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사물 감사 - 플라타너스(Platanus orientalis)

 

버즘나뭇과의 버즘나무는 낭만의 나무이다. 그러나 버즘나무는 낭만을 떠올리기에는 뭔가 부족한 이름 같다. 반면에 플라타너스라 부르면 낭만을 떠올릴 수 있을까? 

버즘나무는 한국식 이름이고, 플라타너스는 학명이다. 버즘나무는 이 나무의 껍질을 강조한 이름이고, 플라타너스는 큰 잎을 강조한 이름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플라타너스를 낭만의 나무로 인식하게 한 것은 김현승의 시 「플라타너스」와 김수용 감독의 영화 「만추」(1981)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나무를 낭만의 나무로 생각하는 것은 초등학교 시절 운동장에서 볼 수 있었던 나무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제강점기에 생긴 초등학교 교정에는 거의 어김없이 이 나무가 살고 있다. 물론 한국의 버즘나무는 미국에서 건너온 양버즘나무지만 열매의 맺는 방식만 제외하면 플라타너스와 같다. 잎 가운데 열편이 길고 열매가 2~6개 정도 달리면 버즘나무이고, 가운데 열편의 길이와 폭이 비슷하고 열매가 주로 2개씩 달리면 단풍버즘나무이고, 가운데 열편이 길이보다 폭이 더 넓으면 양버즘나무이다.

현재도 전국 곳곳에 버즘나무 가로수를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버즘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심은 이유 중 하나는 토양을 정화시키는 나무, 즉 ‘정토수(淨土樹)’라 부르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공해에 잘 견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 나무의 꽃가루가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이유로 심기는커녕 무자비하게 잘라 버린다.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에서도 이 나무를 가로수로 심었다.

<세상을 바꾼 나무>에서

 

‘플라타너스 감사’ 적기
1. 넓은 잎사귀를 펼치고 있는 플라타너스 아래 서면 더위가 잠시 물러가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 플라타너스 아래에서 히포크라테스가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걸 알았습니다. 고귀한 의술 정신을 떠올릴 수 있어 감사합니다.
3. 짧은 시간에 쭉쭉 자라 거리를 맑게 해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4. 플라타너스는 알레르기의 주범이 아닙니다. 플라타너스에서 나오는 것은 꽃가루가 아니고 씨털입니다. 미안합니다.
5. 플라타너스가 있었기에 김현승 시인이 「플라타너스」를 쓸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시를 만들어준 플라타너스, 감사합니다.
6. 플라타너스를 요즘은 양버즘나무라고 부릅니다. 낭만 기억이 가득한 플라타너스를 보며 버즘 핀 얼굴을 떠올리려니 좀 난감합니다.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김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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