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환의 감사스토리텔링

살아야 한다
김영하 소설 ‘오직 두 사람’에는 명언이나 상투어를 냉소적 어투로 뒤집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누군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즐길 수 없다면 피하라”고 답했지요.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어린왕자>의 한 구절이 제시됐을 때는 이렇게 답했지요.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다면 그게 바로 사막이다.” 하지만 그가 끝내 뒤집지 못한 말이 있습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는 이렇게 고백했지요. “이 말은 영 뒤집을 수가 없네. 뒤집어도 똑같아. ‘산 사람은 살아야지’가 돼.” 그렇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살아야 합니다. 이왕이면 날마다 생일이라 생각하고 생생하게 살아보면 어떨까요? 

혼밥의 위로
“먹는 재미, 그 자체가 사람을 위로할 때도 있다.” 중년 남성의 ‘혼밥’ 이야기를 그린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 구스미 마사유키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입니다. 주인공 고로가 업무 때문에 방문한 지역에서 식당을 찾아 들어가 혼자 식사를 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기본 골격입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신경 쓰지 않고 무언가를 먹는 고고한 행위, 이것이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행위라 할 것이다.” 드라마가 시작될 때 나오는 주인공의 내레이션입니다. 작가는 혼밥을 결핍과 불행의 시선이 아니라 자유와 행복의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때로는 혼밥이 혼(魂)밥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혼(魂)은 넋, 얼, 정신, 영혼을 뜻하지요.

사피엔스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만 있는 고유한 언어 덕분이었다.” 독서모임 회원들과 함께 읽은 <사피엔스>의 한 구절입니다. 언어의 사용은 신화의 창조와 유연한 협동으로 이어졌고, 덕분에 뇌도 덩치도 훨씬 컸던 네안데르탈인과의 생존경쟁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언어의 사용이라는 탁월한 강점과 함께 치명적 약점도 있습니다.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극단적으로 유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극단적으로 미숙하다.” 창의적 언어 사용과 자발적 행복 연습의 병행, 진정한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가 되는 길입니다. 

이름
“너의 이름을 소중히 하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낯선 곳에서 이름을 잊자 주인공 소녀는 자신도 잃어버립니다. 방수인 감독의 <덕구>에 등장하는 주인공 소년의 이름 ‘덕구(德求)’는 할아버지가 ‘덕을 구하라’며 지어준 이름이지요. 은빛자서전 프로젝트 열두 번째 주인공 류항보 씨의 이름을 한자로 쓰면 항상 항(恒) 도울 보(輔)입니다. 이름은 그의 운명이 되었는데, 평생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왔지요. 우리 모두는 세상에 나왔기에 출세(出世)한 사람이고, 부모나 조상이 지어준 이름이 있기에 유명(有名)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오늘도 자신에게 속삭여 주세요. “너의 이름을 소중히 하렴.”

행복의 모습
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팀이 2011년 한국인의 일상을 실시간 조사했습니다. 조사원들은 휴대폰으로 대학생, 직장인, 주부,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2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금 무얼 하고 있나요?” “지금 하고 있는 게 얼마나 즐거운가요?” 한국인이 하루 동안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은 2가지로 나타났는데, 다름 아닌 ‘먹을 때’와 ‘대화할 때’였습니다. 서 교수는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음식과 사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 것’, 그것이 결국 행복의 모습이란 말이지요. 행복은, 우리 바로 곁에 있다는 점에서, 파랑새를 닮았습니다.

웃음소리
“호호호호(虎虎虎虎).” 최근 서울대공원에서 아기 백두산 호랑이 네 마리가 태어났습니다. 그러자 누군가 이 반가운 출산 소식을 재치 있게 네 글자의 웃음소리로 알렸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웃음소리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하하하하(河河河河).” 흐르는 강물처럼 소통하고 연대하는 해맑은 웃음소리 말입니다. “허허허허(虛虛虛虛).” 마음은 비우고 과욕은 내려놓는 청량한 웃음소리 말입니다. “호호호호(好好好好).” 가능하면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되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좋아하기 위해 노력하는, 긍정과 감사의 웃음소리 말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혼자 웃기보다 함께 어울려 웃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호호호호(互互互互).”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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