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상황감사로 긍정성을 올리자

 

저녁 먹고 느지막이 마트에 갔다. 카트에서 내려 신나게 걸어다니던 아이 표정이 심상치 않다. 아이는 내 짐작대로 응가를 했다. 대수롭지 않게 나중에 닦아주면 된다고 생각하고 태연히 장을 봤다. 

아이가 안아 달라고 하여 안고 걸어가는데 뭔가 엉덩이가 축축해서 보니 응가가 새서 바지 군데군데를 적셨고 내 청자켓에도 얼룩을 남겨 놓았다. 사태가 이 정도 되니 물똥이라는 걸 알고 씻겨야겠다고 생각해서 기저귀와 물티슈 들고 화장실에 갔는데 찬물만 나온다. 이때 나는 그냥 집으로 갔어야 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물티슈로는 도저히 안 될 정도라 생각해서 아이가 감기에 걸린 상태였다는 사실을 잊고 아이 바지를 벗기고 찬물로 씻겼다.  그런데 바지를 버려서 입힐 바지가 없다. 기저귀만 입힌 채로 다시 매장으로 가 아이 바지를 사서 입혔다. 그 동안 내 청자켓으로 아이 하체를 덮었다고 하지만 이미 아이의 손과 발은 차가워졌다. 

그리고 첫째 형님네 집에 들렸다가 집에 돌아와서 할 일을 마무리 하고, 아이를 재우고 컴퓨터를 켜는 사이 아이가 잠에서 깨 다시 재우려는데 이마가 뜨겁다. 예사롭지 않은 뜨거움. 체온계를 가져와 체온을 재니 빨간불이 뜬다. 39.4도. 미지근한 물에 손수건을 적시고 아이 옷을 갈아입히고 보일러를 끄고, 해열제를 용량에 맞춰 먹이곤, 아이 옆에 누워 수건으로 뜨거운 이마를 쓸어내렸다. 

손수건을 지나 내 손에 닿는 아이의 열기가 자꾸만 내 탓인거 같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냥 집에 와서 씻길 걸. 찬물에 감기 걸린 애를 씻기다니. 내가 미쳤지. 왜 그랬을까. 독감이면 어쩌지. 열이 안 떨어지면 어쩌지.’ 반성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자책은 어제에 대한 후회를 남긴다. 그래서 나는 반성하는 엄마이고 싶었다. 

그런데 아픈 아이 앞에서는 그냥 다 미안해진다. 그냥 다 내 탓인 것만 같다. 다행히도 아이의 열이 내렸다. 내 눈시울은 한참을 더 뜨겁고 내 마음은 조금 더 무겁게 처지겠지만, 다시금 털어내고 기운차려야지.

엄마의 웃음은 아이의 행복한 오늘이니까. 

씩씩한 우리 딸 감사합니다. 엄마로서 오늘도 수고한 나에게 감사합니다. 

 

유지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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