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새벽 4시. 우유니의 밤하늘

시차가 12시간이 되며 우리나라와 정반대 쪽에 있는 남미는 멀어서 가기가 녹록지 않다. 그러나 이과수 폭포, 마추픽추, 이카, 나즈카 라인, 모레노 빙하, 우유니 소금호수 등 남미에는 버킷리스트에 들어 있는 많은 곳이 우리에게 미소와 손짓을 보낸다. 

그런데 남미 여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우유니는 가는 길이 더구나 쉽지 않다. 우선 여행준비 과정에서 황열병 예방주사를 접종해야 하고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고산증이다. 우유니로 가려면 4060m 고지에 있는 볼리비아 수도인 라파즈 공항을 이용해야 하고, 그 곳에서 2시간 이나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야 한다.
고산증만 있으면 그래도 좋은데 12시간의 시차가 있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고산증세까지 겹치면 토하고 어지러워 정신을 못 차린다. 우리 일행 가운데 한 분도 아주 고생했다. 그래서 건강에 자신이 없는 경우 선뜻 나서지 못한다. 

우리와 미국의 서부 다섯 개 캐년을 캠핑카로 여행했던 친구 부부가 남미 여행을 함께 하기로 하고 예약을 했다. 그리고 황열병 예방주사와 볼리비아 비자 신청까지 잘 하더니 패널티 없이 취소할 수 있는 마지막 날에 돌연 취소를 했다. 다른 친구들이 겁을 준 것이다. 남미를 다녀와서 공항에서 바로 응급실로 간 사람이 있다는 등 소문을 듣고 겁을 먹은 것이다. 돈을 들여 고생할 일 있느냐는 것이다. 백번 맞는 말씀이다. 즐겁고 행복하려고 여행하는데 건강에 위협을 받으면서까지 여행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걸림돌은 라파즈에서 우유니로 가는 볼리비아 항공이 예정대로 운행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도 아침 10시에 출발할 예정이던 비행기가 제때에 뜨지 않아서 오후 세 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비행장에서 5시간 이상을 불확실한 상황 속에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우리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일몰을 20분이라도 감상할 수 있었다. 우리 다음에 우유니 행을 탄 우리나라 다른 여행자들은 그 유명한 우유니의 일몰을 볼 수 없었다. 그 다음날은 일몰을 보지 못하고 우유니를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일몰의 하늘이 소금호수에 투영되었다.

우리나라 모든 패키지여행이 우유니를 1박 2일 일정으로 계획하는데 비행기 운항을 신뢰할 수 없으니 여행사로서는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나중에 손님들로부터 구경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클레임을 요구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들로 하여 많은 여행사들이 패키지에서 우유니를 뺄 수밖에 없다. 보통의 여행지는 한번 들려서 보고 나면 그만인데 1박 2일 동안  우유니 소금호수를 세 번이나 방문한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는 뜻이다. 우유니는 나에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첫째 이야기는 짧은 일몰이 들려주었다. 끝까지 붉고 노랗게 불타는 일몰은 자기처럼 생이 끝날 때까지 삶을 불태우라고 속삭였다. 그리고 수평선 아래로 사라진 후에도 아쉬워하듯이, 우리 삶이 끝난 후에도 남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삶을 살라고 이야기 하였다.
둘째는 일출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둡고 추운 시간을 참고 기다리면 밝은 시간이 조용하게 시작하여 멋진 한낮의 경치를 볼 것이니 일출이 화려하지 않다고 불평할 것은 없다며 ‘시작은 미미하지만 결국은 창대해 질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셋째는 한낮의 우유니 소금호수는 자신의 광활한 품에 안겨서 진정한 평안함이 무엇인지 맛보라고 속삭였다.
우유니 소금호수는 하늘을 하나 가득 가슴에 담아내는 세계에서 제일 큰 거울이다. 땅과 하늘이 하나가 되고 그 속에 인간인 내가 포근하게 안긴 느낌이었다. 말하자면 우유니 호수 속에서 천지인(天地人)이 하나가 되었다. 한낮의 우유니 소금호수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율동을 한다. 그래서 우유니 소금호수는 우리들에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듬을 포용력을 가지라고 속삭인다.

한낮의 소금호수는 완전히 거울이다.

네 번째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모든 방한 장비를 동원하여 추위에 대비하고 장화까지 신고서 차에 올랐다. 진한 어둠 속에 오직 투어 차량의 불빛만이 보이는 칠흑 같이 검은 소금호수 속을 얼마간 달리다가 차를 세우고 우리를 내리게 하였다. 그리고는 차량의 불을 끄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남십자성을 찾아보라고 했다. 북반구에 북극성이 항해사들의 등대 역할을 한다면 남반구에서는 남십자성이 그런 역할을 한다. 쏟아지는 별들 속에서 어렸을 때 시골에서는 자주 볼 수 있던 은하수를 보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가끔 우리는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고 별이 없다고 한다. 사실은 별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공해와 도시의 불빛으로 우리 눈에 별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별들은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별밤은 우리에게 수많은 별들이 우유니 소금호수로 달려와 자신들의 사연을 호소하듯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은밀한 가운데 들어주라고 속삭인다. 그리고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도 이야기한다.                           

 

제갈정웅 편집인
 

 

여기서 잠깐! / 우유니 소금호수

남아메리카 중앙부 볼리비아의 포토시 주에 위치한 소금호수이다.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데다 호수의 경관이 뛰어나 관광지로 유명하다.
중부 안데스 산지의 고원 지대인 알티플라노(Altiplano) 남부에 형성된 소금호수로, ‘우유니 소금사막’ 혹은 ‘우유니 염지’ 등으로도 불린다. 호수의 서쪽 가장자리는 칠레와 국경을 이루며, 그 동편은 볼리비아의 영토이다. 볼리비아의 행정 구역상 포토시 주에 속하고, 우유니 시 서쪽 끝에 자리하고 있다.
우유니 소금호수는 소금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사막과 호수 등의 경관이 뛰어나 관광지로 이용되고 있다. 우유니 소금호수 지역의 주민들은 호수 주변에 무수히 분포한 선인장을 난간이나 문짝 등의 건축 재료로 사용하거나, 재떨이 또는 새와 같은 동물의 조각품을 만들어 관광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호수는 또한 표면이 평탄하고 단단하여 알티플라노와 연결되는 교통로로서도 긴요하게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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