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행복을 위한 감사나눔의 여정

성남시 취약계층을 상대로 진행된 드림스타트 감사테라피 행복교실 전경. 금요일마다 이곳을 찾아 헌신적으로 감사나눔을 실천한 박희보 팀장(왼쪽)과 호영미 강사(오른쪽).

 

감사나눔 현장보고서를 독자에게 제출합니다. 이 보고서는 성남시청 아동보육과 드림스타트팀 박희보 팀장이 지난 7월 9일 성남시청에서 열린 제38회 행복나눔125 리더스포럼에서 발표한 사례보고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드림스타트 팀’은 지금까지 4년여 동안 주위의 무관심과 몰이해에도 불구하고 박희보 팀장과 호영미, 이주항, 김세은 강사를 주축으로 매주 금요일 심혈을 기울여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습니다. 또한 1251일 동안 밴드에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감사쓰기를 하며 취약계층 가족들의 참여와 활동을 독려해온 윤영자 회장의 헌신도 잊어선 안 될 것입니다. 지역 현장에서 취약계층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이 보고서가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우선 용어 정리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맨 앞에 나오는 ‘드림스타트’란 무엇일까요? 박희보 팀장이 제공한 자료에 첨부된 설명에 따르면, “취약계층 아동에게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하여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고 공평한 출발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드림스타트 사업에 참여하는 가정의 형편은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매우 열악합니다. 대부분의 부모가 건강상의 문제, 약물 중독,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박 팀장은 취약계층의 현실을 다음과 같이 진단했습니다.

“사회적, 경제적 위기와 양극화는 가족해체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부모는 생업 등으로 자녀를 돌볼 수 있는 기능이 약화된 상태입니다. 부모의 건강상 문제로 인한 근로의 단절, 우울증과 무기력증, 알코올중독 등 여러 가지 문제는 아동의 인지, 정서, 신체적 발달 등에도 고스란히 전이되며 심각한 역작용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결국 부모의 가난과 문제들이 아동에게 대물림되는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드림스타트팀을 맡으면서 박희보 팀장은 ‘부모와 아동의 심리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제의 당사자가 스스로의 문제를 풀어 나가야겠다는 의지를 가지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영원히 풀릴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요청되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입니다. 왜냐하면 취약계층 가정도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2세인 아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새로운 ‘스타트’의 ‘드림’만 줄 수 있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취약계층 가정의 문제는 사실 아동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있습니다. 박 팀장은 아동 양육 환경의 최접점인 부모의 변화 없이는 아동을 보호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인생을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인 ‘클레멘트 과정’ 등을 참고하며 프로그램 구성을 고민하던 박 팀장은 웃음 강사와 감사 강사들을 운명적으로 만나면서 ‘감사테라피 행복교실’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감사를 쓰고 말하고 나누는 이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이 2015년부터 모두 4회에 걸쳐 1251일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을 소개하고 가족에 대한 감사를 1가지씩 썼다.(왼쪽) / 우리 가정을 감사 가정으로 만들기 위해 감사명언 액자를 만들었다.(오른쪽).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의지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 1기: 2015년 10월 31일~12월 31일 (10회, 26명=어른 13명, 아동 13명)
◇ 2기: 2016년 3월 30일~12월 31일 (20회, 20명=어른 10명, 아동 10명)
◇ 3기: 2017년 10월 30일~12월 31일 (10회, 25명=어른 15명, 아동 10명)
◇ 4기: 2018년 3월 30일~12월 31일 (20회, 35명=어른 25명, 아동 10명)

물론 긍정적 반응과 변화가 당장 나타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참여자의 반응이 대부분 냉소적이었습니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공부하자고?”
“귀찮고 우울하고 무기력한데 왜 자꾸 나오라고 합니까?”
“당신들이 하는 교육이 뻔하지 뭐!!!”
“우리가 지금 감사할 게 뭐가 있어요!!!”

