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생님, 미스 샤프에게.
1. 소중한 미스 샤프 감사합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2.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3. 다른 사람을 가치 있게 보는 방법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4.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감사합니다. 5. 친구들을 아낄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자 김요셉 올림

김요셉 목사가 미스(miss) 샤프 선생을 만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어린 시절 검은 머리와 노란 피부가 소원이었을 만큼 멸시와 놀림을 받았던 ‘혼혈아’로, 미국과 한국이라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 ‘끼인’ 삶을 살아야만 했던 소년 김요셉. 겉모습보다는 내면의 강점에 더 주목했던 파란 눈 선생님의 탁월한 관점 덕분에 한 소년의 운명이 바뀌었다. 이후 소년은  받은 사랑보다 더 큰 나눔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지난 8월 10일, 수원중앙기독초등학교에서 만난 김요셉 목사는 폭염을 뚫고 찾아온 본지 취재진을 에어컨이 없는 사무실에서 맞기가 죄송하다며, 어머니의 삶을 기념하는 트루디가든에서 맞아주었다. 인터뷰 내내 중년이 된 그의 입술에서는 감사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지면상 그의 삶에 가장 큰 영향력을 준 ‘미스(miss) 샤프’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인터뷰는 본지 편집인이자 감사나눔연구소 제갈정웅 이사장이 진행했다.       <편집자 주>

- 가장 감사한 사람이 있다면?
어릴 때 한국에서 혼혈아로서 느끼는 감정은 ‘뭔가 내가 부족하다’는 열등의식과 낮은 자존감이었습니다. 주변에서 “얘는 좀 이상한 아이야”, “얜 누구야?”, ”웬 미국 애가 여기 왔어?” 등 이런 말을 많이 들었던 저는 “어, 나는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인가 보다.”, “나는 뭔가 부족한가 보다.”, “난 뭘 잘 못하나보다.”라고 저도 모르게 ‘부정적인 정체성’이 제 마음속에 각인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놀림을 받다가 초등학교 4학년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됐습니다. ‘아, 이제 나는 놀림을 안 받겠지, 미국에 오면 이제 내 세상을 만나겠지.’ 이런 마음으로 수업에 들어갔는데 막상 교실에 가보니까 제가 외형은 미국인인데 내면은 한국인이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한국말 잘하고 한글을 잘 쓰는데 영어는 못하는 거예요. 마침 그 시간이 우리 한국으로 말하면 ‘국어시간’이었는데 그날의 저는 완전히 주눅든 꼬마소년 같았어요. 그런데 미스 샤프 선생님이 저를 본 순간 “오, 너 한국말로 내 이름을 한번 써볼래?”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영어를 하는 애들 앞에서 그 말을 들었을 때 당시 제 느낌은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 ‘미스 샤프’가 ‘샤프했다!’
미스 샤프 선생님은 저를 본 순간 제 겉모습을 봄과 동시에 제 안에 있는 내면을 보셨던 거죠. 저의 가치가 있고 가능성 있는 것을 알아봐주신 거죠. ‘아 쟤, 영어 못해’ 그걸 본 게 아니고, ‘아, 쟤 한국에 오래 살았어? 그럼 한국말을 하는 아이네.’ 그 상황에서 그 선생님이 순발력 있게 “너 한국말 한번 써볼래?”라고 말씀을 하셨던 거죠. 
순식간에 상황은 역전됐습니다. 그 선생님 덕분에 ‘미국 아이들은 미국 스펠링을 잘 알지만, 너는 한국 스펠링을 잘 알지 않니?’라는 걸 말없이 각인시켜 주신 거죠, 아이들 앞에서. 제가 ‘한국말을 잘 할 줄 아는 아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시면서 제 마음에 자존감을 심어주셨습니다.      
 

앎과 삶, 두 가지가 만나는 교차점이 ‘감사나눔’

김요셉 목사(오른쪽에서 두번째)는 ‘혼혈아’의 강점을 찾아준 ‘미스 샤프’선생님의 탁월한 관점에 대해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고백했다.

 

- 샤프 선생님과 만남 이후 달라진 점은.
선생님이 저에게서 보신 것은 장애나 문제 있는 것을 본 게 아니라 정말 제가 가지고 있는 것 그 자체를 가치 있게 보신 거죠. 지금 생각해봐도 제 안의 강점을 발견하셨다는 게 놀랍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혼혈아’라는 오점, 바뀔 수 없는 오점이 있었고, 제가 한국말을 잘하지만 생긴 것은 미국사람인데 저의 그런 부분들을 통해서는 항상 감사할 부분이 없었던 거죠.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저는 “미국사람인데 왜 한국말을 잘해?”, “미국사람인데 왜 영어를 못해?” 등등 ‘없는 게 맞는 사람’이라는 부분들이 제 스스로 제 맘속에 각인되어왔던 거죠. 제가 반사적으로 느꼈었던 것들을 그분은 한순간에 아신 거죠. 그 이후로 그 학교에 서 있었던 모든 순간들이 저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아주 똑똑한 아이, 지인(知人)으로 평가받았어요.  나중에 최연소 박사가 되는 것까지 영향을 받았죠. 가고자 하는 학교에 대한 자신감이 그때 생긴 거죠. 학교에서의 소문이 “얘는 이상한 글씨도 잘 쓸 줄 안다.”라고 알려졌어요.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자기 이름을 한국말로 써달라고 요청하고, 막 선배들한테 불려다니며 스타가 됐어요. 저한테는 제가 잘하는 한 가지가 한국말 쓸 줄 아는 것 뿐이었는데 이 학교에서는 ‘저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게 된 거죠. 샤프 선생님은 저만 할 수 있는 강점 한 가지를 찾아주신 거예요. 

