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상황감사로 긍정성을 올리자

 

거의 매일 술을 마시던 내가 40여 일 동안 금주를 하면서 가장 크게 재발견한 것은 ‘시간’이었다. 


태어나 처음 술을 마셨던 때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담근 포도주를 마셨는데, 그때는 그게 술인 줄 몰랐다. 포도를 먹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모습을 기억한 아버지는 중학교 2학년 때 중국집에서 고량주와 맥주를 내게 한 잔씩 주었다. 멀쩡한 나를 보고는 좋아하셨다. 

고등학교에 올라가 이따금 술을 마셨고, 대학교를 거쳐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신나게 술을 마셨다. 얄팍한 핑계에서부터 우수 어린 문학과 진리 탐구인 철학까지 들먹이며 술잔을 항시 내 앞에 놓곤 했다. 몸이 심하게 아픈 경우를 빼고는 마셨던 것 같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술을 마신다는 것 자체가 건강하다는 거야.”

음주의 마지막은 알코올중독이고, 그 전에 혼술이 나타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젊어서부터 혼술을 자주 했고, 일상에 크게 지장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짜장면 먹을 때 단무지를 먹어야 짜장면을 먹은 것처럼 단무지와 반주(飯酒)를 같은 격으로 보았다. 이따금 해대는 폭음은 삶이 힘들어 그걸 풀기 위해, 혹은 술이 사색을 도와주기 때문에 하는 거라고 항변했다. 즉 아이에게는 젖병이 생명인 것처럼 내게는 술병이 나를 지탱해준다고 여겼다.

이 모든 것은 현상의 모습일 뿐 본질은 거기에 있지 않았다. 술은 중독성이기에 몸에 알코올기가 떨어지면 마셔야 했다. 술이 맛있으려면 긍정보다 부정이, 기쁨보다 슬픔이 좋은 안주였다. 그렇게 술을 마시면 시간이 금방 갔다. 전에는 그걸 몰랐는데, 평생 금주를 선언하고 보니 그것들이 보였다. 시간에 굴복한 수동(受動)의 나만 있었다.

맨 정신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나, 그런 기회를 준 다친 팔에 감사한다.

 

김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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