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환의 감사스토리텔링

삶에 대한 감사
“하늘은 나에게 영웅의 면모를 주지 않으셨다/ 그만한 키와 그만한 외모처럼/ 그만한 겸손을 지니고 살라고.” 박노해 시 ‘삶에 대한 감사’는 결핍마저 감사 목록에 올렸습니다. “하늘은 희생과 노력으로 이루어낸/ 내 작은 성취마저 허물어 버리셨다/ 낡은 것을 버리고 나날이 새로워지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In spite of) 감사할 때 좌절조차 혁신의 변곡점이 됩니다. “하늘은 나에게 사람들이 탐낼만한/ 그 어떤 것도 주지 않으셨지만/ 그 모든 씨앗이 담긴 삶을 다 주셨으니/ 무력한 사랑 하나 내게 주신/ 내 삶에 대한 감사를 바칩니다.” 삶에 대한 감사, 전무(全無, Nothing)에서 만유(萬有, Everything)를 창조하는 인생 법칙입니다. 


불문학자 김화영 교수는 1960년대 군복무 시절에 문맹 사병들에게 한글을 가르쳤습니다. 사병들이 고향의 아내로부터 편지가 오면 그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루는 한 사병이 건네준 봉투 속에서 편지를 꺼냈더니, 백지 위에 손바닥을 펴서 짚은 채 다섯 손가락의 윤곽을 따라 연필로 줄을 그은 손 그림이 나왔습니다. 그 밑에는 삐뚤빼뚤 서툰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저의 손이어요. 만져주어요.” 김 교수는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사랑의 편지’를 봤다고 자신의 에세이집에서 고백했지요. 인류 최초의 회화 작품으로 평가받는 프랑스 쇼베 동굴의 벽화도 바로 손 그림이었습니다. 손, 감사와 사랑의 표현 도구입니다. 

근자열 원자래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 <논어>에 나오는 말입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은 저절로 찾아오지요. 한 세미나에서 비슷한 말을 들었습니다. “가장 뛰어난 관광지는 현지에 사는 원주민이 행복과 긍지를 느끼는 곳이다.” 하버드대 연구팀이 건강한 대학생 126명을 무작위 선발해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부모님의 애정을 얼마나 느끼는지 확인하는 조사였지요.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을 다시 불러 건강검진과 심리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어머니와 사이가 안 좋다”는 응답자의 91%가 알코올중독이나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행복한 가정, 행복한 세상 만들기의 첫걸음입니다. 

무소의 뿔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 최초의 경전 <아함경>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못할까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제대로 알지 못함을 걱정하라.” 공자의 제자들이 스승의 언행을 기록한 <논어>의 한 구절입니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 앞에는 걱정할 것도,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걱정하면 지는 것이고 설레면 이기는 것이랍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사자처럼 담대하게, 바람처럼 자유롭게, 연꽃처럼 고고하게,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감사 불꽃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밥상
“동아일보를 퇴직한 후 송건호는 식구들을 피해 이 방 저 방 옮겨 다니며 밥상을 책상 삼아 글을 썼다. 그가 남긴 대부분의 글은 밥상 위에서 탄생했다.” 옥천신문사에 걸려 있는 서예가 김성장의 붓글씨 작품입니다. 1974년 동아일보 편집국장 송건호는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던 후배 기자들이 해직되자 결단을 내렸습니다.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사주에게 사표를 던졌던 겁니다. 이후 현대사 연구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수많은 역저(力著)를 남겼습니다. 개그맨 송은이도 방송국이 부르지 않자 스스로 기획자로 변신해 새로운 영역을 창조했지요. 책상이 없으면 밥상을 책상 삼는 용기, 판이 없으면 판을 만드는 기개로 또 하루를 시작합니다. 

감사의 촛불
촛불의 밝기는 항상 같지만 낮과 밤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릅니다. 대낮에는 있으나마나한 존재이지만 어두운 밤에는 뚜렷한 존재감이 드러납니다. 여기 두 개의 촛불이 있습니다. 불평의 촛불은 낮에도 화를 내고, 밤에도 화를 냅니다. ‘왜 나를 아무도 몰라주지?’ ‘왜 나만 혼자 고생해야 하는 거야?’ 감사의 촛불은 낮에도 기뻐하고, 밤에도 기뻐합니다. ‘내가 빛나지 않아도 세상이 밝아서 좋구나!’ ‘내 작은 빛으로도 세상의 어둠을 밝힐 수 있어서 좋구나!’ 감사의 촛불은 어두운 곳은 밝게 만들고, 밝은 곳은 더 밝게 만들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냉소와 증오가 익숙한 세상, 그래도 우리 아이들만은 감사의 촛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지환 감사경영연구소장

소중한 글입니다.
"좋아요" 이모티콘 또는 1감사 댓글 달기
칭찬.지지.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감사나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