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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강공주였다남편을 성공시킨 아내의 신조
  • 김서정 기자
  • 승인 2019.01.02 14:10
  • 호수 215
  • 댓글 0
동아전기 김광수 회장(왼쪽)과의 결혼 생활,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격정적으로 쏟아내는 최성민 님(오른쪽). ‘자기 사랑’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시대를 앞선 여성상을 읽을 수 있었다.

 

남편의 최대 피해자
지난 2018년 11월 13일 오후 6시 부산 서면 롯데호텔 3층 크리스탈 볼룸은 초만원이었습니다. 2012년부터 감사일기를 쓰면서 3대감사불씨운동을 지펴온 김광수 회장의 ‘선(先) 지랄, 후(後) 수습, 늘(恒) 감사’ 출판기념회 자리였습니다. 얼마나 성황이었는지 김광수 회장이 전한 후기를 보겠습니다.
“전체 참석 인원이 약 440여명이 오시다 보니 자리가 부족해 일부 동아전기 임직원들은 행사장 밖에서 식사를 했고, 음식이 부족해 빵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하니 정말 죄송한 말씀을 전합니다.”
각계 축하 인사 가운데 단연 돋보였던 출현은 김광수 회장의 고교 담임이셨던 88세 김성탁 님입니다. 김 회장의 52년 전 학교생활을 생생하게 전하는 축사에서 참석자들은 세월을 뛰어넘은 인연에 감동했습니다. 그런데 출판기념회가 막바지로 갈 무렵 사회자의 다음 멘트는 좌중을 긴장하게 했습니다.
“김광수 회장님을 만나서 제일 피해를 많이 본 분이 누구신지 아십니까?”
하루 2시간 이상 걸리는 감사일기 쓰기를 통해 전 지구인들이 감사로 행복 세상을 일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책 잔치에 툭 튀어나온 부정적인 말, 사람들은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사회자는 개의치 않고 계속 말했습니다.
“김광수 회장님의 최대 피해자, 최성민 사모님을 소개합니다.”
고운 한복을 입고 등장한 최성민 님이 김광수 회장이 뽑아준 마이크를 잡고 연단에 서서 말했습니다.
“사회자가 2~3분 말하라고 하는데, 그것 가지고는 안 되겠죠. 5시간 이상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는 20여분 이상 말을 쏟아내는데, 축하객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조리 있는 말솜씨뿐만이 아니라 그 내용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김광수 회장의 성공에는 그의 아내가 있었구나.’

내 삶의 어록들
‘선(先) 지랄, 후(後) 수습, 늘(恒) 감사’ 출판기념회 후반부에 강한 인상을 남긴 최성민 님을 잊을 수 없어 지난 12월 19일 오후 2시 감사나눔신문사에 최성민 님을 초대했습니다. 본격적인 최성민 님 탐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제갈정웅 이사장의 질문에 준비된 듯 막힘없이 쏟아내는 최성민 님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최성민 님이 ‘★친정 부모님의 가르침에 녹아든 나의 삶의 지표들’을 보내왔습니다. 무릎을 쳤습니다. 최성민 님의 삶을 제대로 전할 어록이었습니다. 그래서 33개 어록 가운데 인터뷰에서 중심을 두어 말한 것 위주로 추려서 전해드릴까 합니다.

 

*힘들 때는 더 한 일에 비교하라
1974년 김광수 회장과 결혼한 최성민 님이 가장 놀랐던 일은 김 회장이 화가 나면 말은 하지 않고 밥상을 엎는 것이었습니다. 여느 아내 같으면 왜 그러느냐고 맞받아치며 엉겨 붙어 싸웠을 텐데 최성민 님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밥상을 치우고는 자신의 일에 집중했습니다.              
한 번은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김광수 회장이 집 마당에서 ‘나 죽는다’며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그 모습을 본 최성민 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켜만 봤습니다. 그러고는 역시 그 연유를 묻지 않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지나갔습니다. 물어봤자 평소에도 말이 없는 김 회장이 말을 해줄 리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혼 초기의 일입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밤늦게 들어오고, 무뚝뚝해 도통 말도 없고, 욱하는 기질이 자주 나타나고 등등 참으로 별난 김 회장의 생활태도를 참을 수 없어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자식들이 있어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때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3가지 장점을 찾아 적으면 좋아질 거라는 책의 내용이 떠올라 한참 고민 끝에 ‘잘 먹는다, 잘 잔다, 잔소리 안 한다’라는 덕목(?)을 적고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미움이 사라지면서 계속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혔습니다.
그런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상황을 이겨내게 해주는 말은 따로 있었습니다. 친정어머니가 늘 하는 “힘들 때는 더 한 일에 비교하라”라는 말이었습니다. 즉 힘든 상황이 오면 그보다 더 나쁜 상황에 처하지 않음에 감사하며 극복하라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상황감사를 이미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최성민 님의 지혜로운 인내가 있었기에 가정이 지켜졌고, 그것이 김광수 회장의 성공을 가져다주었을 것입니다.

