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나눔운동 10주년 회고기

 

길들인다는 것
회사 일이 밀려 야근을 하고 한잔 걸친 뒤 지친 몸으로 자정 넘어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거실에는 흐릿한 불빛만이 가득하고, 적막이 안개처럼 깔려 있습니다. 가족들은 모두 자는가 보다 하고 외로움이 밀려올 때, 반려견이 쏜살같이 달려와 격하게 꼬리를 흔듭니다. 뭉클해 꼭 안아주며 하루의 고단함을 잊습니다.

이 대목에서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반려견에게서 외로움을 치유 받은 사람은 온종일 일을 했고, 반려견은 생산 노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배 불리 먹여주고, 치워주고, 닦아주고, 운동도 시켜줍니다. 야생 동물을 가축화시킨 사람이 개를 길들인 걸까요, 개가 사람을 길들인 걸까요? 아니면 서로가 서로를 길들여 서로의 삶이 좋아진 걸까요?

모든 생명체는 자기 종(種)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다른 종(種)들과 공존공생을 도모하기도 하고 혈투를 벌이기도 합니다. 이는 식물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1만2천 년 전 농업혁명으로 정착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이후로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식물은 벼, 밀, 옥수수입니다. 야생 식물을 열심히 재배하는 사람이 벼, 밀, 옥수수를 길들인 걸까요, 이들 식물이 사람을 길들인 걸까요? 이것 역시 서로가 서로를 길들여 서로의 삶이 좋아진 걸로 보면 될까요?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야.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는 거야.” 

‘길들인다(tame)’에 대한 의미심장한 사유의 지평을 열어준 ‘어린 왕자’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길들인다’를 ‘관계를 맺다’로 해석하는 게 통념이지만, 이를 불편해하는 분들도 상당한 것 같습니다. ‘길들인다’는 평등의 관계가 아니라 종속적인 관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정확한 맥락이야 생텍쥐페리만이 알겠지만, 반려견과 대표 작물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를 보면 서로가 서로를 위해 ‘공’을 들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을 말입니다. 

감사나눔 선구자들
그럼 사람은 무엇으로 자신을 길들일까요? 아니 어떤 ‘공’을 들여야 삶이 행복해질까요? 여러 툴(tool, 도구)이 있지만 긍정성의 결정체인 ‘감사’라는 말에 온갖 정성을 쏟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감사를 말하고, 감사를 쓰고, 감사를 나누다 보면 ‘감사’로 모든 관계가 다시 만들어지면서 행복감이 넘쳐나지 않을까요? 그런데 문제가 있지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매끼 먹으면 질리는 데 어떻게 ‘감사’를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실천해갈 수 있을까요?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 기간 동안 감사와 삶이 일체된 분들이 있습니다. 감사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 감사의 불씨를 지피며 지금까지 감사를 나누고 있는 감사의 선구자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감사나눔운동이 중단되지 않고 10년의 역사를 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을 모시고 감사나눔운동 10년을 회고하려고 했지만 서로의 업무가 바빠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감사나눔운동 10년을 그냥 넘길 수 없어 간단한 설문지를 통해 성찰해보았습니다.

감사나눔신문사에서 설문지를 부탁한 분들은 감사나눔운동 초창기부터 활동한 분들입니다. 후발로 참여해 지금도 곳곳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에게까지 설문지를 보내드리지 못한 점 양해 바라며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의 답 가운데 일부를 보겠습니다.

자식이 아파서 감사를 시작한 감사나눔신문 김용환 대표의 답 가운데 ‘감사나눔 10년의 성과’입니다.

“감사나눔신문사에서 시작되어 포스코ICT,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 포항시청, 광양시청, 학교, 군부대, 교도소, 삼성중공업, 제이미크론, 안동복주병원, 이손요양병원, 현대아산병원으로 전파되는 긍정의 힘이 있었습니다.”

여의도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된 감사나눔운동이 널리 확산된 면면을 볼 수 있어 기쁩니다. 
생존감사로 100감사를 창안한 안남웅 본부장의 답 가운데 ‘감사를 하면서 가장 인상에 남는 사람’입니다.

“나의 강의를 듣고 유지미 기자가 감사나눔 명강사가 된 일. 이혼 직전의 상황에서 내가 전한 감사를 통하여 화해한 특전사 중사 부부.”

사람을 변화시킨 놀라운 역사에 감동을 받습니다.

대림대 총장 시절 인성 교육의 방법으로 감사를 시작한 제갈정웅 이사장의 답 가운데 ‘가장 놀라웠던 일은 무엇입니까?’입니다.

“2011년 포스코 본사와 포항 공장에서의 ‘감사는 과학이다’는 강의 가운데 감사실험을 듣고 한 달에 13번 고장 나는 기계에 적용하여 기계가 고장 나지 않은 것.”