그나마 “1년에 한 번 하는 의무적인 교육이라고 하니까 그냥 한 번은 참여하자”고 이해해주어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작했습니다. 부모의 마음을 위로하고 새로운 출발을 격려하기 위한 강좌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웃음과 감사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이제 그들을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나아가 성공적인 모범사례를 만드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프로그램은 시작되었습니다. 호영미, 정광운, 이주항, 김세은 등 감사 강사들의 헌신적 노력에 힘입어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참여자와 강사들이 밴드를 만들어 감사일기를 꾸준히 올리면서 진정성에 기반한 지속적 감사소통이 이루어졌습니다. 박희보 팀장과 호영미 강사도 이 밴드에 참여해 감사일기를 꾸준히 올리며 참여자들과 함께 호흡했습니다.

그리고 한 기수가 끝날 때마다 놀라운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모들의 우울증이 감소했고, 아동들의 사회성과 자아 존중감이 향상되었습니다. 박희보 팀장이 발표했던 내용 중에서 변화사례만 뽑아보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참여 부모의 우울증은 감소한 반면 정서적 지지는 신장되었다. 자신의 문제를 객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었다. 
-참여 아동의 사회성과 자아 존중감이 향상되었다. 무엇보다 정서적 안정감이 높아졌다.
-교육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감사일기 밴드에도 꾸준히 참여하자 리더십이 향상되었다.
-낮은 자존감과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한 참여자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각종 자격증을 획득하였다. 앞으로 자격증을 가지고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싶다는 계획도 세웠다.    
-참여 가족 사이의 일체감과 공동체 정신이 생겨났다. 감사의 내성화와 생활화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했던 행복나눔125 손욱 회장의 즉석 제안으로 프로그램 참여자 중 다섯 명이 소감을 발표했는데, 그들의 육성도 직접 들어볼까요? (두 번째 발언자는 유일한 남성 참석자입니다.)

(1) “모임에 올 때마다 감사를 나누며 울었다. 아이 넷을 혼자 키우고 있다 보니 아이 아플 때가 가장 걱정이다. 셋째아이가 폐렴에 걸려 입원했을 때였다. 다른 때 같았으면 세상을 원망하며 불평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더 아프지 않아서 감사합니다’라고 중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2)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 내가 바뀌니 가족도 바뀌기 시작했다. 우선 큰소리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가족 간에 대화가 시작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해답은 얻었다. 죽을 때까지 감사를 쓰고 말하고 나누면서 살아갈 것이다.”
(3) “모임에 참여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언제인가부터 남편이 술을 안 마시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지 않자 일을 나가기 시작했다.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
(4) “모임에 나와서 사람들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얻는다. 이 모임에 참석하면 눈물부터 난다.”
(5) “모임에 참여하면 다양한 배울 것이 있어서 좋았다.”

박희보 팀장과 참여자의 발표를 들으면서 새로운 희망의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공무원의 신념과 추진력, 강사들의 헌신과 진정성, 취약계층을 위한 체계적인 맞춤형 프로그램이 만나면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희망의 실마리 말입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OECD 회원국 중 최악의 자살률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의 동아줄로 보였습니다.

나아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복지제도를 개선하는 접근방식만으로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경제적 문제, 사회적 문제와 더불어 정신적 문제, 심리적 문제를 동시에 고려한 통합적 정책 수립의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8년 임기 중 마지막 해의 구정 목표를 ‘성장을 넘어 행복’으로 정하고 주민들과 함께 ‘행복은 습관’ 운동을 전개했던 김성환 전 노원구청장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현장보고를 마칩니다.(김 전 구청장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된 이번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이기주의, 극단적 경쟁과 물질만능주의를 조장하는 신자유주의 폐해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주관적 행복만 추구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사회구조적 문제만 탓하며 주관적 행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성장과 행복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정치와 정책을 통하여 헌법 1조가 추구하는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넘어서, 이제는 헌법 10조가 추구하는 ‘행복공화국’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럴 때 성남시에서 발아한 작은 희망의 불씨가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취약계층 부모와 아동이 감사나눔 생활화와 인문학적 소양의 강화를 통하여 거듭남으로써 주체적 삶의 주인공은 물론이고 지역공동체의 리더로 우뚝 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정지환 감사경영연구소장

소중한 글입니다.
"좋아요" 이모티콘 또는 1감사 댓글 달기
칭찬.지지.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감사나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