*독서는 지혜의 근본이다 
교장선생님까지 지낸 아버지를 둔 최성민 님은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특히 위인전을 좋아했는데, 이것이 결혼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아버지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 최성민 님은 언니의 소개로 김광수 회장을 만났습니다. 학벌도 맞지 않고 변변한 직장도 없고 번듯한 사업체도 꾸리지 못하고 있는 김 회장과 결혼을 하겠다고 하니 모두가 말렸습니다. 하지만 최성민 님에게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최성민 님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위인들을 보세요. 학벌이 별로여도 어려운 환경에도 다 딛고 일어섰잖아요. 회장님에게서 그런 면을 보아서 결혼을 했습니다. 사막에 있어도 살아남을 사람, 즉 의욕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첫눈에도 기질은 서로 안 맞는 것 같았지만, 그것은 맞춰서 살면 해결되는 것이었고요.
살면서 저는 힘들 때마다 책을 가까이 했습니다. 거기서 위로를 받고 해답을 찾았습니다. 제가 남매를 두었는데, 이 아이들을 위해 어릴 때부터 많은 책을 사주었습니다. 이것 가지고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준 친정 부모님과 남편에게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독서를 통한 사고가 빛났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최성민 님의 말을 또 들어보겠습니다.
“‘선(先) 지랄, 후(後) 수습, 늘(恒) 감사’를 두 번 읽고 나니 남편에 대한 이해가 더 잘 되었습니다.”
이처럼 최성민 님은 독서를 통해 사람과 사물을 이해하는 탁월한 능력이 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갈수록 독서인구가 줄어드는 우리 사회, 귀감이 됨에 감사합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자
회사 경영자가 자신의 집안일에 공금과 회사 소유 물품을 써서 사회 문제가 되곤 합니다. 이런 문제에서 아주 깔끔했던 최성민 님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남편이 제재소를 할 때였습니다. 회사에 1호차, 2호차가 있었는데, 남편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 업고 시장 보러 갈 때도 버스를 이용했고, 짐이 많을 때만 택시를 탔습니다. 회사차는 어디까지나 회사차라고 생각했습니다.”
월급쟁이 생활이 마음에 안 들어 사업하는 사람하고 결혼해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하면 편하게 살 법도 한데, 최성민 님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업을 하게 되면 돈을 많이 벌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는데, 최성민 님은 일정액을 생활비로 받았습니다. 모자라는 경우가 있어도 더 달라고 하지 않고 그 선에서 살림을 꾸려나갔습니다. 더 지혜로운 것은 만일을 대비해 저축까지 했습니다. 
결혼 초의 일입니다. 최성민 님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당시 생활비로 8만원을 받았는데, 80만원이 입금이 되었습니다. 남편이 사장이니 그냥 넘어가도 되었지만 직원에게 확인해 나머지는 돌려주었습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살림 덕분에 김광수 회장은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라
최성민 님의 특기는 꽃꽂이입니다. 결혼 얼마 뒤부터 부산과 서울에서 배운 실력으로 교회 꽃장식을 도맡아 하는 자원활동을 했고, 직접 가게를 내어 운영도 했습니다. 봉사가 삶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시작은 친정어머니였지만, 고등학교 시절의 선생님도 크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현명한 이기주의자가 되라고 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에 충실하게 살 때 가족도 행복하고 사회도 행복하고 나라도 행복해진다고 했습니다.”
감사의 출발은 자신부터 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신도 행복하고 주위도 행복해집니다. 최성민 님은 일찌감치 터득하고 있었습니다.
최성민 님의 자기 사랑은 현명합니다. 자신의 건강도 지키고 남편의 가족 생각도 일깨우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늦게 들어오는 남편 기다리느라 제때 밥을 못 먹었습니다. 불규칙하게 식사를 하니 위장이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녁 7시면 아이들 하고 밥을 먹겠다고 했습니다. 또 남편 차 키에 집 열쇠도 달아주었습니다. 밤 11시 넘어 올 때는 직접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자리 한 번 뜨지 않고 최성민 님의 이야기를 홀린 듯이 듣고 감동을 듬뿍 받았다며 엄지를 번쩍 치켜들고 있는 참석자들. 이들의 감사 미소가 2019년 우리 사회를 더욱 행복하게 할 것이다.

