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의 감사편지에 감사하며

 

한 해가 저물어 가던 지난 연말 청송교도소에서 편지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같은 교도소의 수감자 한 분으로부터 감사나눔신문을 소개받아 읽게 된 또 다른 수감자가 보내온 감사편지였습니다. 사회로부터 철저히 격리된 교도소에서, 그것도 850여개 수용실 중 90%가 독방으로 이루어질 만큼 엄중한 시설인 청송교도소에서 날아온 감사편지라 더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감사나눔신문을 동료에게 소개해 준 수감자도 작년 저희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온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일부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죄를 짓고 이곳에 와서 많은 시간을 아무런 생각 없이 허송세월로 보내고 있었는데 주변 동료가 보던 감사나눔신문을 한번 읽었는데 세상에 감사할 일이 이렇게 많구나 하고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중략) 늘 불평, 불만이 많던 이곳의 생활에서도 감사함을 느끼면 충분히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이곳 생활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렇게 실천하려고 합니다.’

그 분은 편지 말미에 추신을 통해 이런 요청도 남겨주셨습니다. ‘P.S. 늘 감사함을 잊고 지내지 않도록 감사나눔신문을 정기적으로 후원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추가로 신문을 여유 있게 보내주시면 다른 방에 있는 동료들과 나눠 보겠습니다.’

그 요청을 계기로 ‘교도소에 감사나눔신문 보내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뜻있는 분들의 후원을 활발하게 모아 나가고 있습니다. 주변동료가 읽던 신문을 보며 감사를 처음 접하고 마음의 변화를 느껴 또 다른 동료에게 소개하는 과정을 보면서 ‘도미노 게임’을 떠올렸습니다. 한 개의 핀에 전달한 힘이 연쇄적으로 수많은 핀들을 쓰러뜨리는 게임 말입니다. 작은 불씨가 번져 아름다운 불꽃으로 타오르듯, 물결이 너울대며 사방으로 퍼져가듯 감사도 그렇게 교도소 담장 안에서 번져 나가길 기대합니다.  

 

다음은 청송교도소에서 날아온 감사편지와 저희 신문사에서 보낸 답장입니다.    

수감자의 감사편지
저는 현재 경북북부 제1교도소(청송교도소) 고시반에서 독학사 국어국문학 공부를 하고 있는 김○○입니다. 한순간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으로 넘어서는 안 되는 법의 테두리를 넘어 15척 담장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반성의 시간을 가지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소도시인 경북 문경에서 5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았는데 학창시절 친구들을 잘못 사귀게 되었고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좋다보니 자연스레 학업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일찍 장가를 가면 정신을 차리겠지 생각하고 26살에 아내를 만나 1남2녀의 자녀를 두고 행복한 삶을 살았었지요. 그러던 중 예전에 놀던 친구가 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기에 나쁜 범죄인 줄 알면서도 손을 내밀게 되었습니다.

강도상해라는 죄명으로 1심 구형을 무기징역까지 받았었고 2심, 상고까지 한 끝에 징역 14년 형을 선고받고 지금까지 8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반성의 눈물을 흘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구속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는 친구가 원망스럽고 세상 밑바닥에 떨어져 허덕이는데 그동안 정을 나누던 많은 지인들이 외면하기에 원망도 하고 속도 많이 상하였었는데 시간이 흐르다보니 그 감정도 둔감해지고 무엇보다 원인이 제게 있는데 남 탓을 하는 제가 한심스럽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지요.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데 지난 몇 년 동안에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는지 남 탓을 하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제게 같은 거실에서 지내던 김○○ 수형자가 감사나눔신문을 저에게 소개시켜 주었고 2018년 7월을 시작으로 매달 이렇게 귀한 신문을 받아보고 있습니다. 

감사나눔신문을 읽다보면 감사하며 살아가시는 분들이 저렇게도 많은데 나는 왜 불평불만을 가지며 살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고 저 역시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구요. 아직까지는 10감사, 50감사, 100감사는 못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세끼 식사를 하며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아주 작은 감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미처 몰랐던 많은 정보와 모든 환경에 감사하며 살아가시는 분들의 글을 보면 저도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들게 되고 아주 작은 변화가 생기는 저를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저의 삶에 변화를 주는 감사나눔신문을 발행하시는 많은 분들과 일면식도 없으신 후원자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후략)

 

감사나눔신문사의 답장
안녕하세요. 저는 감사나눔신문사 편집국장 김덕호라고 합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편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게다가 청송에서 맨 처음 편지 보내주신 김○○님과 새로 편지주신 김○○ 님 그리고 저까지 세 사람의 이름이 거의 비슷하여 신기한 인연이란 생각이 듭니다. 

살아오신 이야기와 저희 신문을 통해 느낀 작은 변화들을 담담하게 서술해 보내주신 글을 읽으며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특히 ‘교도소에 감사나눔신문 보내기’를 후원해 주신 분들에게까지 감사를 전해주신 대목에선 뭉클함마저 들더군요. 김○○ 님께서 저희 신문을 통해 변화를 체험하셨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 또한 님의 감사편지와 사연들을 통해 큰 힘을 얻고 활동에 대한 보람을 느낍니다. 음지에서 양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감사를 전파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내내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김덕호 기자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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