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시오 성미유치원의 ‘2018 감사나눔의 날’

유아들은 마치 빈 그릇과 같아서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 존재다. 그 그릇 안에 어떤 것을 채워주는가에 따라 아이가 자라 맺게 될 열매 또한 달라질 것이다. 유아교육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되는 이유이다.  
살레시오 성미유치원(이하 ‘성미유치원)은 ‘생태영성교육’을 지향하는 곳이다. 성과와 결과에만 주목하는 지식위주의 경쟁교육에서 벋어나 사람과 함께 자연과 함께 더불어 상생하는 삶을 살아가는 마음을 키워주는 교육이다. 유아들에게 그런 마음 밭을 만들어주기 위해 성미유치원에서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스며들도록 이끌어준다. 
지난 10월 20일 이곳에서는 ‘2018 감사나눔의 날’ 행사가 있었다. 220여명의 유아와 그 가족들이 함께한 이날 행사는 넓고 푸른 대지를 갖춘 유치원의 곳곳에서 자연과 호흡하고 감사를 노래하는 흥겨운 나눔이 이어졌다. 유치원의 생태영성교육은 자연과 사물, 사람과의 관계성에 특히 주목하는데 이날의 행사 또한  아이들이 이 세 가지에 어떻게 감사하고 무엇을 배우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자연과의 감사나눔
이미영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자연에서 배우는 감사’를 소개하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느 날 유치원 보도블록 틈 사이에서 작은 싹이 돋아났어요. 관심을 갖고 지켜보노라니 그 좁은 콘크리트 틈 사이를 비집고 쑥쑥 자라나 마침내 빨갛고 예쁜 봉숭아가 피어났지요. ‘자연은 누가 보지 않더라도 각자 제 소명을 다하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에 새삼 숙연해지더군요.” 
자연과의 감사나눔을 위해 유치원에서는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었다. 유치원 정문 옆에 마련된 너른 텃밭에는 아이 몸통만한 무와 배추를 기르고 있었는데 이날 원생들은 직접 무와 배추를 뽑으며 자연의 선물을 몸으로 체험했다. 또한 텃밭 앞 작은 공터에서는 텃밭에서 수확한 벼에서 볍씨 거두기, 고구마 줄기 다듬기, 조롱박 속살 긁어보기 등의 행사도 진행됐다.  자연에게 먼저 인사하고 말을 걸어보고 돌봄의 시간을 가지면서 아이들은 차츰 보살핌을 받는 존재에서 보살핌을 주는 존재로 성장하게 된다는 원장님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사물과의 감사나눔 
주위의 사물들을 소중하게 다루고 그 안에서 함께하는 이야기를 찾아보는 ‘사물과의 감사‘도 인상적이었다. “의자야. 우리가 힘들 때 앉게 해줘서 고마워. 너를 생각하며 나도 쓰레기 제로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피아노야. 우리에게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줘서 고마워. 너를 생각하며 종이를 아껴서 사용할게” 아이들이 조막손으로 쓰고 만들어 긴 줄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사물감사는 모든 것을 쓰고 버리는 일에 익숙한 세상을 향한 작은 일침을 보는 듯 했다. 
아이들의 전시작품 중에는 ‘힘들지만 고맙습니다’라는 코너도 있었다. “계단을 오르기 힘들지만 근육이 있어 감사합니다” “엄마가 장난감 치우라 해서 싫었지만 그래도 엄마가 있어 감사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사거리를 찾아보자는 ‘상황감사’의 유아버전인 듯싶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람과의 감사나눔
유치원 홈페이지에는 이런 이야기가 담겨있다. “유아들은 처음 유아교육기관에 와서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나와 생각이 다름을 알게 되면서 갈등이 생기고 싸움이 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기다려야 하고, 참아야 하고, 싫어도 해야 하는 것들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배운다”
부모님, 친구들, 선생님들께 감사를 표현하는 전시물들과 여럿이 함께 하는 이날 행사의 모든 프로그램들은 아이들에게 감사를 통한 소통의 즐거움을 새삼 느끼게 해줄 것 같았다. 유치원 뒤편의 너른 잔디밭에서 엄마와 아빠, 친구들과 선생님의 손을 잡고 흥겹게 진행된 강강술래도 마찬가지다. 수백 명의 어른과 아이가 거대한 군무를 이루며 흥겨운 잔치의 대미를 장식한 강강술래는 보는 것만으로 어깨가 들썩이는 즐거운 놀이마당이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이미영 원장이 건네주신 초대의 글을 다시 읽어 보았다. ‘감사는 너와 나를 이어주는 끈이며 서로에게 닿는 물줄기입니다. 자연에게 고마움을 찾고 사물에게 고마움을 찾고 모든 생명들에게 고마움을 찾고 우리 서로에게 고마움을 찾고 우주의 모든 가족과 사랑의 울림을 노래하는 감사나눔의 날은 모든 우리 가족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아름다운 날입니다.’
해맑은 얼굴로 유치원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얼굴이 더 환하게 느껴졌다.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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