차선을 택하라
마지막으로 최성민 님에게 물었습니다. 김광수 회장과 살면서 좋았던 점입니다.
“어려운 중에도 빠짐없이 생활비를 계속 주었습니다. 내가 쓰는 돈에 뭐라고 한 적 없고, 내가 가는 곳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본인이 부정적인 말을 절대 쓰지 않아 항상 좋은 말들이 오고갔습니다.”
어려웠던 점도 물었습니다.
“말이 없어도 너무 말이 없었습니다. 8남매 가운데 위로 누님 한 분 계시고 모두 아들 형제라 그런지 여자 심리를 너무 몰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질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저는 남편이 무섭지 않았습니다.”
성질내는 남편이 무섭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한 번 더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로 어떻게 가능한지요?
“친정어머니도 사위 성질내는 거 본 적 있습니다. ‘나는 느그 아버지 화낼 때 무서웠다. 니는 정말 안 무섭나?’ 저는 그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 거 아닙니꺼? 근데 진짜 왜 안 무서운지 그건 저도 잘 몰라요.’”
제갈 이사장이 말했습니다.
“안 무서운 게 천생연분 같습니다.”
가까운 사람이 심하게 화를 내는 상황, 당연히 무서울 것입니다. 그래서 ‘무섭지 않다’는 말에 선뜻 수긍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성민 님이 전해준 다음 말을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최선이 안 될 때 불평하기보다는 차선을 택하라.’
무서운 상황에서 무서워하는 것보다 무서워하지 않는 게 더 높은 응대 방법일 것입니다. 그걸 보고 산 사람은 분명 다른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그것이 최성민 님과 김광수 님의 삶일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최선이자 차선이 된 삶, 그래서 오늘의 감사와 성공이 있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서정 기자

 

 

최성민 님이 보내온 ‘★친정 부모님의 가르침에 녹아든 나의 삶의 지표들’을 모두 소개해드립니다. 올 한 해 모두 자기만의 소중한 어록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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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많이 해서 죽은 사람은 없다. 근심 걱정이 사람을 병나게 한다. 
- 몸 아끼면 죽어서 안 썩느냐.
-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젖는다. 
- 살다보면 오르막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다. 
- 살다보면 음지와 양지가 있다. 
- 천릿길도 한걸음부터. 첫술에 배부르랴. 
- 티끌 모아 태산 
- 단단한 땅에 물이 고인다. 
- 검소한 것이 재산이다. 
- 돈을 쓸 때 남보다 조금 더 쓰라. 그러면 분위기도 좋고 미움도 받지 않는다.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 
- 80살 된 할아버지도 세 살 먹은 고손자에게 배울 것이 있다.
- 공부는 평생 해야 한다. 
- 집안 우애는 여자 하기에 달려 있다. 
- 자신을 사랑하라(헛된 시간을 보내지 말라). 
- 후회 없는 삶을 살라(인생은 일회성이기 때문에). 
- 자신의 인생 운전자는 본인이다.
- 결과를 평가할 때는 그 동기도 참고해야 한다.
- 집안일은 즉시 처리 법이다. 또 제자리 놓기 놀이이다. 
- 종잣돈을 모으기까지는 더디지만 그 이후는 쉽게 돈이 모인다. 
- 저축은 필요할 때, 중요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 저축하는 생활은 마음이 든든하다. 
- 부부는 호미로 밭을 매고 살아도 의가 맞아야 행복하다. 궁궐에 살아도 의가 맞지  않으면 불행하다.
- 아름다운 추억을 창조하며 살자. 
-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눈을 기르자. 
- 정직하게 살자 
- 나라의 고마움을 잊지 말자. 
- 공중도덕을 잘 지키자. 
- 약속을 잘 지키자.

김서정 기자  kimsj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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