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들의 감사 - 스티븐 호킹(1942~2018)

 

“당신은 자신이 행운아라고 생각하십니까?”
과학기자 매키보이가 1994년 10월 19일 스티븐 호킹을 인터뷰하면서 던졌던 질문입니다. 무례할 정도로 과감한 질문이었지만, 스티븐 호킹은 불쾌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것만 빼면 나는 모든 점에서 아주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심지어 병조차도 그다지 큰 불운은 아닙니다. 주위의 많은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으니까요. 나는 시련을 극복하고 성공을 거둔 것에 대해 만족합니다. 실제로 병에 걸리기 전보다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축복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것이 큰 불편을 가져다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는 행운아입니다.”

하지만 스티븐 호킹이 처음부터 행운과 행복을 말했던 것은 아닙니다. 사실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이라는 불치병에 걸렸다는 충격적 진단을 받고 그는 몇 달 동안 술에 취한 채 우울증에 빠져 지냈습니다. 바그너의 음악만이 당시 그를 위로한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요? 

스티븐 호킹은 우선 현실을 인정했습니다. 약간의 방황 기간을 거친 다음 자신의 신체적 능력이 ALS라는 비극적 질병에 의해 심각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러자 절망적 상황에 빠져 있던 그에게 행운의 사건들이 잇따라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스티븐 호킹은 감사의 기적도 알았습니다. 그래서 불후의 명저 <시간의 역사>를 발간하며 맨 앞에 ‘아내 제인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썼습니다. 머리말의 제목도 아예 ‘감사의 말’이라고 붙였는데, 도움을 준 수많은 사람의 이름을 거명하며 일일이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아내와 세 자녀, 학문 초기 동료들, 다음 단계 동료와 학생들, 언어 합성기와 휠체어를 제공한 사람들, 출판사 편집인, 조수와 비서, 간호원, 연구비와 의료비를 제공한 여러 재단 관계자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심지어는 옛날 동료와 썼던, 너무나 전문적이어서 대중들이 읽기에는 아주 고약한 저서에 대해서까지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호킹은 “그때부터 나는 보다 이해하기 쉽게 쓰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다”고 고백했습니다. 짜증이 날 정도로 방대한 양의 수정을 요청한 출판사 편집인과 관련해서도 “그러나 그의 의견이 옳았다. 그가 내 코를 꿰고 다닌 덕택으로 이 책이 더욱 좋아질 수 있었음을 나는 확신한다”고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꽃피운 감사가 스티븐 호킹을 금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정지환 감사경영연구소장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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