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감사 - 말모이 (MAL·MO·E: The Secret Mission, 2018)

간혹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곤 합니다.

“당신과 나 사이에 무엇이 있을까요?”

갸우뚱하다가 말합니다.

“공기, 바람, 사랑, 미움, 관계….”

잠시 뜸을 들이고는 “과연 그럴까요?”라고 되묻습니다. 그러고는 곧바로 이렇게 말합니다.

“나와 주변 사이에는 언어가 있습니다. 방금 당신이 말한 것은 단어의 형태를 띤 언어입니다.”

그렇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실물을 지칭하는 구체어든 관념을 표현하는 개념어든 언어를 통해서만 관계를 맺습니다. 언어로 만들어지지 않은 관계는 인간 사회로 편입되지 못한 것입니다. 그렇게 볼 때 우리의 말이 통일되기 전까지 우리는 같은 언어를 사용했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비슷한 생김새를 갖고 있고, 비슷한 언어를 쓴다고 하지만 언뜻 들으면 서로 알아들을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말 사전 만들기 과정을 그린 영화 ‘말모이’ 한 장면을 보겠습니다. 일자머리를 한 소녀가 ‘가위’ 글자를 들고 있습니다. 출신지가 다른 사람들이 말을 쏟아내었습니다.

“가새, 강우, 까새, 가위….”

이 가운데 가위가 표준말로 채택되었고, 이 말이 국어사전에 등재되었습니다. 

눈물 속에 영화를 보고 나서 그동안 알고 있었던 표준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국어사전을 보면 “표준어(標準語) : 1.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 2. 전 국민이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단어. 우리나라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교양’과 ‘서울말’에 대해 마뜩찮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는 그런 말을 절대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즉 표준어는 일방적으로 학자들이 정한 것이 아니라 대략 전 국민을 대표하는 분들의 합의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목숨을 건 그분들의 활동이 있었기에 우리나라 최초의 표준어 사전이 만들어졌고, 그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만일 서로 합의된 통일 언어가 없었다면 산업사회의 기틀을 세우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기반을 세워준 많은 분들에게 깊이 감사합니다.

김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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