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소리

 

마드리드로 향하는 스페인 초고속  열차 렌페를 타고 오페라역에  내리자 어른 키보다 큰 얼굴 모양 조형물들이 낯선 이방인 부부를 맞아주었다. 눈을 부릅뜬 얼굴, 눈을 감은 얼굴, 애면글면 보고 싶던 손자인양 다가가 얼굴 조각을 쓰다듬었다. 엄마 손을 잡은 귀여운 여자아이가 역에서 나오길래 물었다.

“이 아이는 왜 눈을 부릅뜨고 있을까요?” “앞을 잘 보고 다니래요. 넘어지면 큰일 난대요.” “이 아이는 왜 눈을 감고 있을까요?” “쉿, 작은 소리도 다 들어보라는 것 같아요.”

시각여행에 빠진 내게 눈을 감고 천천히 마드리드의 소리를 ‘귀여겨’ 들으라 한다. 맑고 고운 동심을 만났다. 

미술관 정문 고야 동상 앞에서 30대 후반의 해설가 김 군을 만났다. “김 군은 고야를 닮았어요.”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닮았다면 그건 행운이죠.”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는 김 군은 스케치북을 꺼내더니 우리가 보기 쉽도록 지도를 거꾸로 그려준다. 그의 마음속 안에 펄펄끓는 열정을 만났다. 덕분에 미술사에 문외한인 우리 부부는 마음의 눈이 열렸다.

“여행이란 내 안의 제한된 영역을 스스로 허무는 과정’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56일간의 지난 여정속에서 낯선 길로 홀로 떠나 사방이 모두 절벽일 때, 막막하던 그 길에서 천사를 만나고 천사가 되어준 순례길이었다. 외로움과 절대 고독에 울부짖을 때, 순례 중간지점으로 찾아와 동행해 준 남편이 있어 고행을 견뎌낼 수 있었다. 삶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손을 내밀고 따스하게 잡아 준 남편을 통해 특별한 순례자로 다시 떠날 힘을 얻었다. 적도의 나라 남미 에콰도르의 해발 2,800m 고산지대에 있는 ‘호세 마리아 이바라’ 공립학교에서의 나눔의 순례길이다. 에콰도르 한국대사관 이영근 대사(사진)는 따스한 환영과 함께 양국국기가 나란히 조각된 배지를 달아주며, “대한민국의 희망을 노래하라”고 당부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큰 격려와 기도를 희망으로 안고 떠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다녀오겠습니다.”

박계화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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