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 입사를 목적으로 금속공학과에 진학한 뒤 꿈을 이룬 허남석 회장은 ‘안전, 5고로, 파이넥스, 자동차강판 생산’이라는 족적을 포스코에 남겼다. 이에 감사나눔신문이 감사드린다.

목표는 오로지 포항제철 입사
지난 8월 28일 포스코에 큰 족적을 남긴 허남석 회장의 근황이 궁금해 그를 찾아 빗속을 뚫고 서울시 송파구 법원로 114 문정엠스테이트 A동 402호를 찾았다.

‘남영 코칭 & 컨설팅.’

포항제철에 입사해 포스코에서 정년퇴직한 허남석 회장. 그가 새롭게 시작한 사무실 한켠에는 부부 사진이 걸려 있었다. 행복감이 묻어나는 그 사진을 보면서 ‘남영’이란 이름을 새삼 되새겨보았다. 서로의 이름 가운데 한 자씩 따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인터뷰 말미에서 허남석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껏 내가 있었던 것은 집사람의 힘이 컸습니다. 내게 부족한 것들을 잘 채워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허남석 회장의 말은 사실이었다. 허 회장이 포스코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부인의 내조가 컸다. 다음으로 그가 가족처럼 여긴 포스코 임직원들이었다.

감사나눔신문과 허남석 회장은 오랜 인연을 갖고 있어 간단한 인사 후 바로 인터뷰에 들어갔다.

제갈정웅 이사장이 “포스코 재직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세 가지만 꼽아주세요”라고 말했을 때, 허 회장의 눈은 잠시 감겼다. 이윽고 후대 포스코맨들이 꼭 기억해야 할 스토리가 파란만장하게 펼쳐졌다.

“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당숙께서 포항제철 입사를 언급하며 금속공학과를 권했습니다. 그 말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그 뒤 포철만을 염두에 두었고, 목표 달성을 위해 ROTC를 지원해 군 복무를 마쳤고, 제대 후 단기간에 필기시험을 준비해 곧바로 입사했습니다.”

제갈 이사장이 놀라서 말했다.

“특정 회사를 목표로 대학을 가는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물과 기름 같았던 두 회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포스코ICT. 감사경영을 도입해 단기간에 행복지수 89퍼센트를 만들어낸 주인공 허남석 회장(오른쪽 세 번째).

‘안전’이 ‘종교’
당시 포항제철 입사를 위해서는 3과목 시험을 치러야 했다. ‘영어, 일반사회, 전공.’ 일반사회가 취약하다는 것을 감지한 허남석 회장은 관련 책 대여섯 권을 사서 통째로 외워버렸다.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이 생각은 나중에 궁즉통(窮則通)이란 경구로 연결되어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주문처럼 외우곤 했단다.)

포항제철 입사 후 허남석 회장의 포부는 컸다. 박태준 회장이 늘 되뇌었던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소명을 자신도 하고 있다는 마음가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제철소에서 가장 힘들다는 용광로 부서로 자원을 했다. 출세를 위해 그런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아랑곳없이 보통 4년이 걸리는 계장 진급을 3년 만에 이루어냈다. 이후 용광로 파트장이 되면서 성심껏 일을 하던 어느 날 한 직원의 사고사를 목격하며 충격에 빠졌다.

“허연 살이 드러나며 용광로에 빨려 들어가는 데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지요. 현장에서 절대 중대재해가 나면 안 되겠구나.”

지금은 기계가 많은 부분을 처리해서 안전도가 높지만, 당시에는 사람들이 많은 공정을 담당하고 있어 사상재해가 끊이질 않았다.

“시뻘건 용광로 앞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나도 많이 무서워했어요.”

1994년 제선부장이 된 허남석 회장은 ‘안전’을 ‘종교’로 삼기로 했다. 제선부장이라는 위치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직접 관리하는 직원이 1천명, 협력사 직원이 1천명, 이들과 잘 해나가면 무재해 제선부는 꿈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안전, 안전, 안전’에 올인하며 작업을 해나갔고, ‘무재해 1백만 시간’도 어려운 시기에 허 회장은 ‘무재해 1천만 시간’ 달성을 일구어냈다. 

허남석 회장의 안전 철학이 현장에서 완성된 쾌거였다.

허허벌판 영일만 부지에서 쇳물을 생산하기 시작한 포스코의 역사는 어느덧 50년이 되었다. 허남석 회장을 비롯한 수많은 헌신적인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포스코 본사 기술개발실장과 기술연구소장을 거쳐 1999년 광양제철소장이 된 허남석 회장은 철 시장을 주의 깊게 살폈다. 철강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공급이 딸렸다. 쇳물 증산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용광로 증설이 필요했다. 주위 사람들은 반대했다. 하지만 허 회장은 용광로 부지도 있고, 거기에 5용광로를 만들면 미래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5고로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쇳물이 남아나지 않았습니다. 제강, 열연, 압연 과정을 거쳐 포스코 제품들이 잘 팔려나갔습니다. 수익성이 쭉쭉 올라갔습니다.”

광양제철소 용광로에서 쏟아져 나오는 쇳물의 양(量)을 보면서 허남석 회장은 질(質)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현대제철소가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허 회장은 원가절감과 고급 철을 만들 수 있는 파이넥스 공법에 눈을 돌렸다. 

“포스코의 철을 세계 최고로 만들지 않으면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일본 토요타도 만족할 수 있도록 기포 하나 없는 표면 처리 기술을 개발했고, 최고의 강도를 자랑하는 철을 만들어냈습니다. 우리보다 우수한 제조업을 자랑하는 일본에 자동차강판을 납품한다는 것,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포스코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월드 프리미엄 제품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허남석 회장은 시종일관 넘어야 할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신념을 주문처럼 되뇌었고, 그 결과 포스코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었다.

