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상 받기 위해 시작한 감사

 

감사병영을 실천하고 있는 육군 2작전사령부(사령관 박한기)의 1000감사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일 5감사, 100감사 쓰기는 군부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많은 부대원들이 1000감사를 썼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입니다. 53사단 사단장 시절부터 감사를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박한기 대장의 리더십과 이에 공감하는 부대원들의 마음이 통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에 본지는 1000감사를 작성한 부대원들의 ‘1000감사 작성 후기’를 5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감사합니다.(편집자 주)

2017년 9월부터 모든 부대에 1000감사 쓰기를 실시하고 있는 2작전사령부의 감사 활동은 오래되었습니다. 2015년 ‘무열 감사나눔 페스티벌’ 모습입니다.

하루 10감사, 가능할까?
군 입대를 한 뒤에 처음으로 의무적인 감사를 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평소 일상에서 당연하다거나 사소하다고 느꼈던 타인의 호의와 희생이 얼마나 많았는지, 제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는지 처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처음 파견지에서 1000감사 소식을 들어 시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저 포상을 받겠다는 생각에 시작했었습니다. 사실 초기에는 하루에 10개씩이나 남들에게 감사할 내용이 있을까 의문을 가졌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사소한 감사들로 페이지를 채워가는 날들이 지나가며 남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과 격려, 응원을 받고 있는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작전이나 일과 작업 중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전해주는 사소한 격려 한 마디가, 무더운 더위에 지쳐 있을 때 전해주는 시원한 물 한 잔이, 매서운 겨울바람에 떨고 있을 때 전해주는 작은 손난로 하나가, 모두 소중하고 감사한 일들이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표현이 자연스러워지다
군 입대를 하고 난 뒤에 감사노트를 작성하기 전까지 저는 다른 사람들의 친절이나 선행을 마치 당연한 거처럼 여길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저 그들의 위치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단정 지을 때가 많았고, 그들이 감당했던 희생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으며 관심조차 가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감사노트를 작성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의식적으로라도 감사표현을 하곤 했었는데, 감사를 글로 표현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렇게 말로 감사표현을 하면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이 모두 기분이 좋고 화합과 단결도 더 잘 되는 것 같이 느꼈습니다. 그동안 감사표현을 많이 하며 살아온 것이 아닌 저에게는 단순한 감사인사 한마디조차 부끄럽고 어색했습니다. 그렇지만 하루하루 감사하는 날이 많아지고 감사를 표현하는 빈도가 늘어날수록 감사표현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익숙해졌습니다.

 

긍정적인 변화가 오다
저는 감사노트를 쓰며 감사하는 것만 배운 것이 아닙니다. 감사노트를 쓰며 그 내용을 한 번씩 읽어보고 제가 감사했던 부분을 남들에게도 실천하려 노력했고 반대로 남들에게 상처나 불쾌감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조금씩 자제하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대 내에서 함께 고생하는 전우들이나 간부님들, 부대 운영에 도움을 주시는 분들과 항상 응원하고 걱정해주시는 부모님과 친구들에게도 감사를 표현하는 일이 많아졌고, 이렇게 감사를 표현할 뿐만 아니라 내가 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군 생활을 더욱 성실하고 의미 있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감사노트를 단지 포상만을 바라보고 의미 없이 글로만 감사하다고 적을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일기를 적듯이 조금씩이라도 진심을 담아 기록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감사가 자신에게 돌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우애가 다져지다
저를 비롯한 많은 육군 장병들은 1년 9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언제나 전역을 할까 하며 의미 없이 시간을 때운다는 생각으로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안주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감사노트에 하루하루 감사한 일들을 조금씩 적으며 노트를 채워나가면 미래에 전역하는 날에 그래도 조금은 의미 있는 군 생활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것 같습니다. 그때가 되면 군 입대 때와는 다른, 조금 더 긍정적이고 일상의 작은 사건에서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자신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감사노트를 적으며 내용을 고민하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주위의 전우들을 한 번 더 바라보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가끔 고민이 있는 전우의 표정이 보이기도 하고, 몸이 아픈 전우가 보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처음에는 그저 포상을 목표로 시작했고, 그 다음에는 단순히 내가 감사한 일들을 기록하기 위해 하던 것이지만 다른 사람과 한 번 더 눈을 마주치고 한 번 더 대화를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전우들과 더 가까워지며 전우애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전역 뒤에도 이어질 감사
제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감사란 어떤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감사하며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이렇게 감사가 도움이 되며 돌고 돌다가 결국에는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1000감사를 계기로 남들에게는 더욱 감사를 많이 표현하도록 노력하고 저 또한 남들에게 친절을 행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최대한 도움을 주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전역을 하고 난 뒤에도 하루에 10개까지는 힘들겠지만 매일매일 조금씩 감사한 일들을 찾아보고 꾸준히 기록하겠습니다.

이번 1000감사를 쓰며 성취도 있었고 고민도 많이 했지만 결국 이것으로 인해 저에게 좋은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더욱 더 열심히 하는 1115공병단 190대대 공병2중대 상병 박현민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현민 상병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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