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말은 “씨”나 “님”을 붙이면 존칭이 된다. 그리고 사람에만 존칭을 쓰지 사물에는 쓰지 않는다. 흔히 다른 분의 성을 이야기할 때는 “씨” 자를 붙이고 자기 성을 말할 때는 겸손하게 “가”를 붙여 쓴다. 초면에 인사를 나눌 때 “성씨가 어떻게 되십니까?” 하고 물으면 성이 김씨이면 “김가입니다”라고 겸양해야 하는데 젊은 분들 가운데는 “김씨입니다”라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은 국어 시간에 잠깐 졸았던 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와 같이 “씨”와 “님”은 존칭을 뜻하는 접미사인데 우리는 말과 글에 “씨”를 붙여서 말씨와 글씨라고 한다. 이러한 우리말을 볼 때 우리 조상들은 사람이 아닌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인 말과 글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온 민족이다. 영어나 중국어나 일본어를 비롯한 외국어에도 존칭은 있으나 우리의 말씨나 글씨처럼 말이나 글, 그 자체에 존칭어를 붙여 쓰지는 않는 것 같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시대에 과거 시험을 보아서 사람을 뽑아 놓고 신언서판(身言書判)의 네 가지 기준에 따라서 다시 사람됨을 보고 관직을 맡겼다. 우리나라도 중국의 영향을 받아 사람을 평가할 때 외모인 신(身) 다음에 말을 두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그리고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는 것을 보면 말을 아주 중요하게 여겨왔다. 

오늘날 말이 각기 다른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것이 실험에 의하여 밝혀지고 있다. 가장 에너지가 높은 말이 “감사”이고 가장 에너지가 낮은 말이 “우울”이다. 감정을 나타내는 이런 말들 외에 역사적으로 단어 자체가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말들이 있다.

우리나라 말에도 다른 사람을 폄하하는 말들이 있는데 미국에는 인종을 차별하는 의미의 말이나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금기로 되어 있다. 특히 아프리카 흑인들을 이야기하는 Nigro라는 단어는 언론 매체들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인종 차별적 단어를 입에 담았다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미국의 삼대 피자 업체의 하나로 전 세계에 5000여 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파파존스이다. 회장 존 슈나터가 이 단어를 사용하여 흑인들을 인종 차별했다고 하여 불매 운동이 벌어져서 매출액이 급감하였다. 이사회에서는 회장의 퇴임을 종용했고 회장은 사임을 발표했다가 일주일 만에 사임을 번복하면서 오히려 사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가 자신의 창업 자금을 마련하려고 팔았던 자신의 스포츠카를 도로 매입했을 때만 하더라도 자신의 성공에 대하여 감사하다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존 슈나터가 더 이상 겸손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신언서판으로 따져 보면 두 번째 언(言)을 잘 못할 수 있는데 그 잘못을 인정하고 회장에서 사임하기로 했던 것이다. 사실 연봉 1800만불(200억원)의 자리를 선뜻 사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신언서판의 마지막 기준인 판(判)으로 볼 때 사임을 번복하는 것은 잘못이 또 다른 잘못으로 발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는 매일매일 많은 말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냥 말을 할 것이 아니라 말씨를 곱게 사용하면서 수동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는 말씨를 사용하고 적극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말씨를 골라서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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