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희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다시한번 울려퍼진 ‘효임아 사랑해’   학계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고려대 이기수 전 총장(중앙)은 제자들에게 어머니와 아내(효임)에게 쓴 50감사족자를 공개했다.  ‘제자사랑의 뿌리는 어머니’였다. 제자들의 활동은 늘 자랑거리다. 현재 교수로 활동하는 제자가 43명, 판사는 22명, 검사 16명, 변호사 56명, 변리사 9명, 기업인이 67명, 공직에서 활동하는 제자가 11명이다. 그는 제자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며 지켜나가고 있다. 매년 두 번 제자들을 만나 식사를 함께한다. 학계에서는 떠났지만 멘토로서 스승의 역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 교수님과의 특별했던 인연
저와 이기수 교수님과의 인연은 1983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 저는 대학원 석사과정 신입생이었고 교수님은 독일 유학을 막 마치고 돌아오셔서 강사로 강의를 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대학원을 마치고 외국으로 유학을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고려대 법대의 유일한 상법 전임교수이신 故 이윤영 교수님의 영향을 받아 유학 대상지로 프랑스를 염두에 두고 프랑스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기말에 성적도 확인하고 진로 문제도 상담하려고 학교에 갔다가 잠시 들른 화장실 앞에서의 만남을 통해 저의 인생항로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화장실에 들러 손을 씻고 나오다가 이기수 교수님을 마주치게 된 것입니다.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공부를 계속해서 학자가 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그러면 다음 학기부터 교수님 연구실에 와서 공부하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이기수 교수님은 다음 학기 고려대 법대 전임교수로 발령이 예정되어 있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1984년 봄 학기부터 이기수 교수님의 첫 번째 조교로서 교수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교수님의 조교로 있으면서 주로 독일법을 접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유학 대상지도 프랑스에서 독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는 교수님의 도움으로 독일 유학을 마치고 법학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만일 1983년 12월 고려대학교 구 도서관 화장실에서 이기수 교수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저는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요?

<2> 학자로서의 길, 걷게 되다
2008년 가을, 저는 연구년을 맞아 일본 와세다 대학에 교환교수로 가 있었습니다. 모처럼 일본법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대학에서 개설한 일본어 강좌에 등록하고 일본의 상법과 공정거래법 관련 자료들도 수집하면서 열심히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0월말 경 와세다 대학 행사 참석차 동경을 방문하신 이기수 총장님께서 전혀 예상치 못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당시 이기수 교수님은 고려대 총장으로 재직하고 계셨습니다.

이기수 총장 : 유 교수, 여기 온 지 얼마나 됐지?
필자 : 8월말에 왔으니까 두 달쯤 됐습니다.
이기수 총장: 귀국하게 짐 싸게.
필자 : 네? 무슨 말씀이신지?
이기수 총장: 귀국해서 교무처장을 맡아줘야겠네.
필자 : 저는 고려대학교에 부임한 지도 얼마 안 되는데 제가 어떻게 처장, 그것도 교무처장을 하겠습니까?
이기수 총장: 다른 대학 경력이 많지 않은가?
필자 : 그렇더라도 교무처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기수 총장: 그러면 자네가 학생처장을 하겠나? 아니면 총무처장을 하겠나? 학생처장은 학생을 상대해야 하고, 총무처장은 직원을 상대해야 하는데. 자네의 성격상 교무처장은 잘할 걸세.
위 일화에서도 볼 수 있듯, 당시 총장님의 적극적인 권유 덕에 와세다 대학교에서의 유학생활 두 달 만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총장님의 소환통보(?)를 받고 귀국해서 총장님 퇴임 시까지 2년 4개월간 고려대 교무처장직을 수행했습니다. 

만약 제가 그때 끝까지 교무처장 직을 고사(固辭)했다면 지금쯤 학자로서 더 많은 업적을 낼 수 있었을까요?

 

 

 

“대한민국은 어머니의 사랑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그리고 나, 이기수는 어머니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인격체다.”      
                          - 이기수 前 고려대 총장의 고백

 

지난 2월 18일 ‘현대사회 분쟁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한미법학회 창립8주년 기념 공동세미나가 세종문화회관 아띠홀에서 열렸다.

한미법학회와 (사)대한중재인협회의 주관으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한미법학회장이자 (사)대한중재인협회장인 이기수 고려대 전 총장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는 <1주제 : 공공임대주택의 임차인이 갖는 우선분양전환권의 법적 성질과 그 권리행사기간>(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법학박사 이병준 교수), <2주제 : 국제중재 실무의 최근 동향과 반성론>(법무법인 광장대표 임성우 변호사)이었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최병규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는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이병준 교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상중 교수,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서희석 교수, 법무법인 광장 임성우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안정혜 변호사, 법무법인 이승민 변호사 등 국내 법조인들이 대거 모인 자리였다.

특히, 2부 행사에서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유진희 교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영홍 교수, 순천향대 법학과 최한준 교수, 경찰대 법학과 정혜련 교수 등이 참석해 고려대 이기수 전 총장과의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제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제자들의 이야기를 듣던 이기수 전 총장 또한 옛날 추억이 떠오르는지 연신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감사로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된 감사나눔신문(김용환 대표), 5개 주요단체 대표 등 약 100여명이 모여 자리를 빛냈다.

 

이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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