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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곱고 여린 몸에 낸 상처가 슬프다’청소년 자해에 대한 이해
  • 권용실 교수
  • 승인 2019.07.12 10:09
  • 호수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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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잡지 ‘한겨레 21’에서 청소년 자해를 3부작 특집기사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설마 내 아이들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던 많은 부모들에게 청소년 자해는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고통을 회피하려 함이 당연한 것인데 왜 어린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 몸에 자해를 가하고 고통을 주는 것일까요?
비자살적 자해란 ‘죽으려는 의도 없이 고의적으로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이러한 청소년 자해 행위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는데 2017년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선별검사인 정서행동특성검사에 따르면 중학생은 8.3%, 고등학생은 5.9%의 비율로 자해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우울이나 불안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학생의 경우엔 이 수치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도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입니다.   
자해행동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그것을 반복하면 자살위험성이 증가한다는 데에 더 큰 심각성이 있습니다. 반복적인 신체손상은 자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 영향을 미침으로 인해 실제 자살욕구를 행동화시킬 위험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다섯 가지 심리적 고통
자해 청소년들은 각박한 현실로 인해 희망을 상실한 채 다음과 같은 심리적 고통에 시달립니다. 이러한 청소년 심리를 김현수(2018)는 이생망(이번생은 망했다)로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있다고 하였습니다. 
①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함 ②나의 기대에도 미치지 못함 ③사는 것이 너무 각박하고 힘듦 ④내가 더 나아질 가능성이 없음 ⑤이 상황에서 남은 것은 고통과 고생 뿐 
또한 핵가족 사회에서 부모의 과보호와 간섭에 시달리거나 바쁜 부모 아래에서 정서적 방임에 처한 채 성취만을 강요받음으로 인해 자기 파괴적인 행동에 빠지게 됩니다.  
자해행동을 반복 강화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자해는 괴로운 감정을 빠르고 강력하게 줄여주지만 그것은 육체적 고통을 통한 일시적인 효과일 뿐입니다. 결과적으론 부정적인 감정에 더 민감해 지고 더욱 견디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내몰립니다. 둘째, 자해를 비난하는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주변 사람들과 멀어지게 만듭니다. 결국 자신을 지지하는 긍정적인 기반들이 약화되어 고립감은 더욱 커집니다. 셋째, 괴로움을 회피하고자 시도하는 자해는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점점 약화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문제해결 능력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어떻게 도울까
그렇다면 자해 청소년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해야 하는 것일까요? 호주에서 발표한 ‘자해에 대한 응급지원 가이드라인‘에서 제시된 내용들을 소개합니다. ▶자해행동의 이유 중에서 관심을 끌기 위한 경우는 드물다 ▶’자해를 안 하기‘에 초점을 두지 말고, 청소년의 일상이 조절 가능한지를 파악하고 생활환경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것에 중점을 둔다 ▶청소년의 감정이나 고통을 가볍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 (“그래도 잘 살아가고 있잖아” 등의 표현은 삼가라) ▶동의 없이 손을 잡거나 껴안는 등의 신체접촉은 하지 마라 ▶“네가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어”와 같은 말로 죄책감을 심어주어선 안된다 ▶자해를 멈추게 하려는 의도로 극단적인 언급을 하지 마라 (“자해를 또 하면 집에서 나가!”)
캐나다 건강 정보원에서 나온 ‘부모를 위한 조언’도 자해 경험이 있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깊이 새겨둘만 합니다. 아니, 자녀를 이해하고자 하는 부모라면 모두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이야기들입니다. ▶부모 자신이 자해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자녀는 자신의 감정에 힘들어 하는 것이지, 부모를 마음 아프게 하거나 부모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해행동 자체보다는 그 밑에 깔린 자녀의 고민과 걱정거리에 집중하라 ▶감정조절에 도움이 되는 행동치료나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있는 식사, 충분한 수면 그리고 친구들 및 가족 간의 긴밀한 관계 강화에 힘써라 ▶자해 중단을 위해서는 오랜 회복의 시간이 필요함을 이해해야 한다 ▶필요할 때면 언제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다는 믿음을 자녀에게 주되, 절대 억지로 말하게 하지 말라  

변화를 위한 접근방법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자해)시도 청소년들의 통계를 살펴보면, 그 아이들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이유 중 첫 번째는 대인관계 갈등이었습니다. 무려 72.5%나 됩니다. 그 외에도 학업관련 문제나 경제적 문제, 대인관계 상실 등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극심한 스트레스로 내몬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고 이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것이 선행되어야 변화를 향한 길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또한 자해가 반복될 때는 아이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 노력을 하지 못하는 상태임을 이해해 주어야 합니다. 생후 백일이 된 아기가 걷지 못하는 이유는 노력부족 때문이 아니라 걸을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임을 이해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해 청소년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어주며 정서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야기를 들어야 자해행동의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그런 행위를 촉발한 사건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토해내며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변화 의지가 생기게 됩니다.

자해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자해는 그저 나쁜 행동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행동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자해만 안하면 된다‘는 식으로 자해행동 여부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되고 감정(스트레스)을 조절함으로서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모든 것이 단기간에 해결될 것을 기대하기보다 한 계단씩 차근차근 밟아가며 변화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끈기가 필요합니다.

권용실 교수  webmaster@www.gams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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