- 부모님께 감사한 내용이 있다면.
아버지는 자수성가 하신 분이세요. 첫 번째로 감사한 것은 어렸을 때에 미군을 따라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청교도 정신을 일찍이 배우셨어요. 저도 그 정신을 이어받아서 참 감사합니다. 두 번째로 아버지의 경제관념을 물려받았습니다. 어린 시절 하루는 100원을 주시며 두부를 사오라고 하셨어요. 그 때 두부 한 모에 20원이었어요. 그래서 두부 두 모에 40원, 사탕을 10원어치 산 다음, 잔돈 50원을 갖다 드린 거예요. 그런데 아버지께서 영수증을 안 가지고 왔다고 다시 보내신 거예요. 어려서부터 영수증 처리를 아주 철저히 가르쳐 주셨어요. 세 번째로 자수성가하는 방법으로 아이스께끼(아이스크림) 장사를 시키셨어요. 국민학교 3학년부터. 대학원 졸업할 때까지 용돈을 직접 벌었어요.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방법을 일찍 가르쳐 주셨어요. 네 번째로 “남이 너에게 해준 거는 잊어버리지 말고, 네가 남에게 한 것은 빨리 잊어버려라.” 이것을 감사로 바꿔서 다시 한 번 표현해 볼게요. “감사를 해야 할 사람은 영원히 기억하고 감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 잊어버려라. 신세를 받은 것은 잊지 말고 끝까지 기억하고, 너희가 베푼 것은 빨리 잊어버려라.” 이게 아버님 좌우명이었어요. 마지막으로 감사한 것은 ‘아버지의 목소리’를 물려받았거든요. 키는 작으신데 아버지의 진짜 재산목록 1호는 ‘목소리’입니다. 현재 85세신데 지금도 40대의 목소리랑 거의 비슷해요.
어머니는 제가 10살 때 혼혈아라는 정체성으로 힘들어할 때 많은 위로를 해주셨어요. 여기 탁자위에 놓여있는 4개의 돌멩이들은 어머니의 좌우명입니다. ‘work hard(열심히 일하라)’, ‘give thanks(항상 감사해라)’, ‘be kind(항상 친절해라)’, ‘live simply(단순하게 살아라)’. 어머니는 넓거나 방이 많으면 청소할 일만 많아지신다고 방 하나만 원하셨어요.(웃음) 이 방은 어머니 이름을 딴 트루디가든으로 정했어요. 어머님이 40년동안 유치원 원장을 하셨고, 한국에 오신 지는 올해로 60년. 유치원을 하신 지는 40년. 그걸 기념해 작년 7월에 트루디가든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걸린 사진들은 어머니를 기념하기 위한 사진인데 어머님이 저를 낳아주신 것뿐만 아니라 삶속에서 아주 중요한 것들을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앎’과 ‘삶’이 일치하고 있는가?라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앎과 삶, 두 가지가 만나는 교차점이 감사’라고 생각을 해요. 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내가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열매가 맺어지느냐. 앎과 삶이 일치가 되면(합체) 그게 바로 ‘감사나눔’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감사는 이미 제 머릿속에 알고 있었던 것들을 말하고, ‘저분이 나한테 이렇게 했구나’를 안 것과 내가 지금 살아가려고 하는 것을 표현이라고 봤을 때 삶으로 나타나는 게 ‘나눔’이잖아요. 그러니까 알고 있는 것을 삶으로 표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감사나눔’이라고 생각합니다. 

- 본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반에 장애우가 두 명씩 있는데 이 학교 안에 46개 학급이 있기 때문에 약 90명의 학생들은 대부분 심한 장애를 가진 장애우입니다. 신체장애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주로 학습적인 자폐, 다운, 정신지체 이런 친구들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보이는 장애인은 일반 아동으로 인정합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교실 안에 함께 있는 통합 교육을 진행합니다. 한 반에 2명씩 장애우들이 배정되어 있는데 자폐아동의 얼굴에는 장애가 표시가 안 납니다. 만나봐야만 알지요. 영화 ‘마라톤’에 나오는 장애우 친구 있죠? 그 친구들에게는 나름의 습관들이 있죠. 틱 장애가 있다든지 손이 불편할 수도 있고. 얼굴을 보면 전혀 구별이 안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다운증후군 친구들은 염색체의 결핍으로 얼굴이 보통사람들과는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놀리거나 이상하게 생각하고,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것, 그런 것들이 굉장히 많아요. 이런 환경에 놓여있는 저희 학교와 학생들에게 감사나눔신문은 참으로 필요한 매체라고 생각됩니다.

‘혼혈’. 사전적인 의미로는 ‘피가 섞인 것’이다. 혼혈에 대한 차별은 외모적인 차이에 대한 거부감에서 온다. 그러나 검은 점 하나 찍힌 하얀 도화지의 관점으로 본다면, 이국적인 외모로 인해 오히려 특별히 선택받은 존재로 뭔가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특별함이 보여진다. 서로 다른 두 가지의 문화를 공유한다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그들도 사랑스러운 존재임은 분명하다.

 

정리=이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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