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소리

 

“시간 좀 있어?” “바쁘지만 시간 좀 내줘.”

시간을 내어 만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특별한 사연이 없는 넋두리만 이어졌습니다. 화가 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이 태산 같은데 너 때문에 시간만 낭비했잖아.”

여기서 ‘시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돈’입니다. 말을 바꾸어 다시 써보겠습니다.

“돈 좀 있어?” “바쁘지만 돈 좀 내줘.” “돈 벌어야 하는데 너 때문에 돈만 낭비했잖아.”

현대 사회의 시간 관리는 갈수록 더 촘촘해집니다. 분 단위까지 계산해 돈이 책정됩니다. ‘시간은 곧 돈’이라는 개념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시스템입니다.

몇 년 전 글쓰기 강사를 할 때입니다. 단 둘이 있을 때 수강생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날이라 적정 시간 들어주고는 인사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무려 7시간이 흘렀습니다. 속으로 계산을 했었습니다. 대략 두 시간이 흐르니 이야기가 반복되었습니다. 적당히 끊어야 했습니다. 디테일한 내용까지 들어줄 기력이 없었습니다. 아니 그 이후에 내가 다른 것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상대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돈으로 환산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소설을 쓸 때는 남의 삶을 열심히 들었습니다. 질문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쓰지 않기로 한 날부터 오랫동안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게 힘들었습니다. 물론 돈과 연관되는 일이라면 인내심을 갖고 버텼지만, 그렇지 않으면 귀를 닫았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분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습니다. 다시 만날 일은 거의 없겠지만, 나의 수업을 들어준 게 고마워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혹, 통화할 수 있어?” 그래서 전화를 걸었고, 2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했습니다. 마지막에 이런 말이 들려왔습니다. “속이 좀 풀리네, 고마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 나의 소중한 돈을 나누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서정 기자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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