트를 받으시면서 아버지도 좋아하셨지만, 그보다 나의 마음에도 감사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아버지의 식사량은 점점 줄고 있고, 반찬을 여러 가지로 차려 드려도 몇 가지 외에는 아예 수저를 대지도 않으시는데, 그러면서부터는 대소변 가림이 매우 좋아지셨다.

어려서 아버지와의 친근감이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가르침은 별로 기억이 없다. 그런데 아버지와 10년을 같이 살다보니 아버지의 특성을 통해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의바르고, 근면하고, 성실하고, 한 번 결정한 것은 끈기있게 추진하고, 절제하고, 절약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등등.

지금 그 연세까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이러한 특성을 잘 지키고 계시는데 연유한다. 이 또한 내가 불편하게 느꼈던 것이지만, 아버지의 삶의 모습을 통해, 어느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배우게 된 인생의 가르침인 것을 알게 되니, 아버지,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런가 하면, 며느리인 아내는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뒤늦은 시집살이(?)를 10년간 계속해온 아내에게 진정으로 감사합니다! 우리 가족만의 삶을 누리며 성장한 우리 아들딸은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무엇을 느끼고, 엄마를 힘들게 한 아빠의 삶을 통해, 감사하다고 느끼는 것이 있을까? 어떤 내용으로 감사함을 느낄까? 그것을 위해 내가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갖고 힘써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한종진 행복나눔125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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