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감사 - SKY캐슬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설국’ 첫 구절이다. 얼핏 보면 기차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한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국경’은 군마 현과 니가타 현의 접경을 말한다.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국경’이라고 썼을까? 작가만이 알겠지만, 읽다 보면 삶의 경계에 대해 많은 것들을 던져준다.
건설회사의 범람으로 아파트가 비슷비슷해지자 롯데에서 ‘롯데캐슬’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중세시대에 성주들이 살았던 ‘캐슬(castle, 성)’을 현대로 옮겨온 것이다. 왜 그랬을까? 롯데만이 알겠지만, 왠지 거기에 끼지 못하면 뒤처져 있다는 패배감이 불쑥 밀려들기도 한다.
요즘 종합편성방송과 케이블방송을 통틀어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드라마 제목이 ‘SKY캐슬’이다. 서울대(S), 고려대(K), 연세대(Y) 혹은 하늘(sky)을 상징하고 있다는 스카이와 캐슬의 결합, 한편으로는 염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체념하는 그 조합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예상대로 드라마에는 궁전 같은 집들이 등장하고, 거주민은 모두 의사 혹은 법조계 가족들이다. 이곳 부모들은 자녀들이 모두 서울대에 가기만을 바라며 고액 과외를 시키는데 수십 억이라는 금액이 입을 떡 벌어지게 한다. 생존이 최고도로 보장되는 높은 곳만을 향해 질주하는 이들의 일상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자살과 협박, 폭력과 질투, 냉소와 비난만이 난무한다. 물론 이와 반대되는 곳에 휴머니스트 가족들이 버티고 있지만, 관심사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일상의 불행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꽂혀 있다.
이 드라마에서 어떤 감사거리를 찾을 수 있을까?
“실시간 검색어 1위 실화임? 오늘 하루 핸드폰 불난 줄 알았어요. 오늘 하루만 구름 위 날고 내일부터 가던 길 묵묵히 걷겠습니다. 들뜨지 않게 평정심 가질게요. 많은 응원과 관심 감사합니다.”
복수에 사활을 건 김서형 딸 케이 역을 맡고 있는 조미녀 배우의 SNS 글이다. 그녀는 대사 한 마디 없이 오로지 정신 이상을 앓는 천재 모습만 보여준다. 자주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알고 보니 거기에는 연기를 위한 그녀의 투혼이 있었다. 단역에 가까운 배역을 위해 18kg이나 체중을 늘렸다.
‘설국’과 ‘SKY캐슬’은 예술 영역이다. 각고의 노력이 작품을 빛나게 했다. 현실의 국경과 캐슬은 견고하지만 예술은 거기에 다른 시선을 던져준다. 그것들을 알게 해준 모든 예술가들에게 감사드린다.

김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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