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

어머니를 납골당에 모시는 것으로 3일 간의 장례를 끝마친 가족들이 10여 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이들에게 화목이 깃들 것에 미리 감사한다.

 

망자를 따듯하게 덮은 100감사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네.”

상복을 입은 내가 늦은 밤 빈소 앞에서 말했습니다. 그 말에 모두 서로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며 실쭉 웃었습니다. 한 지붕 아래에 오랫동안 뒹굴며 산 형제들이었지만, 결혼 이후 거의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명절이면 본다고 하지만, 어머니가 병상에 누운 이후로 차례가 없어졌습니다. 또 하나 핑계일 수 있지만, 가세가 기운 탓에 부모님이 사는 집이 협소해져 모두가 앉을 공간도 없었습니다. 덧붙이면 4형제 가운데 두 형제는 중국과 부산 등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구질구질 사연을 끌어당기면 끝도 없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들은 나는 슬픔도 잠시 장례 절차를 밟으며 가득 밀려오는 걱정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셋째인 내가 모든 것을 주도해가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었습니다. 사회생활도 활발하지 못하고, 게다가 사무적인 일에도 둔감한 나는 그 순간부터 형들이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과 가까이 산다는 이유로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먼저 달려갔던 지난날에 형들이 겹쳐지면서 분노가 끓었습니다. 

장례를 치르는 첫날부터 우려했던 것들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형들이 나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사는 곳이 너무 멀고, 명절이 코앞이라 누구를 부를 수가 없다. 너하고 동생하고 장례식장 쓸쓸하지 않게 해다오.”

나는 그들에게 욕을 퍼부으며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었지만,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이상하게도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장례식장 한 쪽 벽면에 걸려 있는 ‘부모님 100감사 족자’를 볼 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조용히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나는 감사와 인연을 맺은 지 오래되었지만, 부모님 100감사를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A4용지에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썼고, 그것을 취재수첩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런데 조문을 오신 감사나눔신문사 임직원들이 그 사실을 알았고, 그걸 100감사 족자로 만들어왔습니다. 겨울 찬바람이 쌩쌩 부는 장례식장에 그 족자가 온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나의 아버지를 비롯해 다른 가족들이 그것을 하나씩 읽으면서 지난날을 아프게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잘못들이 봄햇살 받는 눈처럼 녹았습니다.

100감사 족자는 입관할 때 가족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편지라도 있으면 넣으라는 장례지도사의 말에 모두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 당황했습니다. 그때 100감사 족자가 들어갔고, 가족들 모두 그곳에 애도의 감사를 담아 망자를 따듯하게 덮었습니다.

 

감사 문자를 보내다
어머니의 죽음이 한 형제를 모이게 했다는 것, 드라마에서나 보았는데 실제로 경험하고 나니 나는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짧든 길든 감사의 말을 전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나는 큰 조카에게 글을 썼습니다.

“사랑아! 오랜 기간 교류 없이 지내 처음엔 서먹했는데 너의 천성 같은 멋진 친화력으로 세월의 틈이 금방 없어졌어. 사람에 대한 따듯한 정이 듬뿍 있는 진실한 마음으로 움직이는 행동들이 3일 동안의 장례식을 잘 마치는 가장 큰 중심이 되었던 것 같아. 

많은 문제가 있는 가족들의 예리한 부분들이 화해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이를 본 내가 그 어떤 분란의 말을 꺼낼 수 없어서였지. 잠시 아버지도 없는데 혼자서 알아서 척척 장례식장의 빈틈을 잘 메워주는 게 너무 고마웠어. 그런 너를 보고 조용히 치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집에 와서 작은 엄마가 그랬어. 형제들끼리 싸움이 일어날까봐 조마조마했다고. 누군가 불을 지피면 커질 수 있었지. 그런데 아무도 그럴 수 없는 데에는 네가 있었기 때문일 거야. 

입관 예배 때 할아버지가 머뭇거리는데 네가 와락 안는 것을 보고 감동했어. 늘 실천으로 배려하는 네 모습 오래 기억할게. 진심으로 고맙고 하는 일 모두 잘 되길 바래.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 잘 지내고 또 봐.”

답이 왔습니다.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오랜만에 다 같이 봬서 좋았네요. 다 같이 잘 치른 거죠. 다들 힘드셨을 텐데 건강 잘 챙기시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상황을 안 큰 형도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우리 애를 격려해주어서 고맙다. 큰 감동이 되었을 거다. 늘 내가 문제인데 네가 잘 메꾸어 주어서 많이 고맙다. 앞으로 많이 노력할게. 많이 피곤할 텐데 좀 쉬어라.”

이후 짤막하게 다른 가족들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답장이 왔습니다. 울컥했습니다.나의 어머니가 남긴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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