믿기 어려운 감사의 힘을 과학으로 보여준 열의가 멋집니다.

동덕여대 총장 시절 감사나눔 특강을 듣고 감사를 시작한 김영래 전 총장의 답 가운데 ‘가장 어려웠던 일’입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현대사회에서 갈등을 조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감사가 갈등 해소의 중요 툴(tool)임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업에 감사나눔운동을 널리 확산시킨 손욱 명예회장의 답 가운데 ‘향후 전망’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며 행복한 조직문화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감사나눔은 기업과 조직의 조직문화로 확산되고 국가사회의 정신문화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감사가 곧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것 같아 뿌듯합니다.

행복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감사를 시작한 제이미크론 황재익 대표의 답 가운데 ‘가장 큰 보람’입니다.

“회사원들 중 감사로 회사 생활이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해졌다는 고백을 듣게 되었다.”

행복한 회사, 행복한 가정 모두의 바람이 이루어져 행복합니다.

 

달인들의 개인 감사 실천법
감사의 달인 혹은 고수라고 할 수 있는 이분들은 개인적으로 어떻게 감사를 실천할까요?

“하루에 5분 아침일기를 쓰고, 감사노트를 씁니다. 과제 선정, 과제 해결, 업무 감사 고객감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김용환)

“10개의 주제를 설정해서 한 주제당 10줄씩 감사를 쓰는 테마감사(또는 100줄 감사)를 하고 있습니다.”(안남웅)

“1.실험할 주제가 정해지면 감사실험을 합니다. 2.매일 20가지 이상의 감사일기를 씁니다. 3. 감사샤워를 합니다.”(제갈정웅)

“1961년부터 일기를 쓰고 있는데, 감사한 일이 있을 때 이를 일기에 표현하고 있습니다.”(김영래)

“행복나눔, 감사나눔에 관련된 책이나 자료를 읽고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생각을 정리하고 명상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손욱)

“1. 인사말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로 바꾸었습니다. 2. 회사에서 하루 7감사 카톡하고 따로 집에서 하루 5감사 이상 일기를 씁니다. 3. 생일자들에게 5감사 카드나 100감사를 전합니다.”(황재익)

 

감사로 당신을 길들이세요
감사 선구자들이 전해주는 많이 이야기들이 있습니다만, 지면상 다 소개해드리지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분들이 감사를 아직 만나지 못했거나 감사를 중단하고 있는 분들이나 감사를 지속하고 싶은 분들에게 전하는 말을 옮깁니다.

“감사는 변화를 일으킵니다. 감사는 과학입니다. 많은 사례를 통하여 긍정의 힘을 확인하였으므로 감사나눔을 통해 행복을 만드시기를 바랍니다.”(김용환)

“가볍게 매일 감사한 일을 자신, 배우자, 자녀, 부모, 동료 등에게 하루 1개씩 써보는 습관을 가져 보기를 권합니다. 절대 과한 욕심으로 시작하면 거의 실패하기 쉽습니다.”(안남웅)

“한번 감사실험부터 해보시면 감사의 힘을 알게 되어 지속적으로 실천하게 됩니다.”(제갈정웅)

“공동체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공동체의 행복지수는 향상될 것입니다.”(김영래)

“가장 먼저 가족들에게 ‘감사합니다’를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하십시오. 하루 5감사쓰기를 100일만 지속하면 스스로 감사체질로 변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행복한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손욱)

“감사의 힘은 온 우주 만물을 변화시키고 인간의 몸과 마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줍니다. 감사함을 말하고 글로 쓰는 삶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때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인 행복을 누리게 됩니다.”(황재익)

 

사람은 세상을 언어로 연결시키고 있고, 역으로 그 언어가 사람을 변화시켜줍니다. 그 가운데 ‘감사’라는 언어가 주는 힘은 어마어마합니다. 대한민국 감사 선구자들의 삶에서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감사가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않는다면서 중간에 포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비유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처음에는 바닥에 얼룩만 남기고 다녀 성가시기만 했던 반려견이 어둠 속에서 불쑥 다가올 때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뙤약볕에서 고생했지만 가을에 수확하는 즐거움이 얼마나 좋습니까? 감사가 나를 길들이고, 길들여진 변화의 몸으로 누군가와 감사로 관계를 맺는 일, 그 일을 여러분과 지속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감사나눔운동은 영원토록 그 장엄한 역사를 써나갈 것입니다. 

감사나눔 선구자들은 계속해서 감사 전파에 전력할 것에 미리 감사합니다. 전국 곳곳에서 감사나눔을 하시는 모든 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합니다. 감사를 만나지 못한 분들도 이제부터 감사로 행복할 것에 미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서정 기자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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