 

감사경영이 일군 또 하나의 기적

포항제철 입사만이 멋진 인생을 살게 해줄 것 같은 마음으로 입사를 했고, 제철보국 정신으로 성실히 일해온 포스코맨 허남석 회장, ‘안전, 5고로, 파이넥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뼛속까지 포스코맨’ 허남석 회장, 포스코에서의 그의 마지막 행보는 포스코ICT 대표였다.

물과 기름 같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포스코ICT CEO 책무는 허남석 회장에게 또 다른 인생의 전기를 가져다주었다. 엔지니어로 출발해 포스코 제품 개발에 많은 업적을 남긴 그가 사람을 다루는 CEO 위치에서 선택한 것은 ‘감사’였다. 광양제철소장 시절 인연을 맺은 손욱 전 농심 회장으로부터 알게 된 감사로 그는 순간의 어려움을 잘 이겨나갔기 때문이었다. 

포스코ICT의 성공 사례에는 세 개의 키워드가 있다. 허남석 CEO, 포스코, 감사나눔신문이다. 감사경영만이 행복기업을 일굴 수 있다는 종교 같은 확신으로 감사를 몸소 실천하고 전파한 허남석 CEO, 그의 행보에 적극적인 협조를 해나가면서 포스코ICT의 감사경영을 세세히 다룬 감사나눔신문, 그룹 차원에서 감사운동을 열심히 펼치고 있는 포스코, 이 삼박자가 감사경영의 꽃을 피워냈던 것이다.

포항제철에 입사해 포스코에서 정년퇴직한 허남석 남영 코칭&컨설팅 회장의 현재 주 업무는 포스코에서의 안전 강의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 코칭이다.

“기업 토양을 긍정 마인드로 바꾸기 위해서는 감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왜 감사 쓰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독서가 중요합니다. 독서를 통해 감사의 힘을 알게 되고, 그 바탕에서 감사나눔신문을 읽고 토론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성공한 엔지니어에서 성공한 CEO의 길을 걸었던 허남석 회장, 그의 마지막 선택인 남영 코칭&컨설팅 사무실을 떠나는데 늦여름의 폭우는 여전히 쏟아지고 있었다. 전철역으로 들어가기 전 흐릿하게 보이는 사무실 건물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대한민국 성장의 일등공신인 포스코 건물들보다 작았고, 한여름에도 불꽃을 튀기는 용광로보다 뜨겁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움직이고 있을 허남석 회장을 생각하면 결코 위축감을 느낄 수 없었다. 포스코에 바쳤던 그의 아름답고도 헌신적인 생(生)은 후배 포스코맨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철에 앉아 주변을 보는 데 모두들 스마트폰만을 들고 있었다. 책과 신문 읽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권할 만한 일인가? 아니 이를 주종목으로 사업을 해나간다는 게 올바른 것일까? 그러면서 공학도인 허남석 회장이 경영학을 습득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는 책이 생각났다. ‘빙산이 녹고 있다고?’ 급격히 변하는 시대, 변화를 준비하는 자만이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그 튼튼한 기반은 여전히 독서일 것이다. 늘 책을 들여다보면서 변화 대처 능력을 키웠던 허남석 회장, 그를 떠올리며 가방 속에서 책을 하나 꺼냈다. 

김서정 기자

 

 

허남석 회장의 저서들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강한 현장이
강한 기업을 만든다


김영사 | 260쪽 
12,000원 | 2009년 11월

 

 

 

 

이 책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혁신 3기에 불꽃처럼 타오른 포스코의 혁신 활동과 노하우를 포항과 광양의 양대 제철소를 중심으로 기록한 ‘혁신 일지’로 통계 중심의 어렵고 복잡한 ‘식스시그마’를 한국 체질에 맞게 적용해 모든 직원이 참여하는 혁신 툴을 개발한 치열하고 열정적인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일과 시간의 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인 ‘VP’와 일하는 공간을 완전히 뒤바꾼 ‘QSS와 마이머신 활동’, ‘혁신의 삼각형’등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포스코 혁신 모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행복한 리더가 
행복한 일터를 만든다 

 

김영사 | 276쪽
14,000원 | 2014년 11월 

 

 

 

 

이 책은 감사나눔을 통해 물과 기름 같던 두 회사를 성공적으로 통합하고, 직원 행복 지수를 89%로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직원들의 의미 있고 몰입하는 삶을 위해 포스코의 VP, COP, 상시 평가 시스템 등 일하는 방식에 진화 적용하여 성과를 낸 포스코ICT의 한국형 감사경영의 기록이다. 저성장, 고실업으로 모든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뉴노멀 시대에 구성원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기업이 성과가 나지 않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행복한 일터를 구현하기 위한 변화 의지가 있으면 일독을 권한다.

 

안전한 일터가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   


행복에너지 | 264쪽 
15,000원 | 2016년 12월 

 

 

 

 

이 책은 ‘안전리더십Felt Leadership’을  통해 일터에서 벌어지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나아가 ‘긍정, 감사’를 통해 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방안을 상세히 소개한다. 평생 산업현장 일선에서 발로 뛰어 온 저자는 안전리더십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서, 이 책에 자신의 모든 현장경험과 리더십 노하우 그리고 연구 성과를 담아내었다. 궁극적으로 ‘안전과 긍정, 감사’가 선순환하는 고유의 기업 문화가 산업현장 전반에 정착되어, 안전한 일터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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