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소리

 

도보여행 102일째다.
처음 걷기를 시작했을 때의 낮설음과 막막함은 어느새 여유로움으로 바뀌어 만나는 사물과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비춰주는 것 같다.
언제나 들리고 접하는 소리는 독촉과 꾸중과 지적이 난무하던 환경에서 날마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사물을 만나 부담없이 대화하고 생각하니 하루의 99%가 긍정의 생각이요 행복의 시간이다.
장아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도 않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아무리 단단한 것도 장아찌가 되고 말듯 긍정의 시간 속에서 늘 살다보니 내 몸이 긍정의 에너지로 변화된 느낌이다.
빠르고 급하게 처리되는 업무환경 속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오감이 살아나는 게 느껴진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풀벌레소리에도 반응한다.
새벽에 나누는 새들의 대화가 정겹고 낮에 나누는 대화는 생동감이 느껴진다. 코를 자극하는 멀구슬 꽃향기에 온몸이 반응하며 감사와 행복이 충만해진다.
이젠 멀리서 꽃나무가 보여도 향기가 코끝에 닿는 듯 반응한다.
집앞 정원의 꽃 한송이가 피어나고 지는 모습이나 그 작은 꽃 속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곤충들의 삶의 향연을 보노라면 ‘이런 세상도 있었구나’라며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마이크로 코스모스(Microcosmos)의 세계를 들여다보는게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그런 세계를 모르고 오늘을 지나쳐 버리는 도시인의 삶이 안타깝게 여겨진다.
우주여행이나 심해저 여행은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재도 꿈같은 이야기지만 화단에서 작은 우주를 보는 건 누구나 지금 즉시 가능한 일이다.
도보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생각할 시간이 많다는 점이다. 일부러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자연을 보면서 걷다 보면 자연스레 생각이 나고 순간적인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
복잡하고 빠듯하고 획일적인 업무환경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원시의 삶 속에서 4차산업혁명이 쓰나미처럼 다가오는 작금의 현실을 관조하며 지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접하는 사물이나 사람이 모두 감사하고,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감사하고, 전혀 뜻밖의 제안을 받아서 감사하고, 사탕 하나 감자 한 접시에도 가슴 뭉클해지는 소박한 감동을 늘 맛보는 도보여행이 참 맛있다.                                               

<(주)코어넷 대표 소흥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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