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환의 감사스토리텔링

그런데 말입니다
드라마 ‘형사 콜롬보’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주로 상류계층의 의도적 살인을 소재로 다루고, 보통의 추리극과 반대로 범인을 도입부에 알려줍니다. 낡은 바바리코트를 걸친 콜롬보는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범인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헤어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질문 하나만 더 드려도 될까요?” 콜롬보가 갑자기 돌아서며 의표를 찌르는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 살해 현장에 있지 않았다면 무기가 칼이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신 거죠?” 형사 콜롬보와 TV 시사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자가 시선을 돌리며 “그런데 말입니다”라고 말하면 진실이 드러나듯, 꼬였던 우리네 인생에도 그렇게 반전이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실수
“앗, 실수!” 한 아이가 사람 얼굴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두 눈의 크기가 달랐습니다. 아이는 눈 위에 안경을 그려 넣었습니다. 그러자 두 눈의 차이가 도드라져 보이진 않았습니다. 아이는 얼굴과 연결해 몸통과 팔꿈치를 그렸습니다. 그런데 목은 너무 길었고, 팔꿈치는 지나치게 뾰족했습니다. “앗, 실수!” 아이는 나풀나풀 레이스와 쪼글쪼글 주름을 그려넣었습니다. 그러자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와~ 괜찮은데!” 코리나 루이켄의 그림책 ‘아름다운 실수’는 “실수해도 괜찮다”고 위로합니다. 주인공 아이도 실수를 ‘단점’으로 남겨두지 않고 더욱 크고 멋진 그림의 ‘단초’로 삼았지요. 설렘보다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그건? “앗, 실수!”

늙어서도
“말을 잊어버리는 데도 순서가 있다. 고유명사, 보통명사, 형용사, 부사, 동사 순으로 기억이 안 난다.” 98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고백입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나이 들어 가장 먼저 잊는 것은 이름과 전화번호입니다. 그 다음으로 형용사와 부사를 잊기 때문에 문장 표현이 짧아집니다. 
하지만 동사는 끝까지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작은 것을 보지 못하는 노안과 기억을 놓쳐버리는 치매의 메시지를 이렇게 해석하고 싶습니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지 말고 깊게 보고 멀리 보라. 나쁜 것은 모두 잊고 좋은 것만 기억하라.” 인생의 비전과 미션을 잃지 않고 잊지 않기. 늙어서도 동사(動詞)의 역동성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안부 전화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우선 부모님께 전화해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게 했습니다. 그러자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군대 가니?” “왜 돈 필요해?” “못 먹을 거 먹었어?” “뭐 나쁜 짓 한 것 아니지!” “네가 그런 말도 할 줄 아니?” “갑자기 그런 말 들으니 눈물이 흐르네.” 이번에는 부모님께 “뭐 필요한 것 없어요?”라고 묻도록 했습니다. “없어. 난 너만 있으면 돼.” “네가 아침밥만 잘 먹었으면 좋겠다.” 젊은 사람들이 일주일 동안 애인, 친구, 부모와 통화하는 시간은 각각 140분, 97분, 6분이라고 합니다. 
부모의 행복을 위해선 단 10초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오늘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려보면 어떨까요?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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