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감사 - 항거:유관순 이야기(A Resistance, 2019)

 

드라마와 영화 속 감사를 쓰면서 갖게 된 버릇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은 “고마워”라는 말의 빈도수를 체크해 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묵직하면서도 아프게 봐야 할 ‘항거’에도 적용되었습니다. 

저녁 밥상자리입니다. 유관순, 유관순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오빠가 마루에 앉아 있습니다. 아버지가 하느님께 감사의 식사 기도를 합니다. 기도가 끝난 뒤 맛나게 식사를 하려는 순간 일본 순사가 들이닥칩니다. 기도 시간에 미리 한 숟갈 뜨던 유관순은 얼른 한 숟갈 더 뜨고는 부리나케 몸을 숨기고 도망칩니다. 현재 우리의 일상 같은 저녁 밥상 평화가 순식간에 깨졌습니다.

이 장면은 영화 중간에 나옵니다. 그 뒤로 혹 ‘감사합니다’가 더 나오나 신경을 집중했지만 항거의 절규와 탄식과 울부짖음만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공간이 한정적이고 장면 전개 또한 빠르지 않아 졸음이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눈에 불을 켜고 영화를 끝까지 보았습니다. 꾸벅거린다는 것은 3·1만세운동에 참여한 조상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항거(抗拒)는 “순종하지 아니하고 맞서서 반항함”입니다. 그 대가로 16세의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다방에서 차를 날랐다는 자칭 ‘천한 여자’, 술을 따랐지만 ‘왜놈’에게만은 그러지 않았다는 기생, 임신한 몸으로 만세를 부르고 들어온 임산부 등 25명이 7평 좁은 감방에서 혹독한 옥살이를 합니다. 모두가 앉아 있을 수 없어 일부만 앉고 그 외 수형자들은 하루 종일 감방 안을 뱅글뱅글 돕니다. 가만히 서 있으면 다리가 퉁퉁 붓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먹는 밥에는 반찬이 없습니다. 주먹만 한 크기의 밥을 수저도 없이 꾸역꾸역 입에 밀어 넣습니다. 그것도 가끔은 절반만 주거나 아예 안 주기도 합니다. 겨울이 되면 찬바람이 감방 안으로 그대로 들어옵니다. 기저귀가 금방 마르지 않아 아기는 똥기저귀를 오래 차고 있어야 합니다.

현대인이라면 금방이라도 질식할 것 같은 그곳에서 항거는 계속 이어집니다. 그 핵심 인물은 유관순 열사입니다. 감옥 생활이 힘들어 얼른 나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3·1만세운동을 환기시킵니다. 날짜를 알아내기 위해 양잿물에 손이 상해 가도 유관순 열사는 목적을 달성합니다. 쥐꼬리만큼 볕이 드는 감방 벽에서 유관순 열사가 두 손을 올려 외칩니다.

“대한독립만세.”

만세 소리는 서대문감옥 담을 넘어 서대문구 전체로 번집니다. 일본 간수들은 가혹한 탄압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유관순 열사는 모진 고문으로 스러집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슬픔이 북받쳐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 데도 자리를 뜰 수가 없습니다. 그때 스크린 왼쪽으로 수형자 사진들이 보였습니다. 제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김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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