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환의 감사스토리텔링

감사의 의미
한자 ‘감사(感謝)’의 의미를 저는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분해하여 의역하면 ‘마음(心)을 다하여(咸) 말(言)의 화살을 쏘라(射)’가 되는데, 마음에만 담아두지 말고 표현해야 한다는 뜻이다.” 허남석 전 포스코ICT 사장은 다르게 해석했지요. “감사의 사(謝)는 말씀 언(言), 몸 신(身), 마디 촌(寸)으로 이루어졌다. 감사의 말을 전할 때 말과 몸을 구부려서 해야 한다는, 즉 철저히 겸손의 자세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광수 동아전기 회장도 다른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말과 몸이 마디마디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다시 말해 습관처럼 말과 몸이 하나로 딱 붙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습니다. 감사는 ‘표현’이고 ‘겸손’이고 ‘습관’입니다.

맹구와 영구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 구맹주산(狗猛酒酸)의 고사를 아시나요? 옛날 인심 좋은 사람이 술을 팔고 있었습니다. 술맛도 기막혔고 안주도 일품이었지요.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술이 팔리지 않았습니다. 술은 곧 시어졌고 결국 하수구에 쏟아버려야 했지요.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입구에 개 한 마리가 있었는데, 술을 사러 오는 사람에게 맹렬히 짖어대며 달려들었던 겁니다. 사람들은 다른 주막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지요. 아무리 유명한 기업이라도 사장이나 직원이 맹구(猛狗)처럼 불친절하고 사나우면 고객의 발길은 끊어집니다. TV에 나오는 짱구와 영구처럼 약간 모자라 보여도 마음만은 착한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양손
여기 왼손과 오른손이 있습니다. 왼손 등에 상처가 나면 누가 치료할 수 있을까요? 물론 오른손입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른손에 난 상처를 오른손이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의 심장은 왼쪽에 있습니다. 왼쪽이 싫다고 심장을 버리는 사람은 없지요. 사람의 상상력은 우뇌에 있습니다. 오른쪽이 싫다고 우뇌를 버리는 사람도 없지요.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 다투는 상쟁(相諍)이 아니라 다툼을 화해시키는 화쟁(和諍)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라고 이문재 시인은 ‘오래된 기도’에서 노래했지요. 맞잡고 기도할 양손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정말 소중한 습관
정말 소중한 것은 급하지 않습니다. 운동과 독서가 대표적입니다. 한근태 작가는 ‘몸이 먼저다’에서 이렇게 말했지요. “시간이 없어 독서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독서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바쁜 것이다.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더 바빠지는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침 운동을 며칠 쉰 것을 반성합니다. 한자 버릇 관(慣)에는 마음 심(心)이 들어 있습니다. 책 읽는 습관,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 점심 먹고 회사 주변 공원을 걷는 습관도 내가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아시나요? 겁낼 겁(怯)에도 마음 심(心)이 들어 있습니다. 운동과 독서로 몸과 맘의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기, 겁나는 이 세상을 이겨낼 정말 소중한 습관입니다.

토착어
“희망이란 말도/ 엄격히 말하자면/ 외래어일까.” 김광규 시인이 1983년 발표한 시 ‘희망’에서 던졌던 질문입니다. 40대 초반이었던 시인은 데카르트를 흉내 내어 자조적으로 읊조렸지요. “절망한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희망이 있다.” 친구도 벤야민을 인용해 공허하게 읊조렸지요. “절망한 사람을 위하여/ 희망은 있는 것이다.” 나중에 각성한 시인은 고쳐 말합니다. 희망은 “어디선가 이리로 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싸워서 얻고 지켜야 할” 것이라고. 그리고 마침내 선언합니다. “희망은/ 절대로/ 외래어가 아니다.” 그렇습니다. 희망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고유어이자 토착어입니다.

벅차오르다
“벅차다.” 이렇게 느껴본 적 있나요? 국어사전을 보니 “벅차다”에는 2가지 설명이 붙어 있더군요. ①감당하기가 어렵다 ②감격, 기쁨, 희망 따위가 넘칠 듯이 가득하다. 한 단어에 대조적 의미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그런데 뒤쪽에 “오르다”를 붙이자 반전이 일어납니다. 국어사전을 보니 “벅차오르다”에는 한 가지 설명만 붙어 있었지요. ①큰 감격이나 기쁨으로 가슴이 몹시 뿌듯하여 오다. ‘큰’, ‘몹시’가 가세하며 “벅차다”의 긍정적 의미가 강화되었네요. 이렇게 해석해봤습니다. 아무리 상황이 “벅차다”고 해도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오르다”라는 도전과 응원을 멈추지 않는다면, 내 인생을 이렇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벅차오르다.” 

소중한 글입니다.
"좋아요" 이모티콘 또는 1감사 댓글 달기
칭찬.지지.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감사나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