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감사 - 리틀 포레스트:사계절(Little Forest: Four Seasons)

 

자극적인 요소 없이 밋밋해 보이는 이야기로 만들어진 국내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화제를 모았었다. 극장을 찾은 주된 이유는 힐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는 어떤 연유인지 그 영화를 보러 가지 않았다. 영화의 재미는 무엇보다 긴박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서였다.
그러다가 함께 숲 공부를 하는 분한테 이 영화의 일본판 이야기를 들었다. 

잠시 기억해 두었다가 집에서 숲 관련 책을 보는데, 불현듯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결기가 솟았다. 결기라 한 것은 일본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바로 실천에 옮기겠다는 다짐이었다. 

화면은 단순하게 흘러가는데 내 시선은 폭력 수위가 높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보다 더 깊이 꽂히고 있었다. 일상에서 오는 고단함이 폭발 직전에 있을 때 폭력 영화의 잔혹함을 보며 분노를 사라지게 하던 내가 왜 지금 저리도 풋풋한 행동만 이어지는 모습에 빨려들고 있을까? 잘 살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주어진 자연에 진정성만 퍼부으면서 알맞은 만큼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그림에 왜 올인하고 있을까? 라면조차 끓이기 싫어할 때가 많은 내가 식혜, 잼, 소스, 호두밥, 밤조림, 말린 고구마, 청둥오리 구이, 크림 스튜, 푸성귀 볶음, 낫또모찌, 인도의 전통빵 난, 찐 감자, 감자 샐러드 등을 느린 걸음으로 만들어 먹는 여유로움에 왜 나를 던져 넣고 있을까?

한때 기자는 자연식을 공부했고, 채식만 한 적이 있었다. 그 시기에 나는 하나의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게 되었다. 거기에는 자연의 섭리가 끼어들 틈이 없었고, 오로지 많이 먹게 하고 많이 버리게 하는 자본의 논리만 가득했다. 그걸 절실히 깨달았으면서도 나는 그 세계를 버렸다. 음식 공부를 중단했고, 고기를 다시 입에 댔다. 번거로움 때문이었다.

농사짓고 딱 자기만큼 음식을 만드는 게 번거로운지 힘든지 고향을 떠난 주인공은 다시 돌아와 한바탕 춤을 추었고, 영화는 끝났다. 전원을 끄면서 내 입에서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아름답다.’ 무엇이 아름다웠을까? 모든 게 아름답게 느껴졌다. 자연 속에서 태어난 딱 그만큼 사는 사람들이 아름다웠고, 숲을 제대로 보려고 애쓰는 요즘 숲이 아름다웠고, 슬로우 푸드로 만들어진 음식이 아름다웠고, 무엇보다 숲에서 나고 숲으로 간다는 그 팩트를 또 깨달았다는 것이 아름다웠다.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리틀 포레스트:사계절’ 모든 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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