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일 의학박사의 건강이야기

 

봄에는 우리도 봄기운에 둘러싸인다. 아니 우리가 봄의 일부분이 되어 버린다. 이 세상 만물이 다 크고 작은 리듬을 타고, 생기고 변하고 없어지듯이 사람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리듬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리듬 중의 하나가 계절이다. 일 년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하루에는 아침, 낮, 저녁, 밤이 있다. 4계는 각 계절마다 나름대로의 독특한 속성을 지닌다.  춘생(春生), 하장(夏長), 추수(秋收), 동장(冬藏)의 속성이 바로 그것이다. 봄에는 생(生)하는 계절임으로 만물이 생성(生成)되는 때이며, 여름은 장(長)하는 계절이니 성장(成長)하고 성숙하는 때이며, 가을은 수(收)하는 계절이니 안으로 긁어 들이고 걷어오는 때이며, 겨울은 장(藏)하는 계절이니 다음을 위하여 저장(貯藏)하고 축적해 놓는 때이다. 생(生)의 계절인 봄은 생기가 솟구치는 때임으로 동면하던 모든 생물이 기지개를 펴고 활발한 생의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탁 튀어 오르는 계절이기 때문에 봄을 영어로도 용수철의 의미를 지닌 스프링(spring)이라 하는 것이다. 연약한 새싹도 놀라운 생명력을 과시나 하려는 듯 얼어붙은 땅을 비집고 솟아 나온다. 

봄의 특징 중의 하나는 계절이 바뀌는 환절과정이 다른 계절에 비해 급격하다는 데 있다.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는 그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는 것을 보고 느낄 수가 있다. 그러나 가을철에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풀이 다 말라 죽어버린 것처럼 앙상한 겨울을 맞게 되면 그 앙상한 모습이 겨울 내내 거의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있다가 봄이 되면 갑작스럽게 변한다는 뜻이다. 몇 달 동안 변함이 없던 산과 들에서 풀이 나고, 나뭇잎이 돋아나고, 꽃이 활짝 피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자연의 일부인 우리 몸도 우리 주위의 대자연의 변화에 보조를 맞추어 조화로운 적응을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자연의 법리(法理)에 순응하는 것이 순리(順理)요, 이에 어긋나는 것이 무리(無理)이다. 순리가 건강의 길이요, 무리가 질병의 길이 된다.  

봄에 대자연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 우리 몸의 신진대사도 활발하게 그것도 비교적 급격한 속도로 빨리 진행되어야 한다. 어떤 때는 체내의 60조개가 넘는 세포들이 이렇게 빠른 신진대사 행보에 잽싸게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신진대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는 간세포의 기능이 보조를 맞추어 주지 않으면 우리는 피곤을 느끼게 된다. 보통 우리가 기운이 왕성하게 느껴진다든가 반대로 피곤을 느낀다든가 하는 것은 바로 이 간장의 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렇듯 특히 봄에 느끼는 피로감을 우리는 춘곤증이라 부른다.

 

봄철을 싱싱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바로 이 춘곤증을 잘 다스려야 한다. 병적인 피로증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면, 춘곤증 관리를 스스로 철저히 하면 될 일이다. 우선 잠을 잘 자고 휴식을 지혜롭게 잘 취해야 한다. 봄철에 낮이 좀 길어졌다고 갑자기 수면 양을 줄이면 춘곤증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오히려 겨울보다 좀 더 많은 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 하루 평균 7 내지 8 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봄철엔 특히 알맞고 충분한 영양을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이 골고루 섞인 가정식 음식(집밥)이 봄에 추천할만한 음식이다. 막 돋아나는 싱싱한 산나물은 봄철에 아주 중요한 비타민 원이 될 것이며,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운 건강법이 담긴 영양식이 되기도 한다. 

우리 몸은 밤에 수면을 취하는 동안에는 생리적 상태가 비교적 안정되어 있지만 잠에서 깨어날 새벽 무렵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심장질환도 깨기 직전 새벽에 악화되는 수가 많고, 혈압은 잠에서 깰 무렵에 갑자기 상승하여 하루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수가 많다. 그래서 중풍도 발생률이 새벽에 높다. 아침에 일어날 때 잠에서 채 깨기도 전에 놀란 듯 벌떡 일어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습관이다. 잠이 깨면 아무리 마음이 급하더라도 몇 분 동안 자리에 그대로 누운 채로 기지개도 수차례 하고 하품도 몇 번하여 안구가 촉촉하게 된 상태에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이른 봄 겨울기운이 가시자마자 활발한 운동을 갑작스럽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날씨가 좀 따뜻해졌다고 갑자기 많은 량의 운동을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가벼운 체조를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할 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에너지를 북돋우는 활력소가 되듯이, 일 년 내내 안전하고 에너지 충만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봄철의 운동량을 천천히 단계적으로 늘려 나가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봄철의 또 다른 특징은 날씨가 변덕스럽다는 점이다. 낮과 밤의 기온의 차이 즉 일교차가 심하고, 비교적 바람이 많이 분다. 따라서 봄철에는 봄바람에 장기간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봄바람에 예민한 반응을 경험한 사람은 산과 들을 되도록 피해야 할 것이다.

일 년의 수확을 위해서 봄에 씨앗을 뿌리듯이, 금년의 건강의 씨앗도 봄에 뿌려야 하겠다. 노곤한 봄을 싱싱하게 지내는 노력과 지혜가 한 해의 건강을 지켜 줄 것이다.

소중한 글입니다.
"좋아요" 이모티콘 또는 1감사 댓글 달기
칭찬.지지.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감사나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