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상황감사로 긍정성을 올리자

폭염 속 과음으로 실내바닥에서 심하게 넘어졌다. 천둥 같은 통증으로 술이 번쩍 깨며 시선은 팔꿈치로 갔다. 팔꿈치 가까이 척골이 일부 사라진 듯 살이 움푹 패였다. 함께 마시던 분과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날아갔다. 검사 결과 골절이고 철심 박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참으로 난감했다. 일을 하다 그리 된 것도 아니고 음주 사고라니. 가족들의 화난 얼굴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음주 상해가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큰 것은 비골 골절로 두 달 여 깁스를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전과 확연히 다른 면이 있었다. 입원 수술을 하게 되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이었다. 나 혼자 상황감사를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택시로 이동하는 동안 통증을 잊기 위해 재빨리 감사거리를 찾았었다. 다리가 안 부러져서 감사합니다, 두 팔이 안 부러져서 감사합니다, 얼굴을 안 다쳐서 감사합니다, 만취가 아니라서 감사합니다, 죽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혼자가 아니어서 감사합니다, 잠시 고통스럽겠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에 감사합니다 등등이었다.

새벽에 팔에 깁스를 하고 술냄새를 풍기고 현관문을 열자 가족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멀쩡히 나간 사람이 환자가 되어 왔으니 당연지사였다. 분명 집사람은 이날 외출할 때 내게 “술 먹지 마라”라는 문자도 보냈었다. 잠시 고성이 집안 가득했고, 나는 “죽을죄를 지었다”라고 했다.

입원 날 집사람이 동행했다. 수속 절차를 밟는 동안 나는 편하게 앉아 있었고, 집사람만 분주하게 움직였다. 보호자가 상주할 수 없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병실에 들어섰다. 환자복으로 갈아입으며 집사람을 보았다. 수술 시간 정해지면 꼭 문자하란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과연 어떤 감사를 해야 할까? 더 화내지 않고 잘 돌봐줘서 고맙다고. 아니었다. 평생 금주 실천. 그게 정답이었다. 그게 예의였다.  

 

김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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