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에 즐긴 강원도 기행

비취빛 바다와 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바다부채길의 풍광은 탄성을 자아낸다.

 

필자는 지인들과 함께 월 1회 정기 산행을 한다. 6월의 행선지는 오대산과 강릉이다. 이번에는 둘레길 걷기. 지난 6월 29일(토), 장맛비 예보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 우산을 챙겨들고 아침 일찍 청량리역에서 만났다.  회원 7명 중 4명이 참가했다. 
청량리역 앞 길거리에서 김밥 파는 할머니에게서 김밥을, 역내 편의점에서 우유와 빵, 생수를 사서 기차 타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다른 트랙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하마터면 우리가 타야 할 기차를 놓칠 뻔했다. 너무 일찍 서둘러서 잠이 덜 깬 탓일 것이다. 

평창
07:22 청량리역 출발. 강릉행 기차다. 하차 목적지는 평창역이다. 차창 밖으로 가끔씩 비가 내리쳤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고 안대를 하고 눈을 감았다.  잠깐 눈을 부쳤는데 금세 평창역이다. 곳곳에 지난해 평창올림픽 관련 흔적이 남아있다. 평창은 지난 해 2월 제23회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도시다.  지난 해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대표단과 선수들을 보내왔고, 이 대회는 당시 일촉즉발의 전쟁분위기까지 갔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었다. 평창역사를 나오니  여행사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팀만 남자 4명, 혼자 온 남자 1명, 그 외에는 모두 여성 팀들이다.  ‘저 남자들은 집에 있지 않고 웬 나들이?’ 함께 버스에 오른 여성 팀들에게서 눈총을 받는 듯했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평창역에서 오대산 전나무숲길 입구까지 40분 정도 달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들판에는 온통 하얗게 핀 감자 꽃 천지다. 정겨운 풍경이다.  예로부터 평창은 감자가 유명한 곳이다.  감자는 쌀, 밀, 옥수수와 더불어 4대 식량작물 중 하나다.  감자는 혈액을 맑게 하고 소화기관을 튼튼하게 한다고 한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는 데는 감자가 최고다. 경상도 두메산골에서 자란 나는 어릴 때 ‘감자아이’로 불렸다. 8~9살 무렵, 뜨거운 여름 날, 집에서 감자 껍질을 깎고 쪄서 간식거리로 부모님이 일하시는 곳으로 가져가곤 하던 기억이 새롭다.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오대산 입구에 도착하니 울창하게 들어선 월정사 전나무 숲이 우리를 반긴다. 하늘을 향해 늘씬하고 시원스럽게 뻗은 전나무 숲 사이로 난 부드러운 흙길로 들어섰다. 절로 감탄이 나온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정신이 맑아진다.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이다.  
전나무 숲길을 지나 월정사 경내로 들어섰다.  월정사는 643년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세월을 계산해 보니 1376년 전이다. 국보로 지정된 팔각9층석탑 등의 건축물에는 오랜 세월 우리 겨레와 함께 지나온 자취가 서려있다. 월정사 경내를 지나면 사색과 치유의 길로 조성되어 있는 선재길이 나온다. 선재길은 ‘명상의 숲’이다. 주위의 자연과 더불어 잘 조성된 숲길이다. 야생화들이 우리를 반긴다.  길옆에는 제법 키 큰 식물이 무리를 지어 노란색 꽃을 피우고 있다. 푯말을 보니 돌나물과에 속하는 기린초다.
1시간 정도의 산책을 마친 후, 우리는 월정사 입구에 조성되어 있는 식당가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맛있는 음식을 우리만 먹기가 미안했다. 오늘 일정에 함께 하지 못한 분들에게 눈요기 하시라고 사진 한 컷 전송. 점심식사 후 우리 일행은 여성 팀들과 함께 여행사 버스를 타고 정동진으로 향했다. 
오대산 입구에서 여행사 버스로 1시간 10분 정도 달려 정동진에 도착했다.  안내하시는 기사님이 정동진은 광화문에서 정동(正東)쪽에 있는 나루터가 있는 마을이어서 정동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는 위도상 도봉산에서 정동 쪽에 있다고 한다.

정동진 바다부채길
우리는 정동진 바다부채길로 들어섰다.  강릉 시에 속해 있는 정동진은 1995년에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지질학에서는 2300년 전 신생대4기 때, 동해안의 융기를 보여주는 해안단구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 일행은 정동진 비탈길에 조성된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가 해안단구 탐방로인 바다부채길에 들어섰다. 탐방로는 절로 감탄이 나오는 천혜 비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푸르고 맑은 바다와 시원한 바람까지. 오늘 강원도 탐방 일정은 멋진 풍광의 연속이다. 바다부채길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휴대폰으로, 전문가용 사진기로 천혜의 풍광을 담아낸다. 정동진에서 심곡항까지 해안을 따라 이어진 탐방로는 약 3km구간이다. 1시간 10분 정도 걸었다.  

강릉 커피거리 
심곡항에서 버스에 오른 우리 일행의 다음 목적지는 강릉 안목해변에 있는 커피거리. 강릉은 커피로 유명한 도시다. 강릉은 매년 10월 커피 축제가 열린다. 바리스타 아카데미도 있고,  커피 박물관과 공장도 있다. 커피 거리는 강릉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우리는 해변에 있는 한 카페에서 강릉 커피문화를 체험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전에 저녁식사를 하러 동부시장을 찾았다. 강릉에서 포항물회를 먹었다. 채소와 토마토 소스를 버무린 물회는 신선하고 입 안에 풍미가 감돈다.  
강릉 출발 19:05.  청량리역 도착 20:31. 서울에서 강릉까지 1시간 30분 거리다.  서울에 돌아오니 오대산 전나무 숲길 그리고 정동진 바다부채길이 눈앞에 어린다. 시인 김종삼은 말했다.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기쁘고 행복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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