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일 의학박사의 건강이야기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발이 아프면 우리는 자유롭게 거동을 할 수도 없고 몸을 제대로 지탱할 수도 없다. 그래서 발은 몸을 떠받들고 있는 ‘몸의 주춧돌’이라 하는 것이다. 몸의 다른 부분이 다 건강하다 하더라도 발이 아프게 되면  곧바로 모든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발은 건강을 지키는 ‘건강의 주춧돌’이기도 하다. 발이 아프면 운동도 할 수 없고, 여행도 할 수 없고, 운전도 할 수 없는 등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많은 부분을 상실하게 된다. 고로 발은 곧 ‘행복의 주춧돌’인 셈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이 세상을 지배하고 살 수 있는 것은 손이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모든 창조적 작업을 하고 또 손으로 파괴적 활동도 자행한다. 그런데 이 손을 손이게끔 만드는 것은 바로 발이다. 발이 훌륭하게 발달 돼 있어서 서있는 자세로 몸을 지탱해 주고 있기 때문에 손이 손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발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다른 동물들은 두 발로 서 있을 수 없음으로 팔과 손도 다리와 발로 써야만 한다. 그래서 손이 손이 아니라 앞발이 되는 것이다.

우리 몸 중에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한 군데도 없지만 발만큼 평소에 그 고마움을 주인이 알아주지 않는 부분도 드물다. 우리는 흔히 공기의 고마움을 잊고 산다. 공기가 부족하여  고통을 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한 건강의 고마움을 보통 잊고 살고 있다.  병상에 누워서야 비로소 건강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듯이, 발병을 앓아 본 사람이라야 발의 건강함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실감하게 된다. 발이 좀 불편하다고 해서 뭐 의사한테까지 갈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과 함께 발 아픈 것을 적당히 참고 지나가는 습성이 문제이기도 하다. 발병 초기에 미리 손을 썼더라면 쉽게 교정 또는 치료될 수 있을 것을 무관심과 무지 때문에 훗날 더 많은 나날을 고통으로 지내야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겠다.

우리가 정상적인 발이라고 말 할 수 있으려면 다음의 몇 가지 조건을 구비하여야만 한다. 

첫째는 발에 통증이 없어야 한다. 발이라는 것은 그 기능이 걷도록 되어 있는 것인데, 좀 걸었다고 아프다면 이것을 어떻게 정상적인 상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인가. 눈은 보게 되어 있는 부분인데 무엇을 좀 보았다고 눈이 아프다면 그 눈을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귀는 듣기 위해서 만들어진 부분인데 무슨 소리를 좀 들었다고 귀가 아프다면 이런 귀를 정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 어떤 이유에서든 아프지 않아야 정상적인 발이라 할 수 있다.

둘째는 발에 기형이 없어야 한다. 발의 근육 간에 균형이 잘 잡혀 있어야 하고, 발가락이 비정상적으로 길거나 짧아도 안 되며, 관절이 굳어버린 소위 구축이 있어서는 안 된다. 발 뼈의 배열이 반달처럼 궁형을 이루어야 하며 너무 평평하거나 너무 많이 휘어도 안 된다는 뜻이다. 
셋째는 체중이 발바닥의 3지점에 균형 있게 분산되어야 한다. 몸무게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발바닥 전체가 아니고 발뒤꿈치 중앙부와 발바닥의 전내부(앞 안쪽)와 전외부(앞 바깥쪽) 3 지점에 집중적으로 쏠려 있게 되어있다. 모든 물체를 떠받들고 있는 받침대는 삼(3)발이라야 가장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삼발이는 바닥이 아무리 울퉁불퉁하더라도 딱 안정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발의 통증은 대부분 근육, 인대, 건, 신경, 혈관 등 연부조직으로부터 유발되는데, 우리가 흔히 보는 발의 통증 중에는 좌상, 중족골 통증, 행군골절, 무지 외번증 등을 들 수 있다.

좌상(염좌)은 발의 연부조직이 반복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발목이 삐는 것처럼 충격을 받을 때 일어나는 통증을 말한다. 중족골 통증은 중년기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발바닥의 앞부분에 진열돼 있는 뼈들을 중족골이라 부르는데 바로 이 부위에 생기는 통증을 중족골 통증이라 한다. 중년기에는 체중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고, 체중이 느니까 게을러지고, 서 있거나 걷는 것을 싫어하게 되고, 주로 차만 타고 다니는 등 발을 별로 쓰지 않게 되며, 결국은 발의 연부조직이 약하게 되니까 족궁이 평편하게 되면서 통증이 생기게 된다. 

행군골절이란, 많이 걸을 때에만 생기는 것은 아니고 발에 스트레스를 반복적으로 받을 때에 누구에게든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골절은, 심한 외상을 받지 않아도 생기고 골절된 금이 너무 가늘어 일반 엑스레이 검사에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무지외번증(또는 건막류)는 엄지발가락에 생기는 가장 흔한 통증인데 엄지발가락의 기저부가 툭 튀어 나오고, 마치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위에 올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뒤축이 높고 앞이 지나치게 뾰족한 하이힐 신발을 오래 신을 때 흔히 생긴다. 

가장 이상적인 신발은, 발가락을 담는 앞부분은 넓고, 뒤꿈치 부위는 꽉 끼게 하고, 구두창은 발바닥의 굴곡과 일치하는 그런 신발이라 할 수 있다. 발의 탄력성은 아침에 제일 높고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어 발이 옆으로 퍼지며 발의 부피도 더 커지기 때문에, 가장 알맞고 편안한 신발을 고르려면 오후 늦게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의 건강 없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건강을 만끽할 수 없다. 자신의 발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갖고 발의 건강을 관리해 주고 자기 발을 사랑해야 될 것이다. 가장 편한 신발을 택하는 사람이 가장 멋있는 사람은 못 될지언정, 더 현명한 사람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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