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등불교회 장병용 목사와 배우 김미숙의 ‘고마운 인연’

수원 등불교회에서 열린 토크쇼에서 장병용 목사(오른쪽)와 배우 김미숙 씨(가운데)가 에이블 아트센터에서 키워온 인연을 고백하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금곡초등학교 건너편에 위치한 등불교회. ㈜재능교육의 1+1 기부로 감사나눔신문 독자가 된 이 교회는 교회 건물을 온전히 장애인 예술가와 지역사회를 위해 내놓았습니다. 실제로 이 교회를 찾아간 날, 교회 건물에 붙어 있던 ‘등불교회’라는 간판은 무성한 담쟁이로 덮여버렸고 ‘에이블 아트센터’라는 간판만 돋보였습니다. 

등불교회의 나눔정신은 다음과 같은 교회 안내판만 봐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1층부터 7층까지 교회와 관련된 명칭은 7층의 ‘하늘기도소’, 3층의 ‘목양실’이 전부입니다. ‘예배당’은 지하 2층에 있는데, 주일 예배와 수요 예배 때만 쓰일 뿐입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장애인 예술가의 ‘콘서트홀’과 지역사회의 ‘행사장’으로 제공됩니다. 그리고 층간 계단 벽면과 2층에 있는 카페 등 건물 곳곳이 에이블 아티스트들의 회화 및 공예 작품 전시장으로 활용됩니다. (아래 사진 참조)

에이블 아트(Able Art)는 ‘가능성의 예술’ 또는 ‘장애인 예술’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을 ‘무능력하고 불가능한(disabled)’ 존재가 아닌 ‘할 수 있는(able)’ 존재로 본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아름다움이 세계를 구원할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치>에 나오는 이 구절을 평생의 기도제목으로 삼아 왔던 장병용 등불교회 목사. 그는 30여 년 전 천재적인 그림 실력을 지녔으나 장애인이라는 현실을 자책하다 자살한 친구에 대한 정신적 부채를 갚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등불교회의 교인들이 어렵게 마련한 교회 건물을 장애인과 지역사회를 위해 내놓은 것은 사실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교회 개척 무렵의 일화 하나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은 한 중앙일간지 종교전문기자가 기술한 당시의 상황입니다.

“1992년 수원시 서둔동의 한 상가건물 지하에서 시작한 게 지금의 등불교회였다. 그러나 ‘빌딩마다 십자가가 걸려 있어도 달라지는 게 없는 세상’에 또 하나의 십자가를 내건다는 게 부끄러웠다. 그래도 한 교인이 종탑 명목으로 헌금을 해 십자가를 달게 됐다. 그 첨탑 밑에 까치 가족이 둥지를 틀었다. 비가 오던 어느 날이었다. 까치가 십자가의 불을 밝히는 전선을 쪼았는지 합선이 돼 옥상에 불이 나 까치 새끼들이 타죽고 말았다. 교회에선 그날 긴급회의가 열렸다. 십자가에 불을 밝히면 다시 까치가 타죽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과 지하에 있는 교회가 십자가에 불마저 밝히지 않으면 사람들이 교회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겠느냐는 의견들이 나왔다. 장 목사와 교인들은 토론을 거듭한 끝에 까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십자가의 불을 밝히지 않는 쪽을 택했다.” 

아마도 당시의 그 선택이 이후 에이블 아트센터와의 공존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정신적 뿌리였을 터입니다. 그리고 이런 진정성에 공감한 많은 사람들이 재능기부로 힘을 보태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배우 김갑수 씨가 에이블 아트센터의 홍보대사를 자원했습니다. 배우 김미숙 씨도 에이블 아트센터의 어린 장애인 예술가들이 결성한 ‘헬로우샘 오케스트라’의 홍보대사를 맡았습니다.

특히 김미숙 씨는 정기연주회 때마다 그 차분하고 느낌 있는 목소리로 사회를 봅니다. 그냥 형식적으로 사회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단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주며 그들의 연주 기법의 특징과 성장 과정을 섬세하게 소개해줍니다. 이름만 빌려준 것이 아니라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진심으로 그들과 동행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헬로우샘 오케스트라가 지난 7월 14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Gather Together-마음과 마음을 잇다>를 주제로 기획콘서트를 열었습니다. 물론 그날도 김미숙 씨가 사회를 봤습니다. 무려 11년 만에 KBS 클래식 FM 라디오 DJ로 복귀한 그녀의 육성은 이날 콘서트의 특별 보너스였던 셈입니다. 

이번 콘서트 포스터에 들어간 그림은 에이블 아티스트 오영범 작가의 작품입니다. 에이블 아트센터 학생인 그는 잘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합니다. 더욱이 자폐성 장애까지 앓고 있습니다.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해 걸을 때마다 기우뚱거리고 그림을 그릴 때도 거의 얼굴을 도화지에 바짝 붙여서 색칠을 합니다.

아무렇게나 그린 것 같은, 하지만 강력한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오영범 작가의 추상화가 멋지고 의미 있는 음악회 얼굴로 탄생한 것도 등불교회다운 선택이라 할 것입니다(동시에 시각과 청각 예술의 만남과 협력이기도 합니다). “그 회복과 소생의 이면에는 그를 끌까지 참아주고 믿음을 가지고 인내하며 그 안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을 표현하도록 이끌었던 사랑이 있었다”고 장 목사는 고백했습니다.

 

많은 강을 건너고
많은 것을 겪었고
먼 길을 걸어 나온

나에게는 믿음이 있다네

될 일은 반드시 될 것이다
올 것은 마침내 올 것이다
만나면 새 길을 갈 것이다

 

헤어지기 전에 장병용 목사가 낭송해준 시는 박노해의 ‘될 일은 될 것이다’의 한 구절입니다.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진정성, 사람의 마음을 얻는 가장 강력한 희망의 무기입니다.

 

정지환 감사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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